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7월 17일

술 즐기는 아들 버릇 고칠 작정
쥐약 먹겠다 위협, 아버지 사망

 

 

“지난 十七일 진위군 북면 갈곶리 강위패(姜威敗)는 자기 아들 강대음(姜大飮)이가 술을 몹시 먹는 것을 버릇을 가르칠 작정으로 쥐 잡는 약을 먹고 죽는다고 위협하다가 결국 아주 죽어버렸다고 한다”(『매일신보』 1937년 7월 20일)

오늘날에는 ‘쥐 잡는 날’이 없어졌지만, 그 옛날에는 쥐 잡는 날이 있었다. 쥐는 설치류로 인간과 더불어 가장 널리 분포된 동물이며 전 세계에 퍼져 있다. 최근에는 남극과 북극에도 쥐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이 가는 곳이면 쥐도 함께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또 인간이 먹는 것의 대부분을 쥐도 먹기 때문에 함께 공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농작물의 씨앗이나 열매이다. 한 해 동안 피땀으로 마련한 곡식을 창고에 보관하면 겨우내 사람보다 쥐가 먹는 것이 더 많을 때도 있었다.

그래서 겨울이면 쥐는 인간 최대의 적이 된다. “쥐는 살찌고 사람은 굶는다”라는 포스터의 표어는 가장 상징적인 말이 아닌가 한다. 쥐 잡는 날은 ‘쥐 죽이는 날’인 셈이다. 쥐약은 정상적인 혈액응고를 방해하거나 내부 출혈을 일으키거나 신경계 기능을 교란시켜 쥐를 죽게 한다. 그래서 집집마다 쥐약을 보관했었다. 그런데 쥐약은 쥐만 잡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사람의 목숨도 앗아갔다. 때문에 쥐약을 먹고 자살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1960년대에도 쥐 잡는 날이 있었지만, 그 이전인 일제강점기에도 쥐 잡는 날이 있었다. 1937년 7월 16일, 진위군 북면 갈곶리에서 쥐약을 먹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마을에 사는 강위패姜威敗라는 사람의 아들이 술을 몹시 좋아했다.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인데, 술 좋아 하는 아들은 강대음姜大飮이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거의 매일, 그것도 인사불성 할 정도로 술을 먹었던 것 같다. 술만 먹으면 사람이기보다는 아마도 개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들의 못된 술버릇을 고쳐주기 위해 야단도 많이 쳤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런 효과가 없자 최후의 결단이 쥐약을 활용하기로 했다.

아버지 강위패는 아들에게 “또 술을 먹고 그런다면 쥐약 먹고 죽는다”라고 말을 한 것이다. 그래도 아들의 술버릇이 고쳐지지 않자, 하루는 정말로 쥐약을 먹은 것이다. 결국 아버지는 목숨을 잃고 말았다. 아들의 술버릇을 고치려던 아버지는 아들 술버릇을 고치지 못한 채 억울하게 죽었던 것이다. 아들의 술버릇이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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