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미래는
오늘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

 

   
▲ 김기홍 부소장
평택비정규노동센터

인구 과잉에 대한 해결책으로 인간 축소 프로젝트인 ‘다운사이징’ 기술이 개발된다. 이 기술은 단순히 인간의 부피와 무게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1억 원에 해당하는 재산을 다운사이징 한 사회에서는 120억 원의 가치가 돼 왕처럼 살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영화 ‘다운사이징’ 속에서 그리고 있는 미래의 모습이다.

12.7㎝ 크기로 다운사이징 된 사람들이 사는 소인국 ‘래저랜드’. 분명 다운사이징 된 사람들이 사는 곳이지만 이전의 세상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분명 이곳의 사람들은 자유 의지로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다운사이징을 택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국가가 반대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다운사이징 기술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영화 속 ‘녹 란 트란’이라는 인물이 그 대표적 예다. 그 외에도 단순히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 살기 위해 다운사이징을 선택한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래저랜드에 와서도 부유하게 살지 못한다. 그나마 있던 재산도 다 털어 다운사이징 수술을 했기 때문이다.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어 ‘꿈의 나라’라고만 불렸던 래저랜드에도 이렇게 빈부격차가 존재한다. 래저랜드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매일 밤 파티와 사치가 일상이지만, 또 다른 한쪽에서는 수백 명의 가난한 목숨이 하루에도 몇 번이나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있다. 기적 같은 과학기술이 있어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유토피아는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인구 과잉과 이에 따른 자원 고갈 그리고 환경 파괴라는 전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할 하나의 대안으로 다운사이징이라는 기술을 개발했지만, 인구의 아주 일부만이 다운사이징을 했기 때문에 십여 년 후에도 문제는 나아지지 않는다. 결국 영화는 다운사이징이 인류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판정한 셈이다. 그렇다면 문제 해결의 대안은 무엇인가?

‘녹 란 트란’은 이 영화가 던져준 질문 거리와 그것에 대한 답을 아주 잘 드러내고 있는 인물이다. 베트남에서 반정부 운동을 하다 다운사이징 당하고, 탈출 과정에서 다리마저 잃고 본인의 생계도 어려운 와중에 래저랜드의 빈민촌 사람들을 돌본다.

영화 속 ‘녹 란 트란’의 삶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미래의 인류를 생각하기 이전에 우리에게는 아직 돌봐야 할 이웃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설령 노아의 방주 앞에서, 내일 당장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한 명의 생명을 돌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영화 초반 ‘다운사이징’ 기술이 발표되자 주인공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면서 왜 내 병은 못 고친대?”

우리는 인류와 미래를 위해 눈부신 과학기술로 삶의 질을 높이고, 미래를 대비하려 하지만 그로 인한 수혜는 결국 부유한 사람들에게도 더 많이 돌아간다. 가난한 사람들은 이러한 사회적 변화와 발전의 영광을 함께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래저랜드에서도, 천국을 즐길 수 있는 건 일정 재산을 보유한 사람들이다. 재산이 부족한 이들은 철저히 천국에서 분리된다.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가 그러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을 축소할 정도의 높은 기술력을 가진 사회에서 “그러면서 왜 내 병은 못 고친대?”라는 이 짧은 대사의 울림은 강하다. 다운사이징 기술과 병든 부모의 불치병, 인류를 위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환경오염, 인류의 미래, 빈부격차, 자본주의 등 우리 사회의 고민들이 정성스럽게 녹아든 영화 ‘다운사이징’은 결국, 인류의 미래는 바로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사회적 불평등과 같은 오늘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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