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건축물은 시민의 ‘자산’, 고장의 생명력 있는 ‘유산’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은 일반적으로 ‘세법상 수명 60년’
건축 20년 지난 후 노후했다고 하는 것은 부실공사 ‘자인’
박물관 하나도 없는 도시 불명예, 유휴 건축물 활용 필요

▲ 구 평택시 북부노인복지회관(서정동)
▲ 구 평택시 송탄보건소(신장동)
올 7월 26일 개관한 평택시 북부복지타운으로 송탄보건소와 북부노인복지관 등 복지시설을 이전하면서 기존 건축물과 평택시 공공 유휴 자산에 대한 사전 활용 방안 마련이 미흡했다는 보도(본지 제35호, 2012년 8월 29일 보도)에 대한 후속 보도가 여러 언론사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평택시사신문은 송탄보건소와 북부노인복지관 뿐만이 아닌 기존 유휴 건축물과 유휴 자산에 대해 관리 실태를 긴급 점검해봤다.

■ 송탄보건소
1982년 신축, 연건평 1451㎡(440평)
세법상 건축물 수명 30~50년 더 남아
건축물 철거 후 주차장 활용으로 가닥

최근 평택시 북부복지타운으로 이전함에 따라 빈 공간으로 남게 된 송탄보건소는 신장동 191-1번지 3필지에 대지 면적 1693㎡(513평), 지하 1층 지상 4층, 연건평 1451㎡(440평)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진 건축물이다.
지난 1982년 신축한 이래 네 차례에 걸쳐 필요에 따라 증축이 이뤄졌기 때문에 길게는 30년 짧게는 10여년 된 건축물이어서 일반적 건축물의 세법상 수명으로 봤을 때 이 건축물은 30~50년의 수명이 더 남았다고 볼 수 있다.
송탄보건소가 지난 7월 북부복지타운으로 이사해 옛 건물은 문이 잠긴 채 유휴 공간으로 남아있다. 특히 이 건물에 대한 활용 여론이 높아지자 평택시는 서둘러 활용계획을 세웠지만 별 방안을 찾지 못하고 기존 건물을 철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평택시 회계과 관계자는 “송탄보건소는 구조적으로 안전하고 관리가 잘 되어 있으나 냉난방과 소방 등 설비시설은 노후해 대대적인 수선이 필요하고 건물 면적대비 사용 효율이 적어 건축물 유지관리 비용이 과다하여 예산부담이 우려된다”며 “동일 용도로 사용하려면 3억원 가량의 개보수 공사를 하면 되지만 용도를 변경할 때에는 벽체, 천정 등의 전반적인 보수가 필요하고 8억원 가량의 공사비가 소요돼 타당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향후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경우 급격한 시설 노후 및 우범지역화가 우려되므로 2013년 본예산에 1억 원 가량을 반영해 철거 후 송북시장 활성화를 위한 공영주차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 북부노인복지관
1997년 신축, 지상 2층 철근콘크리트 구조
세법상 건축물 수명 45년 더 남아
건축물 구조 변경 후 복합용도로 활용

중앙동사무소 옆에 위치한 옛 북부노인복지관은 서정동 342번지에 대지 면적 2628㎡(796평), 지하 1층 지상 2층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진 건축물이다.
지난 1997년 신축한 건물로 불과 15년 된 건축물이어서 일반적 건축물의 세법상 수명으로 봤을 때 향후 45년의 수명이 더 남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평택시 회계과 관계자는 “건물 관리가 잘 안되어 시설이 너무 낙후되어 있고 지붕도 누수 돼 전면적인 보수공사가 시급하며 사무실로 리모델링할 경우 최소 3억 원 정도의 공사비가 예상된다”며 “단일 사무실로는 면적이 너무 커 복합 용도로 검토가 필요하며 당분간 활용 계획이 없으나 급격한 노후 방지를 위하여 누수 및 내부시설 보수가 시급해 2013년 본예산에 3억 원 가량을 반영해 리모델링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북부노인복지관은 북부복지타운으로 이전 초기 이 건물로 평택도시공사를 이전할 계획을 세웠으나 평택도시공사 측에서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평상시 주민자치 프로그램 운영 공간이 부족했던 중앙동주민자치센터에서는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해 평택시 회계과에 일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요청해 일부 공간은 중앙동에서 사용할 예정이다.

■ 오성복지관
1900년 신축, 연건평 1022㎡(310평)
10월중 구조 변경 착공, 올 연말 준공
평택시립 오성어린이집 이전 개원 계획

오성면 숙성리 35-1번지에 대지 면적 990㎡(300평), 지하 1층 지상 3층 연건평 1022㎡(310평)으로 지어진 오성복지관은 당초 변변한 문화복지 시설이 없던 오성면민을 위해 세워진 건축물이었으나 현 비전동 KT 부지를 매각한 후 이전을 결정한 평택군농촌지도소가 1994년 2월부터 1997년 4월까지 3년간 임시 청사로 사용해오다 인근에 청사를 신축해 옮겨가면서 경찰서 방범대 숙소로 사용하다 최근 들어 빈청사로 남아있었다.
평택시는 이 건물 1층 전체와 2층 일부를 평택시립 오성어린이집으로 활용하기 위해 3억 2000만원을 들여 10월중 구조 변경에 들어가 올 12월말 준공하게 되면 현재 오성면사무소 일부를 사용하고 있는 시립 오성어린이집을 이전해와 원생 70여명을 쾌적한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 팽성보건지소
지상 3층, 연건평 627.49㎡(190평)
구도심 활성화 공간으로 변신 추진
국제교류센터와 차별성 확보가 문제

팽성읍 안정리 152-22번지 2필지에 지상 3층 연건평 627.49㎡(190평)으로 지어진 구 팽성보건지소와 마을회관은 평택시가 안정리 쇼핑몰과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 일찌감치 구조 변경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평택시는 안정리 지역 내 지역 문화교류 기반 구축을 위한 마을 커뮤니티 공간으로 구 팽성보건지소를 활용하기로 하고 이 공간을 상인협의회 사무실과 교육장, 공방 및 동아리방, 주방과 조리실을 갖춘 키친카페, 사랑방, 옥상 공원 등으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 진행 주체가 외지의 문화기획가들이어서 다양한 프로그램은 제공할 수 있겠지만 지역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 합치의 모델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팽성지역 상권과 주민들의 분위기다. 또 평택대학교에서 위탁 운영하는 팽성국제교류센터와의 평택시 지원의 형평성, 운영 대상 및 프로그램의 차별성 문제로 많은 예산을 들여 구조 변경을 해놓고 정작 주민 참여가 담보될 수 있는지에 대한 많은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 평택군청 터
3개 시·군 통합 후 1999년 건축물 철거
초고층 주상복합빌딩 개발계획 진행
시민단체·시장, 시민문화공원 계획 밝혀

비전동 632-4번지 구 군청사는 1995년 5월 10일 3개 시·군 통합 이후 몇 년간 통합 평택시청사로 사용하다 본관, 6·25전쟁 직후 지어진 종합민원실, 군의회, 창고 1519㎡(460평)을 1999년 일괄적으로 철거해 14년간 빈 터로 남아있다.
철거 당시 1950년대 초 신축한 종합민원실 건물에 대한 역사문화적 보존 필요성이 제기된 상태였는데도 며칠 만에 군청사를 철거하는 과오를 범하기도 했다.
평택군청 터는 비전지구 지구단위계획에 편입돼 초고층 주상복합빌딩 개발계획과 관련해 사업주체인 하이파C&D로부터 매수신청이 접수된 상태다.
하이파C&D의 지구단위 계획은 2009년 1월 13일 ‘제1종 지구단위계획’ 제안서가 접수돼 주민의견 청취와 평택시 공동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2010년 1월 21일 ‘도시관리 계획 결정 및 지형도면 고시’가 완료됐다.
현재 이 사업 2013년 상반기 중 ‘주택사업 승인 및 실시계획 인가’를 정상적으로 받게 되면 공사 착공 및 분양 승인에 이어 2010년 하반기 사업 준공을 거쳐 최종 입주가 이뤄진다.
그러나 이 사업은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진 상태에서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가 군청 터 시민문화공원 추진 운동을 전개한바 있으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시장 후보로 나선 김선기 현 시장이 시민들을 위한 공원화 계획을 밝힌 바도 있어 향후 이 부지가 어떻게 활용될지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평택군청 터는 2010년부터 평택경찰서 공용차량 주차장으로 무상 임대한 상태다.

■ 유휴 건축물·자산 새로운 접근 필요
주민 의견 들어 역사문화성 살려야
평택향토사료관 활용 필요성 제기돼
건축물 수명 낮게 잡는 것은 ‘예산낭비’

평택시가 새롭게 건축물을 지을 경우 기존 건축물에 대한 활용계획을 먼저 세워놓고 건축물 신축을 진행해야 함에도 건축계획 수립시나 평택시의회 승인시 기존 건물 활용계획을 제대로 상정하지 못하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정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유휴 건축물·자산을 다시 활용하기 위해서 행정기관 내부 의견만을 의견수렴하고 많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주민의견 조사나 공청회 등은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은 극히 행정적 발상이며 현 시대가 요구하는 지역사회 합치 구조와는 동떨어진 사고다.
특히 평택군청 종합민원실은 1950년 초 같은 시기에 미군의 도움으로 건축한 평택경찰서와 평택고등학교 본관 건물이 소실된 상태에서 마지막 남은 평택지역의 상징적 근대문화유산인데도 1999년 일괄적으로 철거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 역사적 과실이다.
이와 함께 많은 향토사료가 있는데도 지정 박물관 한곳 없는 평택시의 현실에서 세법상 수명이 30~50년 남은 송탄보건소 건축물은 문화원사 및 향토사료관 용도로 국·도비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철거를 강행한다는 것은 또 다른 ‘예산낭비의 전형’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일반적으로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의 세법상 수명을 60년 정도로 보며 관급 공사의 경우 건축 시공시 예산이나 재료, 공법, 감리 등 철저한 감독이 이뤄지기 때문에 수명을 더 많이 계상해야 하는데도 평택시 공공 건축물의 경우 20년만 넘어서도 낡았다고 표현하는 것은 스스로 부실시공을 자인하는 것으로 공공 건축물에 대한 애정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최근 평택시가 공공 건축물을 다수 건축하고 또 건축 계획을 갖고 있는 최근의 상황을 계기로 유휴 건축물과 자산의 활용 방안을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공공 건축물은 평택시민의 자산이며 고장의 생명력 있는 유산이기 때문이다.
 

▲ 1950년대 초반 건축돼 평택시 근대 건축사의 중요한 유산이었으나 1999년 헐리고 만 평택군청 종합민원실(비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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