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으로 인한 문제가
대두되는 지금이야말로
임산부의 여건을 가장
신경써야할 때가 아닐까

 

 

 
▲ 홍민정/평택여고 2
clava735@naver.com

지난 9월 23일 토요일 용산 아이파크몰을 가기 위해 전철을 탔다. 8시라는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주말이기 때문에 이미 자리는 만석이었다. 그러던 중 내 눈에는 분홍색으로 칠해진 임산부 배려석이 눈에 들어왔다. 이날 내가 전철을 탄 4시간동안 임산부 배려석을 이용한 사람들은 노인, 여성, 남성 모두였다.

임산부석은 2013년 12월부터 시행된 제도로 초기 임산부는 외관상 티가 나지 않아 자리 양보를 받지 못하는 사정을 배려해 생겨났다. 이러한 임산부석은 노약자석과는 달리 강제적이지 않다. “되도록 임산부에게 양보하세요”라는 취지를 가진 배려석이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임산부가 아닌 사람들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을 경우 취지에 어긋나고, 비워 놓기엔 좌석 이용이 비효율 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임산부 배려석이 생기면서 오히려 임산부에게 자리 양보를 안 하는 역효과를 부르기도 한다.

또한 임산부 배려석은 다른 교통 약자들을 차별한다는 비판도 있다. 교통약자에는 크게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어린이 등을 뜻하는데 그 중 ‘임산부’만 차별 대우를 해준다는 것이다.

해당 제도가 정착한지 약 4년이 되가는 지금, 임산부 배려석은 유명무실하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여성전용으로 이용됐으나 현재에는 임산부가 아닌 노인, 여성, 남성 모두가 아랑곳 않고 ‘사이좋게’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임산부 배려석으로 지정된 자리가 모두가 앉고 싶어 하는 소위 지하철 명당자리로 불리는 입구 앞 맨 끝자리라는 것도 한 몫 한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노약자석을 늘리고 노인 뿐 아니라 임산부도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임산부 배려석 제도 시행 후 생길 문제점들을 간과한 채 제도를 시행했다. 제도를 시행하기 전에 취지에 맞는 제도적 준비와 홍보에 대한 고려를 했을 리 없다.

결국 이런 문제점들이 일상 속 SNS를 통해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임산부 배려석 캠페인을 국가적 차원에서 제도 수정이나 관련 활동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계속되는 공론화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관심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문제가 대두되는 지금이야말로 임산부의 여건을 가장 신경써야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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