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희 지음 / 봄엔 출판

 

▲ 김선옥 사서
평택시립도서관

요즘 아이들에게 ‘집’을 그려보라고 하면 네모난 상자 안에 네모난 창이 있는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우리 가족만의 보금자리인 집의 모양은 모든 아이들에겐 그저 똑같은 네모상자이다. 마당이 없는, 아파트에서의 생활이 당연시 된 게 언제부터였을까?

이 책은 마당 있는 집에서의 일상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고 따뜻하게 기록한다. 그리고 읽는 이로 하여금 어릴 적 ‘마당 있던 집’에서 가족들과 보냈던 기억들을 하나둘 끄집어 내 준다.

어릴 적 마당 있는 집에서 살았을 때였다. 보일러가 고장 나서 온수가 나오지 않아 물을 한 솥 끓여놓고 며칠 동안 아껴 쓰던 적이 있다. 아빠가 먼저 쓰고 다음으로 엄마가 쓰고, 오빠가 쓰고 남은 마지막 따뜻한 물은 오로지 내 것이었다. 그것은 소소하지만 나에게 큰 기쁨이었다. 우리 집은 오로지 우리 가족만을 위한 공간이었으며 가족들이 책임지고 보살펴야 하는 존재였다. 가족들은 직접 집을 고치고 시멘트와 페인트를 칠하며 고치는 동안의 불편함을 감수한다. 그러면 그 기억은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 추억이 된다.

‘집’은 건물만을 말하지 않는다. 집의 분위기를 나타내기도 하고 가족을 뜻하기도 한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마당 없는 집, 즉 ‘아파트’는 제일 안전한 상자이다.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고 편리한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며 현대 사회에 맞게 만들어진 좋은 주거시설 형태이다. 하지만 편리한 만큼 만들 수 있는 추억이 한정돼 버린 건 아닐까? 현대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마루문을 열면 작은 땅이 있다는 것, 그 땅 위로 하늘이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다. 마당에 깊이 파인 웅덩이, 마당 위 네모난 하늘, 마당의 자갈사이에서 핀 민들레까지 다 우리 재산이 되는 것 같다. 또한 마당은 아이에게 최고의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여름엔 마당이 나만의 수영장이 되고, 겨울엔 마당이 나만의 눈썰매장이 된다. 어릴 적 가족끼리 마당에 나란히 누워 밤하늘의 별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집 한 가운데에서 하늘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최고의 경험이었던 것 같다.

“여름 여름 여름, 가을 가을 가을, 겨울 겨울 겨울 그리고 봄 봄 봄. 마주하고 있을 땐 온통 계절 이야기뿐이죠”

마당에 내려앉은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대해서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생긴다. 마당에 핀 꽃, 나무에 붙은 매미, 떨어지는 낙엽, 장독대 위에 모자처럼 내려앉은 눈... 아마도 다른 가족보다 계절에 대한 이름을 많이 부를 것이다. 평범한 햇볕, 비, 눈이 마당에서는 선물이 된다. 이번 계절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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