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과
신문사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 이수연 전 부이사장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수연의 세상 돋보기’를 쓴지 만 삼 년이다. 필자로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 주어진 분야는 ‘평택의 문화’였다. 가볍게 승낙했다. 마침 생소한 분야도 아니고 지역실정을 다루는 것이니까 그다지 부담이 없을 것 같은데다가 글을 쓴다는 것이 처음도 아니어서이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사십 년 전이다. 작은 전문 잡지사에서 6년 여 동안 한 달에 원고지 사오백 장 분량의 글을 쓰기도 했고 어느 기업의 홍보실에서 사보제작과 글쓰기를 또 수 년 했으며 모 기관 사외보에는 사진과 글을 연재하기도 했다. 그 것 말고도 소속 협회에서의 회보 편집과 글쓰기, 지역신문에 3년 넘도록 여행기를 싣고 인터넷에 사진 관련 글을 연재하기도 했으니 온전한 사십 년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럭저럭 그 세월쯤 된다. 이런 경험이면 평생 사진가로 살아왔다고 해도 시사적인 글을 쓰는 게 이상하지 않을 듯했다.

그러나 이때는 취재한 것들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중간자 입장이거나 대필 그리고 전문적 내용들이었다. 글쓴이의 감정을 완전하게 배제할 수는 없어도 비교적 남의 생각이나 말을 전달하려던 글들이다 보니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돋보기’는 달랐다. 삼 년을 돌아보니 나름대로 ‘평택의 문화’에 들이댄 돋보기가 ‘호기로웠다’고 해야 할까? ‘씩씩하고 호방한 기운’ 말고 ‘꺼드럭거리며 뽐내는 기운’ 말이다.

보통 글을 쓸 때는 첫 문장이나 제목 혹은 맞춤한 단어 하나라도 건지면 쉽게 풀어나간다. 그러나 휴대폰에 한 메모나 틈틈이 스크랩 해놓은 자료들이 숱하지만 ‘없는 집 제삿날 돌아오듯’ 한 달마다 찾아오는 순서를 앞두고는 매번 머리를 쥐어짜야 했다. ‘종교문제는 피한다. 정치적인 견해도 금한다. 이념적인 것도 물론이다’ 커다란 매스컴에서 다뤄서 누구나 아는 글을 새삼 거론하는 것도 안 됐다. 게다가 시사성을 내포해야하기 때문에 많은 메모들이 활자로 바뀌기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정작 내 글들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글 속 당사자들이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을 것들을 들춰낸 게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유홍준 교수가 말했다. ‘글쓰기의 어려움은 문장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생각의 바름에 있다’고. 그렇다면 3년 내내 남의 곤란한 것들을 들춰낸 내 마음과 생각은 어땠을까. 고백하건데 글의 방향을 내 안쪽으로 겨누지 못했다. 평택예술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단체가 곪아가는 것을 보면서 한 마디도 못했다. 아니 안한 것이다. 굳이 변명하자면 바뀔 것 같지도 않고 까 발겨야 누워서 침 뱉기라는 회피심리라고 할까. 나아가 평택의 문화 예술 역시 눈길을 주지 못했다. 관련해서 글을 쓰려고 하면 덕담 수준의 주례사가 되거나 ‘이웃집 원수’가 될 판이다. 그렇다면 이런 것들을 피해서 쓴 글들은 어땠을까. 그마저도 직설적 표현이나 지적 대신 에둘러 말하곤 했으니 안팎으로 물러터지기만 한 꼴이다. 외유내강外柔內剛도 아닌 외유내유였다. 결정적인 것은 내 글들이 논리를 반복하거나 소재의 빈곤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결국 여려 명의 필진이 스쳐가는 오랜 기간,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토록 배려 받아 글을 쓸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새로운 시각과 논조가 등장할 수 있도록 다른 필자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지난 삼 년의 결론이 자학적이란 말은 아니다. 글을 쓰면서 사고의 방식과 외연이 넓어졌다. 자료를 수집하다가 얻은 각 분야의 정보들은, 정리하지 않고 바라보던 ‘평택’에 대한 시각과 방향에 제대로 된 기회를 부여받았다. 이렇듯 돋보기를 들이대면서 본 평택의 숱한 장점과 무한한 가능성을 새삼스레 정립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행운의 기회였다. 어디 그뿐이랴. <평택시사신문> 독자들이 보내준 공감과 격려 그리고 사랑은 앞에 열거한 모든 것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차고 넘치는 보람이다. 언제 또 이런 호사를 누려볼 것인가.

독자 여러분과 신문사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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