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언론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인식해야 한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
공간적 이해가 수반돼야만
이면에 숨겨진 진실까지
파악할 수 있다

 

 
▲ 김해규 소장
평택지역문화연구소

근대민주주의를 완성한 프랑스에서 언론은 제4의 권력이라고 부른다. 1981년 미테랑 대통령은 ‘언론의 독과점 방지와 다양성 보장법’을 제정했다. 핵심은 언론의 독과점과 여론 호도를 방지하기 위해 언론 통폐합을 할 때는 주주 한 사람의 소유지분이 15%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르몽드’는 프랑스에서도 지성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신문이다. 근래 르몽드가 언론권력화 되었다는 비판이 거셌다. 르몽드에 대한 국민과 언론의 비판은 그만큼 르몽드를 사랑하고 신뢰한다는 방증이다. 언론은 부단히 사회를 감시하는 한 편 권력화 되지 않도록 스스로 감시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는 프랑스 언론에서 배울 점이 많다. 프랑스 언론에 우리 언론현실을 비춰보면 부끄러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평택시사신문>이 창간 6주년을 맞았다. 자본에서 취약하고 인력과 취재여건이 열악한 상황을 극복하고 6돌을 맞은 신문사에 심심한 감사와 찬사를 보낸다. 창간 6주년을 맞아 필자는 언론 또는 지역 언론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해 몇 가지 숙고하려 한다.

<평택시사신문>은 ‘평택’이라는 공간에서 지역 언론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인식해야 한다. 지역적 정체성은 지역에 대한 시간적, 공간적 이해에 기반을 둔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 공간적 이해가 수반되어야만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이 아니라 이면에 숨겨진 진실까지 파악할 수 있다.

둘째, 철학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신문의 창간 목적, 신문사의 정체성과도 결부된다. 가치정립이 안 된 신문은 자신도 모르게 권력의 나팔수가 되고 자본에 예속 당한다.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고 비판할 수도 없다. 지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도 어렵다. 누구의 목소리가 옳은 지, 누구를 대변해야 사회정의가 바로 설지에 대한 깨달음도 얻기 힘들다.

셋째, 지역 언론은 지역사회의 공기여야 한다. 올바른 여론형성과 사회계도의 순기능을 실천하고 날선 비판정신이 살아있어야 한다. 특정 권력이나 자본과 타협하거나 예속당해서도 안 된다. 신문이 공공성을 잃고 사유화될 때, 정치와 사회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상실할 때, 제4의 권력으로 자기역할을 망각할 때 사회는 혼탁해지고 자정능력을 상실한다.

넷째, 언론의 보도과정에 시민들을 적극적이면서 유기적으로 연계시키려는 공공저널리즘을 구현해야 한다. <평택시사신문>이 평택시민들의 관심사 뿐 아니라 평택시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공론公論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론직필의 기자정신도 요구된다. 언론은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한다. 사회정의가 실현되려면 권력과 자본의 음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고발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오늘보다 내일의 삶이 기대되고 모두가 공평한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어떠한 압력에도 붓을 꺾지 말고 비판의 날을 세워야 한다.

올해 국민적 반향을 일으킨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 힌츠페터 같은 정의롭고 용기 있는 기자, ‘무엇이 정론이냐’고 물으면 약자 편에 서서 진실을 보도하는 것이 정론이라고 외치는 기자들이 많아야 한다. 그래야만 평택지역의 사회정의가 실현되고 그 중심에 <평택시사신문>이 있게 된다.

다시 한 번 창간 6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하지만 축배를 들기 전에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자. 숫돌 앞에 앉아 무뎌진 비판의 칼날을 다시 세우자. <평택시사신문>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고 지지하는 그런 언론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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