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요? 뭐든 자신있어요”

통복시장 소문난 쌍둥이네 반찬가게
맛있는 반찬, 주인의 정과 미소는 덤

 

 

 

어떤 분야에서든 대를 잇는다는 건 전문성이 깊어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렇게 대를 이어 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장인’이라고 부른다.

모녀가 함께 이어가는 반찬가게
“어머니가 통복시장에서 장사를 한 지는 40년, 제가 이어서 한 지는 12년이 됐어요. 엄마는 노점장사부터 시작했는데 노점에서만 30년을 하셨죠. 저도 열세 살부터 할머니를 따라다니면서 통복시장에서 장사를 했어요. 시골에서 농사지은 열무나 시금치를 팔아서 집에 필요한 생필품을 사곤 했죠”
통복시장에서 ‘쌍둥이네’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진순(54) 대표는 초등학교도 제대로 마칠 수 없었던 당시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힌다. 7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는 박진순 대표는 맏이인 언니와 함께 열심히 돈을 벌어서 가계에 보탰고 동생들을 유학까지 보낼 정도로 성실하게 역할을 해냈다.
“모두 열 식구인데 쌀 한말을 팔면 삼일밖에 못 먹었어요. 할머니가 여기 있다가는 굶어죽으니까 남의 집에 가서 일하면서 밥이라도 얻어먹으라고 하셨죠. 그때부터 청주에 있는 공장에도 있었고 서울에 올라가서 직장생활도 했어요. 평택은 마흔 세 살에 내려왔는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엄마의 뒤를 이어 이 반찬가게를 하게 됐죠”
박진순 대표는 서울에서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남편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말한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데 그건 옛말에 불과했는지 수중에 단돈 몇 만원이 없어 절절 매기도 했다는 그녀는 그때부터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 식당에서 일도 하고 학교 앞에서 분식을 팔며 생활을 이어갔다고.

어머니 손맛 이어받은 ‘명품 손맛’
“그래도 애들은 키워야하니까 닥치는 대로 일을 했어요. 그때 생각난 사람이 바로 어머니였죠. 저도 원래 음식에 재주가 있었지만 이곳에 내려와 어머니 밑에서 음식을 배운 뒤부터 점차 반찬 가지 수를 늘려갔어요. 어려서부터 가장 자신 있는 것이 바로 음식이어서인지 떡볶이를 만들어 팔아도 아이들이 줄을 서서 먹곤 했거든요”
박진순 대표는 현재 아들 둘과 함께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어머니 손맛을 물려받은 가게는 박 대표의 손맛까지 더해지면서 손님들에게 어필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이곳 쌍둥이네 반찬가게는 연일 몰려드는 손님으로 인해 하루에도 몇 번씩 김치며 반찬들을 만들곤 한다.
“아침 6시에 문을 열면 밤 9시까지 일해요. 전화가 오면 배달도 하고요. 지금은 김치, 밑반찬, 젓갈 등 50여 가지를 팔고 있는데 아무래도 전통시장이다 보니 덤이 빠질 수 없죠. 맛도 있고 덤도 있으니 손님들이 많이 몰리는 것 같아요. 지금은 전통시장 환경도 많이 좋아져서 손님들이 많이 찾는 편이죠”
박진순 대표는 설이나 추석명절만 빼고 가게 문을 닫아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때문에 그 나이 또래 사람들이 흔히 가는 여행 한번 가본 적이 없다. 단골손님이 왔다가 그냥 가면 안 된다는 신념으로 해온 일이지만 그래도 오는 10월에는 두 아들과 며느리의 적극적인 권유로 필리핀 4박 5일 가족여행을 잡았다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김치, 하루에 일곱 번씩 버무려
“아침 준비시간은 2시까지인데 따로 밥 먹을 시간이 없어서 김밥을 먹으며 일할 때가 많아요. 정작 서너 시간을 팔고 5시경이 되면 내일 장사할 것들을 준비하죠. 김치도 하루에 100킬로씩 버무리는데 한 번에 다 해놓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해야 하기 때문에 여섯 번에서 일곱 번을 버무려야 해요. 그래도 다듬고 씻는 것을 아들들이 도와주니 지금은 조금 편해진 거죠”
쌍둥이네 반찬가게는 규모는 작아도 단골이 많다. 새벽에 준비해도 오이지 같은 경우는 하루에 두 번, 알타리는 세 번, 밑반찬은 하루에 한번 만들어 판매하기 때문에 잠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을 여유란 꿈도 꾸지 못한다. 특별히 달거나 맵지 않은데도 묘한 감칠맛이 있어 입소문을 통해 제주도까지 택배를 보내기도 한다.
“사람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면 다 만들어주고 배달도 해요. 제사준비, 생일음식, 집들이 음식도 종류별로 다 되죠. 손님들하고 사는 얘기 할 때가 제일 좋아요. 이런 게 사람 사는 재미잖아요. 한번 먹어본 사람들이 손님을 모시고 오거나 쌍둥이네 반찬이 제일 맛있다고 하는 말이 제일 기분 좋아요”
반찬가게를 하면서 본인한테는 한 푼도 쓴 일이 없다는 박진순 대표, 고생해서 번 돈으로 두 아들에게 집 한 채씩은 모두 장만해줬다는 그녀는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인생이 성공한 것 같다며 활짝 웃는다. 어떤 음식이든 자신 있다는 박진순 대표는 손님이 오자 손님의 건강 걱정에서부터 가족들의 안부까지 물으며 반찬에 더해 정까지 듬뿍 얹어주고 있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