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주부들
일명 ‘공주’들의
캠퍼스 열정을
응원하고 축복한다

 

▲ 박진영 교수
국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국제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는 특별한 대학생들이 있다. 성인학습자, 만학도, 늦깎이 대학생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바로 그들이다. 늦깎이 대학생들은 자신들을 공부하는 주부라며 일명 ‘공주’라고 칭했다. 재미있고 신선해서 강의 도중 ‘공주’들과 한참 웃었던 기억이 있다.

아침 일찍 자녀들과 남편을(혹은 부인을) 등교 혹은 출근시키고 ‘공주’들은 학교로 총총 걸음을 옮긴다. 아침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동일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공주’들은 정말 부지런하다.

오전 강의가 끝나고 먹을 부침개, 보름이라고 해 온 나물, 교수님 드셔야 한다고 달여 온 대추차, 거기에 한 아름 안고 온 책과 열심히 씨름하며 한 자 한 자 정성을 다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오히려 ‘공주’들에게 삶을 배우고 겸손을 배운다.

성인학습자들의 학습경험 혹은 학습동기를 연구한 많은 논문들은 다음과 같은 결과를 제시한다. 성인학습자들은 돌봄의 노동에서 잠시 벗어나 학습경험을 통해 치유의 기회를 갖는다. 그들에게 배움이란 지식을 넘어 삶의 총체적 변화를 가져오는 깨달음이 될 수 있다.

또한 성인학습자들의 학습동기에 자기 이해와 행복, 인권에 대한 관심이 가장 많은 변수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렇기에 실제로 많은 성인학습자들은 사회복지 전공을 선호한다.

사회복지는 ‘사람이 사람을 활용해 사람을 변화시키는’ 학문이기에 사람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많고 사람에 대한 경험이 선행돼 있는 성인학습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분야가 될 수 있다.

수년 전부터 나와 학교에서 인연을 맺어온 ‘공주’들은 참으로 열정적이었다. 사회복지과에 입학해 습득한 지식을 이웃들과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자부심과 연대감을 느끼고 단단한 지지그룹을 형성한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탈북가정 자녀를 상담하기 위해 가정 방문 상담을 다니고 그 상담을 더욱 잘하기 위해 동료 교우들과 상담가 양성 과정 스터디 그룹에서 열띤 토론을 하며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자신의 문제가 곧 지역사회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깨닫고 지역 활동의 계기가 되는 과정 속에서 그들은 진정한 사회복지사의 길을 걷고 있었던 것이다.

‘공주’들의 값진 도전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 싶다.

첫째, 대학교육은 엘리트 중심의 ‘장 長’이라는 편견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성인학습자들에게 다양한 홍보 마케팅 전략을 활용해 대학 교육 참여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

둘째, 성인학습자의 실제 삶과 연관될 수 있는 교육 참여와 교재 구성이 필요하다.

셋째, 강의 후 후속활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비교과과정 프로그램 등 심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성인학습자들이 더 높은 수준의 단계별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성인학습자들이 주체가 된 학습동아리를 구성하거나 강의 종료 후 자발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공주’들의 캠퍼스 열정을 응원하고 축복하며 다음 학기에 새롭게 만날 열정적인 ‘공주’는 누구일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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