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희나 지음/책 읽는 곰
“그림책은 어린이가 처음으로 만나는 책입니다. 긴 독서 생활을 통해 읽는 책 가운데 가장 소중한 책입니다. 그 아이가 그림책 속에서 찾아낸 즐거움의 양에 따라 한평생 책을 좋아하게 될지 싫어하게 될지 결정될 것입니다. 따라서 그림책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책이어야 합니다 ”
아동문학 평론가인 화이트 여사의 말이다.
<장수탕 선녀님>을 보고 맨 처음 든 생각이 ‘내 아이가 처음으로 만나도 좋을 아름다운 책’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특별히 ‘아름다운 책’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좋을 많은 미덕을 가졌다.  공들여 차려낸 음식상을 받은 듯, 정교하고 실감나는 장면 하나 하나에 작가의 정성이 읽힌다.
어디선가 꼭 한번은 만났음직한 목욕탕 주인 할머니, 요구르트를 향해 보내는 흠모 가득한 덕지의 눈길, 아픔을 참느라 발끝까지 긴장하고 있는 아이의 벌건 얼굴과 밀려난 등의 때까지 친근하고 편안한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금기시 되었던 알몸들을 드러내니 익숙한 목욕탕이 오히려 신선한 소재로 느껴진다. 할머니 알몸, 아줌마 알몸, 아기 알몸, 단체 누드씬에도 불구하고, 19금은 커녕 정겹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이 책에 자꾸만 손이 가는 이유는 이 책이 주는 위로 덕이 아닐까. 
넘치는 뱃살과 축 늘어진 젖가슴, 가냘프지도 예쁘지도 않은 선녀님의 등장은 내 뱃살을 긍정하게 만든다. 선녀님도 그러신데 하물며… 또한, 아는 이야기도 내색 않고 들어 드리고, 얼굴 시벌개지도록 고통을 인내한 대가로 받은 ‘요구룽’을 할머니께 내미는 덕지의 수줍은 얼굴은 보는 이까지 미소 짓게 한다.
우리가 미담에서 위로받는 것 또한 같은 이치이리라. 맛있게 ‘요구룽’을 먹는 할머니의 그 만족감 넘치는 표정은 또 어떤가! 덩달아 기분 좋아지지 않는가?
이 모든 상황 뒤에 약간의 무심함과 평범함으로 무장하고 있는 뽀글머리 엄마 -예전의 우리네 엄마 같기도 한- 도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캐릭터다. 악착같이 찬 물에서 아이를 끌어내고, 왜 요구르트를 낯선 할머니께 주냐고 경계하고 간섭하는 대신, 한 발짝 물러나 있는 엄마가 있기에 요즘 애들 같지 않은(?) 덕지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최고의 위로. 열이 끓어 버얼개진 얼굴, 누런 코를 빼물고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입술로, 뜨거운 콧바람을 푹푹 뿜어내는 덕지 얼굴을 가만히 만져주는 선녀님의 서늘한 손. 그 감촉이 전해오며 까무룩 어린 시절 아픈 내 머리맡을 지키던 손길이 떠오른다.
그림책은 바로 이런 것이다. 수많은 말을 그림으로 대신할 수 있는 것.
그 함축성으로 인하여 보고 또 봐도 재미있는가 하면, 수많은 상상의 씨앗과 해석의 여지를 남겨 둔다.

 

 
 

 

 

유현미 사서
평택시립지산초록도서관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