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역사영화와는 다르게
역사 속 피해자의
능동성을 체험하고
잔잔한 감동의 틈에
스며들고 싶은 사람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 김가연/현화고2
rlrlarkdus@naver.com

한국은 역사를 주제로 한 영화가 특히 많은 나라다. 매월 개봉하는 쟁쟁한 최신 영화들 중 역사를 주제로 한 영화가 적어도 하나는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역사 영화들은 우리의 눈길을 끈다. 세계인의 눈에서 보면 지구의 코딱지만 한 나라일지언정 우리는 단일민족으로서 우리의 모든 역사를 소중히 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설령 그 역사가 승리로 점철된 것이 아닌 아픔의 역사라고 해도 말이다.

아픔의 역사를 주제로 한 역사 영화는 한국 영화에 흔하다. 가장 유명한 영화를 꼽으라면 <암살>, <국제 시장> 등이 있겠지만 이번에는 ‘가장 유명한’보다는 ‘가장 감명 깊은’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영화를 소개하고 싶다. 바로 2017년 9월 21일 개봉한 <아이 캔 스피크>라는 영화이다.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를 역사를 주제로 한 영화이지만 지금까지의 위안부 주제 영화와는 다른 능동성을 지니고 있다.

주인공인 나옥분 할머니는 우리 삶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인물이다. 까칠하고 원칙적이지만 그 누구보다 이웃들의 안전을 생각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캐릭터. 물론 흔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우리의 ‘평범하다’란 범주에서 어긋난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영화 초반에는 이 영화가 역사 영화라는 것에 대해 의아함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이 바로 여기 있다. 우리는 대부분 ‘위안부 피해자’라는 말을 들으면 비일상의 범주로 간주하지만 그 본질에 집중한다면 ‘우리 주변에 있을 수도 있는’ 일상 속 한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특이하다. 이 영화는 과거가 아닌 현재에 초점을 맞추고 당당하게 사과를 요구하는 능동적 여성의 모습을 그린다. 지금까지의 어떤 영화가 아픔을 두고 이토록 당당할 수 있었을까.

사과를 받기 위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영어를 배우는 주인공 나옥분 할머니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아이 캔 스피크>라는 영화 제목에 딱 맞는 내용이나 다름없다. ‘I, CAN’ 모두가 제 편이 아닌 상황에서도 “할 수 있다”를 외치며 결국 성공하는 피해자의 모습은 여타 현실적인 영화들보다 큰 감동을 준다. 아픔을 쥐어짜지도 않고 감동을 갈구하지도 않는 영화이지만 이 영화의 벅참은 다른 영화들보다 진하게 우리 마음의 한구석에 녹아든다.

영화를 보는 내내 발끝부터 벅참의 물결이 스며들었다. 그 물결은 영화가 이어지는 내내 계속 차오르더니 결국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지점에서야 턱 끝에 닿았다. 그리고 새카만 화면이 모두 올라간 후에는 나도 모르게 “좋은 영화였다”라는 감상평을 뱉어내고야 만다. 기존 역사 영화와는 다르게 피해자의 능동성을 체험하고 잔잔한 감동의 틈에 스며들고 싶은 사람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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