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TV를 시청하다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를 보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일이 이 프로를 시청하다 보니 모두가 묘기의 대상이 된다. 신기하기도 하고 열린 입이 닫히지를 않는다.
그런 생활의 달인들을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겹친다. 그러면서도 그 달인들이 존경스러워 지기까지 한다. 모두가 하나같이 자신의 주어진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었고 밝고 건강한 표정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국 곳곳에 있던 새로운 달인들이 소개될 때마다 ‘정말 대단하구나.’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한편으로는 인간의 창의성과 능력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다. 도대체 어떻게 하다 저런 달인이 되었을까. 저렇게까지 할 정도로 숙련되기까지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 분명한데 어떻게 포기하지 않고 저런 경지에 이를 정도가 되었을까 너무도 평범해 보이는 ‘생활의 달인’들이 보여주는 상상력과 탐구심에 새삼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신의 경지에 기술로 승화시킨 달인은 자기를 낮추며 겸손하기까지 하다. 오만함을 보이지도 않는다. 대단한 그 기술을 칭찬이라도 할라치면 하나같이 같은 목소리를 낸다. “별게 아닙니다. 누구라도 저처럼 오래하면 다 할 수 있거든요” 아니다. 그들이 이처럼 숙련된 기술로 달인이 된 것은 나름대로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여러 방법으로 기술을 궁리하고 개발했기 때문이다.
또 있다. 달인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함께 늘 자신이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어떤가 무슨 일을 할라치면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고 또 남을 헐뜯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오만과 교만함으로 자기만이 최고인 것처럼 은근히 뽐내려 하지 않았는가. 달인처럼 겸손함을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솔직히 내 경우 남에게 예의를 지킨다고는 하지만 나 자신을 낮추지 못했고 겸손하지도 못하다. 불쑥불쑥 교만함이 드러나면서 자신을 내세우려는 경우도 허다했다. 며칠 전에도 고등학교 총동문회에서 ‘모교를 빛낸 자랑스러운 동문’으로 선정되어 모교 60년사에 기록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이런 상을 받기 전에도 46여 년간 사회봉사활동을 하면서 많은 상을 탔기 때문에 이번 일도 당연한 것처럼 생각했다.
그런데 가족들이 의외로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너무 많은 상을 타기도 해서 그렇지만 그렇게 자랑스러울 만큼 일을 했느냐 하는 데는 할 말을 잃었고 얼굴이 화끈거리도록 부끄럽기까지 했다. 살다보면 우리 인간들이란 별거 아닌 것 갖고 자만심을 내세우고 탐욕으로 가득 찬 아상(我相:자신에 대한 오만함)을 여실히 드러낸다. 아마 생활의 달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마음을 비워서 일게다.
글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작심하고 그럴 듯하게 쓰려고 하면 오히려 더 글을 쓸 수가 없다. 그냥 주제만 정하고 펜 가는대로 가볍게 쓴다는 기분으로 어깨에 힘을 빼고 쓰면 그게 더 잘 써진다. 생각이 많으면 글쓰기가 더욱 어렵다. 달인을 보면서 내린 결론이기도 하다.
불에 달궈진 쇠를 많이 두들길수록 제대로 된 칼이 나오듯이 너. 나 할 것 없이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겸손함을 통해 자신을 다듬고 수련해야 할 것이다. 옛말에도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의 직위가 높고, 학위가 높을수록 좀 더 겸손함과 베풂과 나눔을 가슴 속에 차곡차곡 채워나가며 마음을 비워야 하리라.
주변에 보면 목에 힘을 주며 눈에 불을 켜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뭔가 일을 내보겠다고 어깨에 잔뜩 힘을 준 채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대권주자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바꿔야 한다’고 난리다. 그러나 누구도 마음을 비우고 나라를 걱정하는 겸손한 사람들로 느껴지지 않는다. 생활의 달인처럼 마음을 비우고, 목에 힘도 빼고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지다 보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낮은 자세에서 더 많이 내줄수록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深頌 안 호 원
한국심성교육개발원장
심리상담사,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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