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문화에
동화될 것이 아니라
박석수 문인의
정신을 계승하고
향토문화를 잘 보존해
미군에게 전파해야 한다

 

 
▲ 손창완 홍보국장
박석수기념사업회

지방을 여행 하다가 지역의 문인을 추모하는 문학관이 있으면 들러서 유심히 살펴본다. 우리 지역에 문인이 많은데 왜 문학관 하나도 없을까. 지역 문인들의 사랑방이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웃 안성시는 조병화문학관이 있고, 화성시에 가면 홍사용문학관이 있다. 수원시는 고은 시인, 화천군은 이외수 작가를 모시고 문학관 운영하고 있다. 최근 광명시에서 기형도문학관을 개관했고, 부천시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문학도시가 됐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 마다 왠지 모르게 지역의 자존심이 구겨지는 기분이다. 인문학은 미래의 4차 산업혁명에서 고부가 가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평택에서도 해낼 수 있고 아직 늦지 않았다고 본다. 우리에게 문인 박석수가 있지 않는가?

박석수 문인은 1949년 송탄면 지산리 805번지에서 태어나 1971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술래의 잠’으로 당선됐으며, 시집 <술래의 노래> 발간, 월간문학 신인상 소설 당선, 시집 <방화>, <쑥고개> 발간 등 시와 소설을 넘나드는 작품 활동을 펼쳤다. 특히 1993년 발간한 <쑥고개>라는 장편소설에서는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의 모순구조를 거듭 깨버리려는 박석수 문학의 본질’을 보여줬다. 이후 1996년 9월 12일 지병을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투병 중 애석하게 47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몇 년 전 필자는 지역 출신 박석수 문인에 대해 접할 기회가 있었다. 단순하게 시대적 저항시인, 외톨박이 시인으로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박석수 문인의 시는 우리 평택 지역의 애환을 가슴 깊숙이 파고들고 있었다. 그래서 4년 동안 ‘송사모 지역테마기행 문화축제’ 행사를 치르며 박석수 문인의 작품을 낭송하고 시화전을 펼쳤다.

올해 3월 한도숙 시인과 우대식 시인이 15년 전부터 박석수 문인에 대해 재조명해왔는데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국 4월 14일 평택시 신장동에 있는 송사모 사무실에서 발기인 15명이 ‘박석수기념사업준비위원회’라는 이름 아래 뭉치게 됐다.

준비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으며 기념사업회 결성을 준비한 결과 지역의 문학을 사랑하는 발기인 117명과 함께 9월 16일 평택시북부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쑥고개는 살아 있다’를 주제로 ‘박석수기념사업회’를 창립 할 수 있었다. 얄팍한 주머니 사정을 생각도 하지 않고 창립 할 수 있도록 200만원, 100만원, 30만원씩 주머니를 털어 놓은 발기인들이 있어 창립식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지난 11월 25일에는 박석수기념사업회 임원진들과 함께 박석수 문인의 묘 이장을 앞두고 참배와 답사를 겸해 천주교 용인공원묘원을 방문했다.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 도착한 문인의 묘소 앞 비석에는 20년 공원묘원 이용 기간이 지나 무연고 묘지를 정리하겠다는 묘원관리사무소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묘비가 없었더라면 그 형태를 찾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앞으로 박석수기념사업회는 문인을 재조명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생가와 평택지역에 서너 군데 문학비를 세울 계획이다. 그리고 박석수의 삶과 문학에 대한 연구, 조사, 기록, 자료수집, 출판, 보존, 전시 등의 사업과 박석수 문학을 시민과 공유하기 위한 세미나, 백일장, 문학학교 등의 사업, 박석수기념관 건립, 박석수 생가 복원사업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매년 박석수 문인의 기일인 9월 12일부터 생일인 9월 14일까지는 ‘박석수문학예술제’를 기획해 정례화 할 계획이다

박석수 문인은 평택의 정신문화로 의미가 크다. 그는 1960~70년대에 기지촌이 발달했던 지역 특수성을 작품을 통해 안타까워하며 민족의식과 향토 애향심을 드러냈다. 우리는 지금 미군문화에 동화될 것이 아니라 박석수 문인의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향토문화를 보존해 미군에게 전파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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