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7월 10일

조카딸 결혼시킨다고 가짜로 중매를 부탁하고
선을 보려고 가다가 산골짝에서 강도로 돌변

 

 

“경기도 진위군 오성면(京畿道 振威郡 梧城面)에 원적을 두고 주소 미정인 박명복(朴命福, 32)은 지난 칠월 십일 백주대로상에서 금품을 강탈한 사건으로, 시방 본정서(本町署)에 인치되어 엄중히 취조를 받던 중인데, 그 내용을 알아본즉 자기 조카딸을 시집보낼 터이니 중매하여 달라고 양주 사는 안흥준(安興俊)에게 의뢰하였는 바, 안흥준은 자기 아내와 박명복 부처가 함께 조카딸을 선보러 가던 길에 산골짝에 이르렀을 때 돌연히 박명복은 안흥준 부처에게 협박하고 현금 사원을 강탈하였던 것이다.”(『시대일보』 1925년 7월 23일)

결혼이란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의 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 결혼은 대부분 사랑하는 남녀가 중심이 되어 하지만, 전근대 시기나 1920년대만 해도 부모가 맺어주는 상대와 결혼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렇다 보니 때로는 서로 얼굴도 모르고 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때문에 ‘선’이라는 것을 결혼 전에 먼저 의식으로 치루기도 한다. ‘선’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좋고 나쁨과 마땅하고 마땅하지 않음을 가리는 일”로 되어있다. 그리고 주로 결혼할 상대자를 정하기 위하여 만나 보는 일을 일컫는다. 그렇기 때문에 전근대 시기나 1920년대만 해도 결혼을 위해서는 당연히 치러야 하는 의식의 하나였던 것이다. 그런데 선을 보기 위해 동행을 하다가 돈을 빼앗기는 사건이 일어났다.

1925년 7월 10일, 오성면에 본적을 둔 박명복은 자신의 조카딸을 결혼시키기 위해 선을 주선하였다. 이곳저곳으로 알아보던 중 마침 경기도 양주에 사는 안흥중에게도 부탁을 하였다. 안흥준은 신랑감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카딸을 먼저 보기로 하였다. 이로 인해 안흥준은 박명복에게 연락하여 부부가 같이 조카딸을 먼서 선 보여줄 것을 요구하였다. 이를 순순히 받아들인 박명복 부부는 안흥준 부부랑 같이 조카딸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평택 어느 지점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산길을 돌아 으슥한 산골짜기에 들어서자, 박명복은 강도로 돌변하였다. 안흥준 부부를 협박하여 가지고 있던 돈 4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박명복 부부는 사전에 공모하여 거짓으로 중매를 부탁하였던 것이다. 사기 결혼을 당할 뻔 하였지만, 결국 돈만 빼앗긴 강도사건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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