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마련 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 공공부문의 정규직 가이드라인 발표
정부 발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기대 못 미쳐
가이드라인, 비정규직 차별 해소하는 출발점 돼야


지난 7월 20일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5가지 기본 원칙은 ▲상시·지속적 업무 정규직 전환 ▲충분한 노사협의를 통한 자율적 추진 ▲고용안정 ▲차별개선 ▲일자리 질 개선 등의 단계적 추진이다. 이는 중앙정부·자치단체·공공기관·지방공기업·국공립 교육기관 852개 기관을 1단계로, 자치단체 출연·출자기관,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자회사를 2단계로, 일부 민간위탁기관은 3단계로 추진한다는 계획이었다.
정부에서 먼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면서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 효율성과 이윤 중심, 규제완화를 앞세워 공공부문에서 광범위하게 비정규직을 확산해 온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정부에서 상시·지속적 업무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모범적인 공공부문 사용자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에 가이드라인 발표 의의가 있다.
특히 ▲상시·지속적 업무의 판단기준을 완화한 점 ▲파견·용역과 같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포함된 점 ▲무기계약직에 대한 차별해소와 처우개선이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점 ▲전환 예외사유에 해당하더라도 기관의 상황을 감안하여 전환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 점 ▲전환 심의위원회와 정규직화추진단 컨설팅 팀에 노동계 참여를 보장한 점 등은 양극화 해소, 비정규직 축소와 차별해소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읽힌다.
이후 정부에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사업의 연차별 실행계획 등 그 세부내용을 지난 10월 25일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발표한 20만 명 전환규모는 공공부문 전체 비정규직 전체 41만 6000명 중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상시지속업무 31만 4000명 중 전환제외자가 14만 명 정도로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고, 상시지속업무 정규직화를 원칙으로 한다는 기조에 비춰, 7월 20일 가이드라인과 마찬가지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이다. 더욱이 기간제 정규직 전환시기가 애초 2017년 말에서 2018년 상반기까지로 연장된 점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각 기관별 실태조사 결과 공개와 제외된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후속 전환 대책이 나와야 한다. 이렇게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온 이유는 정부 가이드라인이 여러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 정규직 전환 예외 사유 문제

정규직 전환 예외 사유 축소
예외대상도 대책마련 있어야

먼저, 전환 예외 사유이다. 정규직 전환 예외 사유는 지난 정부보다 상당히 축소됐고, 정부 발표에 의하면 제한적 예외라고 하고 있지만, 교사·강사 등 일부 직종을 명기하고 있고, ‘자회사를 포함해 다른 공공기관에 위탁 또는 용역사업을 주고 있는 경우’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정규직 전환을 의도적으로 막는 악용의 가능성을 열어놓아서 결국은 노사 갈등과 분쟁의 여지를 열어놓은 것이다.
기간제 정규직 전환 예외 사유라 하더라도 기관의 상황을 감안하여 전환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기에 정규직 전환을 원칙으로 추진돼야 하고, 설사 예외대상이라 하더라도 고용보장과 안정이 담보될 수 있는 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정규직 전환 예외 사유로 들고 있는 ‘경과적 일자리’라 불리는 더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한 공공사업성 한시적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둔 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논리이다. 또한 교육기관에서 비정규직의 다수를 차지하는 기간제 교사와 강사를 제외함으로써 정규직 전환 정책이 반쪽뿐일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 자회사를 채용 방식 문제

원청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식
노사 간 극한적인 대립·갈등 유발

파견·용역의 정규직 전환 시 자회사 방식을 포함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자회사 방식은 실질적 노동조건의 결정권을 원청이 가지고 있는 현실에서 원청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식이고, 또 다른 외주 용역에 불과하다는 것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으며 노사 간 극한적 대립과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상징적 공간인 인천공항공사가 결국은 자회사를 통한 채용 문제로 논의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만 보아도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노사와 전문가 협의를 통해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추진돼야 분쟁의 소지를 막을 수 있으며 안정적인 일자리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채용방식과 관련하여 일부 직종의 경우 고용승계 원칙과 함께 공정채용이라는 경쟁방식을 열어놓음으로써 탈락자, 즉 해고자가 발생하는 등 해당 기관별 노사분쟁이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고용보장을 포함한 보완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 일자리 개선의 단계적 추진 문제

정해진 기간 없으면 여전히 비정규직
공공부문부터 적극적인 전환 선도해야

정부는 정규직 전환 원칙을 ‘고용 안정, 차별 개선, 일자리 질 개선’이라는 단계적 추진을 제시했는데, 이는 결국 처우개선이 후속 대책으로 밀리면서 차별적 처우에 고통 받고 있는 당사자들에게 계속해서 ‘기다려 달라’는 무책임한 요구로 될 수밖에 없다.
학교비정규직 등 무기계약직이 많은 직종의 경우 고용안정과 차별, 처우개선이 동시에 병행 돼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무기계약직도 정규직’이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무기계약직 처우개선을 포함시켰듯이 기간의 정함이 없이 차별적 처우에 고통 받는 무기계약직은 여전히 비정규직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응당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지, 고용안정을 먼저 이루고 순차적으로 차별을 개선해 나가자고 하는 것은 질 나쁜 일자리를, 저임금 정규직을 그대로 두겠다는 뜻이고 이래서는 일자리 질 개선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적극적으로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을 공공부문에서부터 선도해 나가야 민간 기업 비정규직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

 

 

■ 정규직 전환시기와 관련한 단계적 추진

정규직 전환 시기 최대한 앞당겨야
간접고용 노동자도 전환 추진돼야

또한 정규직 전환 시기와 관련한 단계적 추진도 문제다. 1단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밀려난 2단계, 3단계 전환 대상 기관 또한 시급한 실태조사를 추진해 전환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나가야 한다.
1단계 전환대상에서 빠진 지자체 민간위탁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규모도 광범위하다. 지자체의 대표적인 간접고용노동자인 생활쓰레기 청소, 쓰레기 소각, 재활용선별, 하수처리, 도로보수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바로 지자체 민간위탁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부정부패와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는 수많은 위탁 계약을 시급히 철폐해야 한다. 이러한 민간위탁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가이드라인에 3차 대상으로 ‘일부 민간위탁 기관’으로 명시한 것도 우려스럽다.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에 고용돼 있는 재택 위탁 집배원, 수도 검침원, 작은도서관 사서 등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해 읍·면·동 직업상담사, 다문화가정 방문지도사,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등 예외 없는 민간위탁 비정규직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 추진돼야 한다. 나아가 이번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책에서 빠져 있는 시간선택 임기제 공무원도 내년에는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시간선택 임기제 공무원도 한시적 계약직이기 때문에 대표적인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 가이드라인 일정 미 준수 문제

전환심의위원회도 제대로 안 이뤄져
비정규직에 대한 지자체 시각 드러나

정부 가이드라인 상 기간제와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의 전환 시기가 9월 중이었음에도  평택시와 안성시 모두 용역의 경우에는 손도 못 대고 있으며 기간제 전환 심의위원회마저도 평택시는 10월 30일 한 차례 진행했을 뿐이며 이후 일정도 미정인 상태이다. 안성시는 1차 전환심의위원회도 열지 못한 상태이다. 평택시와 안성시 모두 기간제 전환심의위원회가 종료되면 파견 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협의회’를 진행할 계획인데 올 해를 넘길 확률이 매우 높다. 8월부터 시작된 부천시, 9월부터 진행된 고양시, 수원시, 오산시, 양주시에서는 이미 기간제 정규직 전환 규모를 발표했다. 경기도는 이미 9월에 정규직 전환 규모를 발표했고 기간제, 용역뿐만 아니라 정부 가이드라인 상 내년 상반기에 추진 예정인 경기도 산하기관과 출자·출연기관까지도 11월에 동시에 정규직 전환 추진을 해 나가고 있다. 그만큼 지자체에서 준비가 덜 되어 있다는 것일 수 있고 그 안에는 비정규직 문제를 바라보는 지자체의 보수적 시각도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다.

 

■ 비정규직 해고 문제

계약기간 만료 등 해고발생 가능성
지자체, 자의적으로 계약갱신 진행

지금 일부 현장에서는 정규직 전환이 가시화되자 기존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전환 시기가 여러 이유로 늦춰지거나 분쟁이 발생하고 지속될 경우 계약기간 만료와 정년을 이유로 한 해고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러한 사례가 없도록 가이드라인을 보완하면서 현장실태를 면밀히 점검하고, 철저한 근로감독으로 정규직 전환이 비정규직 해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상시지속업무에서마저 해고를 남발하고 있다. 평택시립도서관에서 일 년 단위로 계약을 반복 갱신해 오던 기간제 노동자 2명이 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됐다. 평택시 부서별로도 적용하는 기준이 다르다. 즉 어느 부서는 일 년 단위 계약 갱신을 하고 또 다른 부서는 계약 갱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별로 다르다. 인근 안성시에서는 반복 계약 갱신을 하는데, 평택시는 거부한다. 자의적 기준에 의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 특별 실태조사 결과 공개

실태조사 결과 투명한 공개 필요
평택·안성 모두 결과 공개 안 해

‘특별 실태조사’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전환의 기준에 대한 혼선, 전환사업에 대한 부족한 이해 등이 확인되고 있으며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전환사업을 회피하려는 개별기관의 시도 또한 드러난 바 있다. 특별실태조사의 결과를 공개해 이를 바탕으로 발표된 내용, 향후 이행될 전환사업의 실제 등에 대해 이해관계자 등을 포함하여 사회적으로 논의되고 계속해서 모니터링 돼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노동계 등 이해관계자와 폭넓은 협의’ 등의 표현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 당사자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협의의 시작은 기본적인 정보의 공개일 것이다. 평택시와 안성시 모두 차일피일 미루며 특별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 않다.

몇 가지 우려와 한계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데 있어 정부와 공공기관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의 한계와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 대책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위한 정규직 전환이라는 취지와 의미가 전면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책임과 역할을 다 해야 한다. 비정규직 전환 규모에 따른 공공기관 경영평가 반영 점수 강화, 총액 인건비 증액 등 범정부 차원에서의 전향적인 후속조치를 기대한다.
특히 정규직 전환 추진 과정에서 어떠한 이유로도 누락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없도록 정확한 실태조사를 진행해야 하며 투명한 진행이 될 수 있도록 노동조합과 합의를 통해 전환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가 모든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실망과 좌절이 아니라 실질적인 희망을 주는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비정규직 차별 문제가 해소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 글·김기홍 부소장
평택비정규노동센터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부위원장
편집·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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