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의
소중한 공간을
더 이상 자본에
내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 배진순
모산골평화공원지키기시민모임

“저수지 물을 동산으로 끌어 올려 흐르게 하면 어떨까요? 물이 흐르면 생명들이 살게 됩니다. 자연생태계가 복원됩니다”라고 한 생태전문가가 말했다. 정말 그럴 것 같다. 물에서 생명체가 태동했고 우리도 어머니 양수에서 자라지 않았는가!

돈이 없어서 공원에 아파트를 지을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생태전문가의 말은 새롭게 와 닿았다. 진짜 공원조성을 꿈꾸는 사람을 만나니 반갑다.

동삭초등학교 아이들이 부모님 또는 선생님과 공원을 찾는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도 숲 체험을 나온다. 하늘, 구름, 새, 나무, 동산, 언덕, 물, 맹꽁이, 개구리 여러 동식물들이 살고 있는 모산골평화공원은 좋은 놀이터다.

세교중학교, 평택여고 청소년들도 공원을 거닌다. 갈대와 억새가 흩날리는 걸 보기도 하고 단풍잎을 줍기도 한다. 부들을 만지다 수십만 개의 씨앗이 퍼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일요일에는 교회를 다녀온 사람들이 거닐다 가고 통복천을 걷는 사람들은 모산골평화공원에 들러 작은 동산을 오르기도 하고 카페에 앉아 커피를 한잔 마시기도 한다. 공원을 둘러싼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 모산골평화공원은 편안한 휴식처고 기대고 싶은 언덕이다. 영감을 떠올리게 하는 자연이다. 노자에게, 장자에게 자연이 스승이었듯이.

무술년 새해 첫날에 모산골평화공원을 찾았다. 동산 위로 떠오를 해를 기다렸다. 추운 날씨지만 나처럼 해님을 기다리는 걸까? 젊은 부부가 긴 의자에 앉아 동산 쪽을 바라보고 있다. 8시 10분이 되자 드디어 기다리던 해가 모습을 보인다. 떠오른 해님의 빛은 너무 찬란해서 바라볼 수가 없다. 주변을 돌아보았다. 시선이 자연스레 법원 쪽 낮은 빌라에 머문다. 동산을 바라본 상태에서 오른쪽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면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니 숨이 ‘콱’ 막힌다.

두 딸아이의 엄마가 생각난다. 5살, 7살 되는 두 딸아이를 옆집에 맡겨놓고 평택역으로 나와 1시간 피켓 들고 서명지 들고 “공원을 지켜주세요”라고 외치던 목소리. 틈만 나면 전단지를 돌리던 분! 일 끝내고 한 밤중에 현수막 붙이던 분! 애써 걸어놓은 현수막이 다음날 다 떼어졌다고 하소연하던 전화목소리도 기억난다.

두 번의 기자회견, 시장 면담, 성명서 발표, 130장이 넘는 현수막 게시, 전단지 1만 5000장 배포, 한 두 달 새 3000명 가까운 서명, 다섯 달 동안 모산골과 평택 전역에서의 1인 피켓시위, 전문가 현장답사, 시민들과 생태탐사 등 모산골평화공원을 지키기 위한 많은 일들이 있었다.

현재 모산골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민·관협의체’가 구성되어 세 차례 회의가 열렸다. 공원부지에 공원을 조성해 70%의 땅을 기부채납하면 30%의 땅에 아파트나 상가를 짓게 하는 민간개발 추진을 결정했던 전문가들과 공무원들이지만 이전의 결정을 내려놓고 모산골평화공원 조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하기로 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공원 조성은 평택시가 시민과 한 약속이니 평택시가 먼저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옳다며 이야기하고 있다.

모산골평화공원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모산골평화공원 조성은 평택시가 시민과 한 약속이다. 조성하겠다고 약속해놓고 ‘도시공원일몰제’를 얘기하며 예산이 없다고 하고 지역 형평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어렵더라도 약속을 지킬 때 믿음이 생겨나고 새로운 대안도 나온다.

평택시민의 소중한 공간을 더 이상 자본에 내주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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