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연 지음 / 창비 출판

 

 

▲ 김혜진 사서
평택시립 세교도서관

영화관에 가면 다른 장르보다 공상과학 영화를 선택하게 된다. 대형 스크린에 펼쳐지는 화려한 미래 사회와 최신 기술들을 보면서 잠깐이나마 해방감을 느낀다고나 할까?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항상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정의감이 넘치며, 모두를 구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그렇다면 히어로가 등장하지 않는 우주 사회는 어떨까? SF작가 정소연의 단편소설 두 편이 담긴 소설집 <이사>를 소개한다. ‘카두케우스’라는 거대 기업이 우주를 지배한다는 설정의 연작소설 중 일부를 청소년을 위해 일러스트와 함께 새롭게 편집해 담은 소설집이다.

첫 작품이자 표제작인 <이사>의 주인공 지후는 온 우주에 우주선을 만들어 공급하는 행성, 수도 마키옌데 15섹터에 살며 우주 비행사를 꿈꾸는 열세 살 소년이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 지혜의 반복되는 발작을 견디다 못한 부모님은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의료 행성 가두알로 이사를 가자는 결단을 내린다. 다행히 부모님이 카두케우스에 필요한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까닭에 특별히 본사로부터 이민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은 지후에게 비행 학교와 우주선 공장, 우주선 박물관이 있는 고향을 떠난다는 것은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지후는 우주선 견학을 갈 수 있는 열세 살이 되자마자 이사를 떠나게 됐다는 사실에 부모님에게, 동생 지혜에게도 화가 난다. 마침내 이사 전날, 부모님은 단 한번도 2층 지후 방에 올라온 적이 없던 지혜를 데리고 올라온다.

“저한테 중요한 일들이 아빠 엄마한테는 지혜만큼 중요하지 않아요”

…그리고 지혜를 향해 말했다.

“지금 너에게 소중한 게 뭔지 모르지만 그게 뭐든 나한테 소중하지는 않을 것 같아” -p.43~44

두 번째 작품 <재회>에서도 등장인물은 평범하다. 평소 1등을 놓치지 않던 수미는 단독 비행 평가를 마치지 못해 우주 비행사 졸업 시험에서 떨어진다. 의외의 소식에 그녀의 남자친구 형진도 당황하는데… 알고 보니 평가 중 SOS 신호를 송출하는 유인 여객선을 발견해 싣고 돌아오면서 지시 불이행으로 탈락한 것이었다. 이후 형진은 비행사 시험에 합격하고, 둘은 어영부영 소식을 끊으며 헤어진다. 그리고 이십년 후, 형진은 할 말이 있다며 수미를 찾아온다.

스펙타클한 외계인과의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도, 첨단 기술을 독점하려는 악당이 등장하지 않아도 김소연 작가가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는 흥미롭다. 카두케우스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면, 소설집 <옆집의 영희 씨>에서 나머지 두 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지후는 자신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동생에게 마지막으로 어떤 말을 했을까. 그리고 형진이 가져온 이야기는 무엇일까. 용기가 필요한 모두에게 이 한권의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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