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은
농산물값 상승이
물가인상의 주범인 것처럼
호도해 농민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 이상규 감사
평택농협

지난겨울 오랜만에 찾아온 한파로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시설채소 등 일부 농산물 생산량이 대폭 줄었다. 또한 강추위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하우스 등 시설 난방비가 두 배 이상 늘어나며 생산비가 크게 올랐다. 경제학자나 물가 당국의 분석 이전에 상식적으로 농산물의 소비 수요는 그대로인데 생산비가 늘어나고 생산량이 줄었다면 어느 정도 가격이 오르는 것이 정상 아닌가?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설 명절 물량 부족으로 일부 농산물값이 오른 것을 두고 모든 농산물값이 상승한 것처럼 부각시켜 마치 농산물이 물가 상승의 주범인 양 확대 보도하는 행태를 보였다. 결국 농산물 소비를 위축시켜 한파에 맞서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기 위해 애쓰고 있던 농민들을 두 번 울리는 우를 범했다.

한편 일부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과연 ‘농산물 가격 급등’, ‘채솟값 가격 폭등’ 등의 상황이 발생했는지 차분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례로 지난겨울 가격이 폭등했다며 주목받았던 풋고추값을 살펴보자. 지난 1월 중순 청양풋고추의 가락시장 도매가격은 10㎏ 상품 기준으로 약 4만 8500원으로 전년(2017년 12월)보다 70%가량 상승했고 1월 하순에는 약 7만 1500원으로 1월 기준가격보다 40%가량 상승했다. 그래서 일부 언론에서는 ‘한 달 새 청양풋고추 두 배 이상 올라’라는 기사를 내보내며 농산물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는 보도 기사를 냈다. 물론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평년가격과 비교한다면 수치는 달라진다. 청양풋고추의 경우 계절별, 월별 가격 변화가 심한 농산물이다. 참고로 청양풋고추의 1월 평균가격(최근 5년 중 최고·최저값을 뺀 3개년 평균)은 약 7만 8700원이다. 그렇다면 1월 말 청양풋고추값은 평균가격 대비 약 90% 수준인 것이다. 1월 말 청양풋고추값이 두 배 이상 올라 농산물값이 폭등했다는 언론 보도는 ‘어불성설 語不成說’인 것이다.

또한 청양풋고추값이 지난 12월과 비교해 왜 그렇게 많이 올랐는지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지난 12월에는 왜 그렇게 가격이 낮았는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청양풋고추값 폭등’이라고 표현했던 일부 언론은 더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지난해 풋고추값이 평년보다 폭락하자 농민들은 ‘산지폐기’라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다. 자식처럼 키웠던 풋고추를 수확해서 시장에 팔지 않고 일정량을 산지에서 폐기하는 극단의 조치를 단행했던 농가들의 아픔이 있었다. 한파로 인해 난방비 등 생산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농민들이 ‘혼자만 살 것이 아니라 같이 살자’는 의미로 산지폐기를 통해 폭락하고 있던 풋고추값을 겨우 반등시킨 것인데 가격이 폭등했다는 어처구니없는 기사에 황당할 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 채소로 불리는 무, 배추 가격은 언론에서 농산물 가격 변동을 이야기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한다. 무의 경우 지난해 극심했던 가뭄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었고 제주도에서 생산하는 월동무의 경우 한파로 땅속까지 얼어 생산량이 약 30% 정도 줄었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무 가격이 이유 없이 오른 것이 아니다. 겨울 한파 속에 살아남은 배추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렇듯 농산물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과 달리 가뭄, 한파 등 날씨에 무척 민감해 생산량이 항상 유동적이다. 그러나 유동적인 생산량과 달리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이 시대 농부들의 노력과 생산비는 계속해서 올라간다. 생산비가 올라가는 만큼, 농부들의 노력이 커지는 만큼 자식 같은 농산물이 제 값을 받는 시절은 언제 올지 참으로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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