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담아내고
 새로운 시대정신에 걸맞은
새로운 헌법이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 이상규 감사
평택농협(유천3동 통장)

1987년 제9차 개헌 이후 30년 만에 헌법 개정이 가시화되면서 농업·농촌·농민(3농)의 미래를 좌우할 새로운 헌법에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담보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의 농민단체와 농협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농민헌법’의 내용을 만들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농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해 농업과 농촌을 보호하고 식량주권을 실현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국가가 정책을 마련해야한다는 강제적 내용을 헌법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 개정 내용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잠시 이상한 상상을 한번 해보자.

농민들이 농사를 짓지 않고 우리 국민들의 먹거리를 모두 수입해 먹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농촌에 있는 모든 농지를 개발해 아파트를 짓고 공장을 짓는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변할까? 만일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재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그렇다 농업과 농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다양한 기능들을 수행하고 있다. 농업은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책임지는 기본의 역할 외에 식량안보, 환경보전, 생태계보전, 전통문화보전 등 다양한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한다면 2004년 정부기관인 농촌진흥청 연구 결과를 기준으로 82조 4995억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10여년 이상이 지난 현재의 가치로 환산한다면 10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그동안 국가 정책에서 농업분야가 홀대받고 소외된 것이 사실이다. 이미 스위스 등 선진국에서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해 자국의 농업과 농민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농촌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의무적으로 수행해야할 정책과 지원책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헌법 개정이 논의되는 이 시점에서 농업·농촌·농민(3농)의 미래와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위해 우리 헌법에 어떤 내용이 담겨져야 하는가?

첫째, 농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농산물 가격은 농민들의 노동의 대가다. 국가가 노동자들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최저 임금제도를 법으로 보장하듯 농민들의 최소한의 생활안정을 위해 국가는 농산물 가격에 대한 최저가격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농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농산물 가격안정과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농민이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확고히 지켜내야 한다.

둘째,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고 이에 걸맞은 수준의 지원책을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 현재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에 농업의 공익적 기능이 명시돼 있지만 강제성이 없는 기본법이다. 농업이 수행하는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는 시장을 통해 보상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가 정책적으로 이를 보상해야 한다는 내용이 헌법에 명시돼야 한다.

셋째, 먹거리 기본권 즉 식량주권 실현의 내용이 담겨져야 한다. 식량주권을 실현한다는 것은 농민에게는 기본권을 국민들에게는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모든 국민은 적절한 먹거리에 대한 권리와 굶주림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진다’는 구체적 내용을 담아야 한다.

이제 정치권은 개헌 논의를 정략적으로 이용할 것이 아니라 국민적 요구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농민의 권리와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고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중요성을 헌법에 명시해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와 재정지원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정신에 걸맞은 새로운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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