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에 와서
막걸리가 새롭게 조명되고
지역마다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가 만들어졌지만
아직 옛날의 그 명성과 위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

 

 
▲ 김종덕 회장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우리가 마시는 술에도 ‘패스트푸드 술’과 ‘슬로푸드 술’이 있다. 주정에 물을 타, 즉 희석해서 만드는 희석식 소주는 패스트푸드 소주라 할 수 있다. 반면에 곡류 등을 이용해 청주를 만들어 증류한 증류식 소주는 슬로푸드 소주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격도 싸고, 또 이미 그 맛에 길들여져 희석식 소주를 찾고, 그것을 마시고 있다. 마치 패스트푸드를 선호하는 것처럼.

막걸리는 곡류를 이용하여 맑은술 청주를 떠내지 않고 그대로 마구 아무렇게나 걸러 짠 술로 빛깔은 탁하며 맛은 텁텁하고 알코올 성분이 적은 술이다. 막걸리야 말로 슬로푸드 술이라 할 수 있다. 막걸리 중에서도 특히 생탁은 발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저온 살균한 막걸리에 비해 더 슬로푸드 술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고을마다 집집마다 맛이 차이가 나는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가 있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하에 주세법에 의해 집에서 막걸리를 담지 못하게 한 이후 막걸리 생산이 크게 줄어들고, 이로 인해 막걸리 문화가 크게 위축되었다. 그러던 막걸리가 2000년대에 와서 새롭게 조명되고, 지역마다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가 만들어지면서 국민들이 즐기는 술이자 음식이 되었지만 아직 옛날의 그 명성과 위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막걸리는 이화주(梨花酒), 탁주(濁酒), 농주(農酒), 백주(白酒), 가주(家酒), 모주(母酒:인목대비 모친 노씨가 술찌개미로 끓여낸 술 대비모주의 줄인말),  젓내기술, 탁배기, 탁주배기, (왕)대포, 동동주(발효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미성숙 주) 등 다양한 이름을 불리고 있다. 이러한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막걸리의 특징은 다양성이다. 다양한 막걸리, 그리고 이름에 상응하는 맛을 가진 막걸리의 복권(復權)을 기대한다.

최근에 필자가 접한 경남 언양의 복순도가(福順都家) 손막걸리는 슬로푸드 술의 예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복순도가에서는 볏짚으로 속을 채워 태우고, 햇볕에 내놓아 말린 전통항아리에 술을 담그되, 100% 국내산 햅쌀로 전통방식대로 막걸리를 빚는다. 이 과정에서 방부제나 인공 균은 첨가하지 않고 있다. 복순도가(福順都家) 손막걸리는 천연탄산이 많아 마실 때 청량감을 느꼈다.

전국 곳곳에 복순도가 손막걸리 못지않은 훌륭한 막걸리가 있을 것이다. 막걸리 애호가들은 슬로푸드의 기준인 좋고(good), 깨끗하고(clean) 공정한(fair) 막걸리, 제대로 만든 막걸리를 마시고 즐길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될 경우 슬로푸드 술 막걸리의 확산에 기여할 것이다.

슬로푸드 술 막걸리의 확산을 위해 지역을 대표하는 막걸리 정보를 모아 그것을 공유하는 것도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자료가 모이면 이를 토대로 슬로푸드 술 막걸리 지도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칼럼은 <경남신문>에 기 게재 된 것으로 필자의 승인을 얻어 본지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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