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의 특성에 맞는
여성친화도시 조성 시급하다

 

여성이 매력적으로 느끼는 도시여야 경쟁력 있어
여성 정책 만들 성性 인프라, 타 도시 비해 낮아
개념적 기초 튼튼히, 사회적 공감대 이끌어내야

 

 

현재까지 정부에서 지정한 ‘여성친화도시’는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 76곳에 이른다. 아직 평택시는 여성친화도시를 표방하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이는 당연한 수순으로 진행될 것이라 믿는다. 그 이유는 넓게 보면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이고 우리나라도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전국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좁게 보면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 여성이 매력적으로 느끼는 도시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활기 있는 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곳곳에서 도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부터 여성친화도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으며, 지자체로는 서울시가 2007년 ‘여성이 행복한 도시 만들기’를 처음 추진했다. 여성가족부는 2009년 익산시와 여수시를 ‘여성친화도시’로 지정해 미래 도시를 구축하는 핵심브랜드로 시행해오고 있다.
역동적인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평택시는 어느 도시보다 빨리 여성친화도시로의 표방과 그에 따른 실천이 필요하다. 살기 좋은 도시 평택, 정주하기 좋은 평택을 만드는 일은 역동적인 변화와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도시의 가치를 빛낼 수 있기 때문이다. - 편집자 주 -


■ 여성친화도시?

‘Women Friendly city·여성친화도시’란 여성에게만 편중된 도시개발 개념이 아니다. 그동안 남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킴으로써 남성과 여성이 지역정책과 발전과정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혜택의 분배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선진화된 도시정책 모델이다.

여성친화도시 개념이 시작된 1970년대 북미에서 일어난 ‘밤길 안전하게 다니기’ 캠페인을 살펴보면 처음에는 밤길을 안전하게 다니기 위해 소외된 지역과 우범지역에 새로운 도시 공간을 조성했으나 처음 의도했던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자 했던 목적을 넘어 결과적으로 지역사회 모두의 안전과 편의를 이끌어내는 효과를 거두면서 점차 세계적으로 확대돼 왔다. 따라서 여성친화도시란 여성에게 불편한 환경은 남성도 불편하고 여성이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개념으로 인식되면서 지역사회 발전정책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됐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짚을 필요가 있다.

여성문제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은 계속 변해왔다. 초기에는 잔여적이고 개인적인 변수로 보았던 여성 중심적 사고(women-in-development)가 있었고, 이후 각종 제도나 정책에 포함된 특정 개념이 특정한 성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은지, 성별에 따른 역할의 고정관념이 개입되어 있지는 않은지 등의 문제점을 검토하는 성인지적(gender sensitive) 사고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정책기조와 추진체계 내용 면에서 적극적으로 양성평등을 강조하고 통합하는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로 발전되고 있다.

성주류화의 시작점은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인식하는데서 비롯된다. 성불평등의 근원은 기존의 사회구조가 양성에 대해 중립적이지 못한데서 기인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단편적인 접근이 아닌 종합적이며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 제1회 건강한 모유수유아 선발대회에 출전한 참가자들

 

■ 여성이 살고 싶은 도시 평택

도시가 충분히 매력적이라면 자신이 살고 싶은 도시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마련이다. 향후 인구 100만을 추구하는 평택이라면 더더욱 여성에 주목하고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평택의 현실적 여건은 타 도시에 비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평택은 다른 도시에 비해 미세먼지가 많은 지역이고,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도 많지 않다. 숲이나 공원도 부족해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갈수록 도시가 산업화되면서 감성이 메마른 도시로 전락하고 있다. 이런 평택의 열악한 환경들은 얼마 전 평택시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200인 원탁 토론에서 평택시가 지향해야 할 지점을 묻는 질문에 ‘문화도시 평택’을 1순위로 꼽았다는 점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평택시청에 생긴 직장어린이집만 보더라도 ‘직장어린이집 설치’에 대한 의무가 강화되면서 더 이상 보육시설 설치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우선 본청에만 보육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고 결국 2016년 3월이 돼서야 개원했다. 송탄출장소와 안중출장소에도 ‘직장어린이집’ 설치가 요원하다. 그동안 평택시 여성공무원들의 일·가정 양립에 대한 꿈은 조금 더 멀었던 셈이다. 일반 기업이나 작은 조직에 몸담고 있는 여성들은 이보다도 열악하다. 이것은 단순히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현실적 상황을 체감하지 못하는 인식의 문제에서 기인한다.

여성에 대한 문제점은 여성이 가장 잘 알 수 있으나 평택시는 여성주민자치위원장의 비율도 경기도 평균보다 낮고, 각종 위원회에 위촉되는 여성참여 비율 역시 경기도 평균인 40%보다 미달된다. 지방의회 여성 당선자 비율도 경기도내에서는 낮은 편에 속하고, 광역의회 의원 역시 평택 출신 여성은 부재하다. 이는 여성정책을 만들 수 있는 인프라가 다른 도시에 비해 낮다는 것을 뜻한다. 대부분의 여성정책이 남성들의 시각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여성친화도시 평택을 지향하는 데 있어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여성고용이 부진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나 가정폭력도 많다. 이에 대한 법 제정이 양적으로 많아지고 있지만 이러한 형식적인 것이 여성문제를 축소시키거나 근절시키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게 보면 법제정과 이행에 있어서의 실효성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 현실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여성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정책이 소리만 요란하고 실효성 없는 사업으로 일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여성친화도시 조성의 필요성을 이론적으로 정립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여성친화도시라는 개념이 애초부터 학문적인 관심보다는 실천적 요구에서부터 출발했기 때문에 여성운동과 정책적 차원의 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론적 기초에 대한 논의는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여성친화도시가 정책적인 지속성을 가지고 지역사회에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우선 개념적인 기초를 튼튼히 할 필요가 있다.
 

▲ 우리 사회 공동의 책임으로 자리잡아야 할 육아문제

 

 
■ 지역 특성에 맞는 여성정책

<2010년 여성친화도시 조성 매뉴얼>에 따르면 ‘여성친화도시’란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실행하는 지역여성정책의 새로운 모델로 지역정책의 공간적, 물리적, 사회적 측면에서 안전과 편의, 참여와 성장에 대한 일상에서의 여성의 요구를 반영하고 그 혜택이 주민 모두에게 고르게 돌아가면서 지역공동체 회복과 삶의 질이 구현되도록 하는 종합적인 지역 여성정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특정한 성에 대한 유불리를 따지는 성인지적 관점과 객관적 기준을 바탕으로 제시한 가이드라인일 뿐이다. 실질적으로 여성친화도시는 지자체의 지역적 수요에 따라 직접 계획하고 조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즉 지역의 특수성과 주민들의 요구가 가장 중요한 정책가치와 목표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여성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정책방향은 일반적인 <평택시 사회조사보고서>를 토대로 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기본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으나 실질적으로 여성친화도시를 만들 때는 이것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여성 시민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우선순위를 제정할 필요가 있다.

정책은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고 시민의 정책수요에 부응해 함께 호흡하는 정책만이 여성들의 삶과 시민들의 삶을 진일보시킬 수 있다. 따라서 여성친화도시 조성을 위해서는 우선 평택시에 사는 여성들이 평택을 어떤 도시로 인식하고 있는가에 대한 사전조사가 필수이고 그들의 요구를 면밀히 살피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여성가족부의 평가지표에 근거한 이론상의 여성친화도시가 아니라 평택이라는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정책이어야 한다.

여성친화도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과 여성친화도시의 핵심가치에 기초한 평택만의 여성친화도시 정책추진, 그에 따라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정책과제 발굴이 필요하다. ▲정책결정과정에 여성의 참여보장, 여성의 정치참여 기회 확대 등의 ‘평등과 형평성’ ▲일·가정 양립, 남성의 돌봄 참여, 돌봄 편의시설, 가족친화마을 조성 등의 ‘가족과 돌봄’ ▲여성폭력피해방지, 공공보건의료서비스 강화 등의 ‘건강과 안전’ ▲여성친화시설인 수유시설이나 화장실 등 확충, 공원이나 녹지 네트워크 구축, 여성을 배려한 도시설계 등의 ‘도시와 친환경’ ▲여성일자리 정보제공, 양질의 일자리 확보, 여성 취창업 지원 등의 ‘일자리와 경제’ ▲성평등 가치가 반영된 교육지원, 여성의 능력개발 지원 등의 ‘교육과 문화’ ▲여성친화도시 민관협의체 구성, 여성공동체 활성화 지원 등의 ‘참여와 소통’으로 여성친화도시 평택의 핵심가치를 정하고 이를 목표로 우선순위에 따른 주요 정책과제들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책이 실제적으로 반영돼서 결국 여성친화도시가 추구하는 목표, 즉 안전과 편의, 참여와 성장을 추구하고 지역공동체가 회복되게 하는 제도 마련이 필수라 할 것이다.

▲ 축제에 참여한 평택지역 여성들

■ 여성친화도시 평택으로 가는길

여성의 사회참여 기회가 확대되고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역할의 경계도 많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정책적 배려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특정한 성별집단이 소외받지 않고 모두가 평등한 지역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민들의 의사가 정책수립과 집행되는 과정에 민주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도시발전을 위해 다양한 행동주체들이 참여하는 것은 점차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으며 평택시 역시 거버넌스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도시정책에 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여성친화도시를 조성함에 있어서는 부족한 지점이 많다.

우선적으로 평택시민들의 의견을 들었다면 이후 행정에서 여성친화도시 지정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첫째, 현재 여성친화도시를 표방한 다른 도시들을 비교 분석해 정책적인 시사점을 도출해야 한다.

둘째, 지역의 오피니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일반인과 지역 오피니언의 정책인식과 참여수준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셋째, 예산확보와 조직인력의 별도 배치가 필요하다. 여성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모니터링 지표를 개발하고 세부지표를 가이드라인에 따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민참여단을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별도의 위원회를 두어서 기본방향과 전략, 계획수립, 시행, 자문 등의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위원회는 국·과장급 공무원은 당연직으로 하고 민간에서도 위원을 위촉해 다양한 여성들의 입장이 고르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사회 단절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여성 육아

넷째, 화려한 계획수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여성친화도시가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도시환경을 변화시켜 도시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까지 이르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평택시만의 조례를 별도로 만들어서 예산과 인력지원까지 구체화해야 한다. 조례로 구체화되지 않으면 어느 한 부분은 소홀하기 쉽고 그 부분이 소홀해지면 전체적으로 여성친화도시를 조성하기 어렵다. 그리고 제도만 설치하고 집행되지 않는다면 제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다섯째, 도시와 농촌이 함께 하는 도농복합도시, 삼성과 엘지가 공존하는 경제도시, 주한미군이 함께 하는 국제도시, 항구가 있는 항만도시 등 평택이라는 지역적 특성에 맞는 맞춤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따라서 철저한 ‘지역기초 통계조사’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사업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지역 브랜드로 만들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한다.

여섯째, 여성을 중심으로 한 공공디자인 정책사례를 비교 평가하고 여성친화도시의 평가기준을 제시해 이를 새로 건축하는 공공디자인 정책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여섯째, 젠더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남성을 포함하되 평택시장, 여성공무원, 평택시의회 여성 의원, 여성 기업인, 지역 시민단체 여성대표, 여성 시민을 구성원으로 해서 여성의 시각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성친화도시 조성을 위해 무엇보다도 우선돼야 할 것은 시민들이 여성친화도시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실생활과 괴리되지 않은 여성친화도시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민들의 의식조사나 생활밀착형 조사가 있어야 하고, 시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파악한 뒤 추진될 정책들을 평택의 상황에 맞게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순서를 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 글·임봄 기자
   편집·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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