비린내 풍기는
국민이 주인이다.
어떤 기사가
많이 나오고 묻혀 질지는
우리의 관심 정도에
정확히 비례한다

 

   
▲ 김기홍 부소장
평택비정규노동센터

최근에 개봉한 영화 <공범자들>은 우리 역사의 축소판이자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한 자화상이다. 지금 한창 MBC, KBS, YTN 소속 언론인들이 ‘언론 적폐 청산’을 외치며 파업 중이거나 총파업을 앞두고 있다. 언론이 없었다면 최순실 사건도, 박근혜 퇴진도 없었으리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기레기’라는 말이 나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기레기’라는 말과 함께 대표적으로 기억에 남는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약자들에 등 돌린 언론이었다. 언론은 약자들의 편에 서주지 않았다. 특히 노동자들의 문제에 관해서는 더욱 그러했다. 시위나 파업 기사를 보면 노동자들이 왜 그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설명보다는 그들의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모습만을 기사에 실었다. 기사 어디에도 시위와 파업이 그들에게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말은 쓰여 있지 않았다.

두 번째는 세월호이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기 전만해도 언론은 세월호 유가족들에 침묵했다. 언론은 유가족들에 관한 자극적인 보도는 계속 하면서 유가족들을 욕 먹이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 등에는 입을 다물었다. 그동안 세월호 특조위는 별다른 힘을 내지 못하고 정리해야 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방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당시 모 신문에서 보았던 유가족분의 인터뷰는 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있다. “거짓말하거나, 절반의 진실만 말하거나, 함부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보다 우리(세월호 유가족)를 분노하게 하는 건 바로 언론의 침묵입니다.” 그래서 약자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는 사회를 만든 건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이다. 언론은 왜 이때 최순실의 농단을 미리 알아내지 못한 걸까? 알아냈다면 왜 보도하지 않은 걸까? 적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이 있었는데 왜 더 자세히 취재하고 보도하지 않았던 걸까? 약자들에 침묵하던 이들은 강자들에게도 침묵을 지켜줬다. 그러나 그 침묵의 온도는 많이 달랐다. 이렇게 진짜 보도해야 할 것들에 침묵하고, 사람들이 관심 가지면 그제야 너도 나도 보도하는 그러한 모습들에, 당시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나 또한 지금의 언론에는 희망이 없는 걸까란 생각을 하게 됐다. 권력에 부역하였든 어쨌든 본인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야할 이들에 침묵하고 방관하는 모습이.

그러나 영화 <공범자들>은 언론인들도 내부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음을 보여줬다. 침묵하지 않으려 했음을,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었음을, 그리고 총알은 보고 있는 나에게로 돌아왔다. “그래, 언론이 약자에 침묵할 때 넌 분노했지.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권력과 싸워왔을 때, 너는?”

그렇다. 우리는, 나는, 언제 그렇게 언론의 보도에 끈질기게 관심 가져봤을까? 진실을 촉구하기 위해 노력했을까? 영화 내내 그들이 외쳤던 것처럼 국민이 주인이다. 어떤 기사가 많이 나오고 묻혀 질지는 우리의 관심 정도에 정확히 비례한다. 이번 국정 농단 사건도 처음엔 미르·K재단으로 시작했다. 그마저 덮으려 안간힘을 쓰던 이들이 있었지만 국민의 관심이 촛불 민심으로 폭발하고 진실을 요구하는 이들이 많아지니 결국 박근혜 정권하에 있던 방송들도 이를 집중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었다.

공영방송 기자들과 PD들, 아나운서, 그 외 많은 사람들의 투쟁도, 파업도 국민이 전폭적 관심과 지지를 보냈더라면 어떠했을까? 아무리 그 안에서 죽을 듯 투쟁해도 결국 국민들의 관심이 없다면 외롭고 힘든 싸움이 된다는 걸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이들이 이렇게 언론 자유를 외치며 싸울 때 나는 무엇을 했을까? 먼 훗날 또 다른 반성문을 쓰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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