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에 세워진
최초의 지적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은
다양한 시민과 단체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

 

▲ 한덕진 목사
평안밀알복지재단 대표

지난 5월 11일에 평택시에 여성장애인 최초의 공동생활가정인 ‘미쁘엘의 집’ 개원식이 열렸다. 이 집에는 4명의 여성장애인과 한 사람의 재활교사가 함께한다. 미쁘엘의 집은 ‘믿음직스러운 하나님의 집’이라는 의미를 가진 장애인복지시설이다.

일반적으로 복지시설은 사람들의 눈에 띄게 간판도 붙이고 집 앞에 시설의 이름이 잘 보이도록 표시해 놓는다. 하지만 미쁘엘의 집에는 이런 간판이나 표지가 없다. 왜냐하면 이 집은 법적으로 장애인들이 거주하는 복지시설이지만 사실은 장애인들이 함께 공동생활을 하는 작은 가정이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의 사적인 삶?’ 장애인복지를 전공하지 않은 시민들은 여기에 물음표를 던질 수 있다. ‘사적인 삶의 보장’이라는 용어는 비장애인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장애인을 위한 공동생활가정이 우리나라에 도입되기 전 장애인복지시설들은 대규모의 장애인들을 수용하는 생활시설이 전부였다. 이렇게 장애인들이 대규모로 수용돼 생활을 하는 시설들은 운영상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중요한 문제점이 발생한다. 주요한 문제점은 장애인들이 관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관리의 대상이 되니 개인의 개별적인 선택권과 자율성보다는 통제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러한 결과로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은 소위 시설병이라고 말하는 증상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 증상을 다른 말로 하면 일종의 무기력증과 같은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공동생활가정은 위와 같은 대규모 시설의 단점을 보완하고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존중하며 세상에서 독립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졌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은 한 집에서 최대 4명까지만 생활을 한다. 이곳에서 그들은 자신의 사적인 선택권과 취향을 존중받고, 서로를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 결국은 독립한 뒤 사회에서 홀로된 객체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훈련을 받는다.

장애를 가진 부모님들의 꿈은 장애인이라고 무조건 보호를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가도록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직장에 나간다. 물론 이 직장은 일반인들과는 좀 다른 장애인들이 일하는 ‘꿈이크는일터’라는 보호작업장이다. 하지만 그들은 사회인으로서 직장을 가지고 월급을 받는다는 자부심을 가진다. 4명의 식구들이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그 때부터 훈련이 시작된다. 밥 짓기, 빨래,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배우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간다. 일반 생활시설에서와는 전혀 다른 인간으로서의 독립성을 배워나가는 것이다.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은 그 목적이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개인과 단체, 기업의 후원자들에게서 외면을 받는다. 후원자들의 특성상 장애인을 직접 대면하거나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 복지 예산의 열악한 현실 때문에 한 사람의 재활교사가 24시간 동안 행정업무와 장애인의 교육과 재활을 감당해야하기 때문에 시설의 안정성과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이렇게 4명의 장애인들이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 주택공사와 평택시 그리고 평안밀알복지재단과 장애인들의 부모님들이 힘을 모아 이 집을 마련했다. 하지만 운영은 아직까지 장애부모들과 평안밀알복지재단의 몫이다. 평택시에 세워진 최초의 지적장애인 중심의 공동생활가정이 장애인들의 독립의 꿈을 실현해 주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민과 단체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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