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안 터지면 다행이라는
무책임한 생각에서 벗어나
책임질 수 있는 에너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 김기홍 부소장
평택비정규노동센터

일부 전문가들은 여러 이유를 들어 원자력발전소는 안전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분들의 면면을 보면 원자력 관련 학과 교수이거나 원자력 발전소 관리업체인 주식회사 한국수력원자력과 관련된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이해 관계자들인 만큼 가치중립적이라고 말하기 곤란하다.

첫째, 완전한 안전은 없다. 2001년 근로복지공단이 원전 근로자 정씨의 사인을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또한 2012년 고리 1호 전원 소실, 2014년 신고리 1호기 냉각수 누출사례는 우리나라 원자력산업이 절대적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최근 전남 영광의 한빛발전소 4호기에서 격납건물 철판부식이 확인되었고, 추가로 한빛 1·2·4호기, 고리 3·4호기, 한울 1호기 등 총 6기에서 격납건물 철판부식 문제가 잇따라 확인되었다. 격납 건물은 방사능의 외부유출을 방지한다. 매우 중요한 건물(시설))임에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전 찬성론자에게는 ‘사소한 흠’으로 보일지 모를 이러한 문제가 체르노빌, 후쿠시마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안전한 원전도 없다.

둘째, 방사능의 위험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유엔 산하 '방사선 영향 과학조사위원회'의 2014년 보고서는 “후쿠시마 방사선에 노출된 발전소 직원이나 주민 가운데 방사능으로 사망 또는 질병에 걸린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후쿠시마 인근 지역에서는 아이들의 내부 피폭이 심각했다. 일본 시민방사능감시센터에서 지역마다 아이들 5~10명을 선별해 총 200명을 조사한 결과, 사고가 난 지 1년이 넘도록 인근지역 아이들의 소변에서 세슘이 검출되었다. 또한 미국과학아카데미는 보고서 <저농도 방사능 피폭의 생물학적 효과>에서 방사선 노출량과 암발생률은 비례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원자력이 안전하다는 보고서는 많지만 이에 반하는 자료 또한 많다. 원전 피해를 겪어보지도 않은 우리가 과거 원전 사고를 보며 그들의 피해는 과장된 이야기라고 하는 것은 오만한 판단이다. 원전 사고를 겪은 나라의 국민들은 탈 원전을 외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핵폐기물을 완전하게 처리할 방법이 없다. 현재 원전에서 나오는 핵폐기물 처리 방식은 땅속에 방치하는 것이다. 기술 개발을 통해 핵폐기물을 이전보다 더욱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 하지만 그 또한 방식만 다른 ‘매립’일 뿐이다. 방치된 핵폐기물은 최소 10만년을 자연 속에 묻히게 된다. 고준위 핵폐기물을 완전하게 처리할 기술은 현재 없는 셈이다.

독일 정부는 핵폐기물 처분 대책이 없으면 신규 원전 자체에 허가를 내주지 않지만, 한국은 별다른 규제 없이 건설을 허가하고 있다. 핵폐기물에 대한 해법 없이 원전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땅 속에 방치한 핵폐기물 처리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과 방사능의 위협을 미래세대에 책임 전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원전은 인류가 미래를 훔쳐다 쓰는 범죄이다. 일부 원전 찬성론자들이 이야기 하듯, 미래에 핵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될 것이라는 무책임한 전망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 원전 마피아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미국, 구소련, 일본 등 원전이 많은 나라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했었다는 것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인구밀도로 보면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인 셈이다. 원자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원자력 폭탄만큼 무서운 무기와 다를 바 없다. 안 터지면 다행이라는 무책임한 생각에서 벗어나 책임질 수 있는 에너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탈원전 정책’은 단순히 위험요소만을 제거하자는 게 아니다.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무한정 사용해서는 해결방안이 없다. 우리 스스로도 원전이 필요 없을 만큼 에너지 사용량을 지금보다 줄여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원전을 줄여나가면 원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했던 심야 전기 이용도 자연스럽게 줄여나갈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야간노동도 지금 보다는 훨씬 줄일 수 있게 된다.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서라도 원전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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