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좋은 이들과의 만남은 ‘행복’

4남매가 모두 목회자의 길 걸어가
쉬운 길은 아니지만 보람 있는 일

 
현직에서 은퇴하고 난 이후의 삶은 제2의 인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해오던 생활과는 달리 시간적·정신적인 여유가 늘어나 세상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보게 되는 시기도 바로 은퇴 후다. 그러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시기인 만큼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 인생을 설계하느냐에 따라 노후의 질은 확연히 달라지기도 한다.

은퇴한 사람들의 ‘은빛 모임’
“은빛모임은 은퇴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 얘기도 하고, 여행도 하고, 좋은 강의도 듣는 그런 모임입니다. 주로 교수나 의사, 교장, 목사 등 전문직에서 은퇴한 분들이 10여명 정도 모여 매주 수요일마다 서로 주어진 삶에 대해 감사하고 기쁘게 살자는 취지로 시작했지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하나의 주제를 정해놓고 발표도 하고 그동안 바쁘게 사느라 못했던 운동이나 예술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은퇴한 사람들의 모임인 ‘은빛모임’을 이끌고 있는 류동형(76) 회장은 안중나사렛교회 목회를 끝으로 은퇴한 후 현재 은빛모임 회장, 평택시 및 전국 원로목사회장, 나사렛대학 이사장, 교단 감독 등을 맡고 있다. 전직이 목회자여서일까, 류동형 회장은 은퇴 후에도 화평을 따르고 매사에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이제 정말 무거운 짐들은 내려놓은 만큼 하모니카도 불고 서예도 하고, 탁구나 여행도 회원들과 함께 즐깁니다. 얼마 전에도 강원도 영월로 단풍구경을 갔었는데 자연을 보면서 예전에 느끼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많이 느끼게 되지요. 나이가 들어도 주어진 삶을 사는 것은 다 똑같지만 조금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살피게 되는 점은 있는 것 같습니다. 각자가 다른 곳에서 일을 해왔어도 모이면 어느새 허물없이 친구가 된다는 것도 우리 모임의 좋은 점이지요”
류동형 회장은 평소 가졌던 문학에 대한 애착으로 인해 상록수문학회에 들어가 시를 쓰기도 한다. 해오던 분야를 넘어 하고 싶은 일들에 도전 할 수 있다는 것도 나이와 세월이 주는 여유로움이다.

50여년 목회자의 길 걸어와
“스물일곱 살 때 전도사를 시작했으니까 벌써 47년째 목회를 하고 있는 셈이네요. 평택에서만도 30여년이 되었으니까요. 황해도가 고향이고 유교적인 집안이었는데 제가 가장 처음으로 신앙생활을 시작한 셈이지요. 서른한 살에 목사가 되어 개척교회에서부터 시작했는데 목회자의 길을 걷는 동안 많은 신도들을 만나고 신앙으로 그들과 하나가 되었던 시간만큼은 잊을 수 없습니다”
류동형 회장은 지금도 기억나는 신도들이 꽤 많다고 말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신앙이 깊어 열심히 봉사하는 신도들도 있었고 마음이 힘든 신도들은 신앙을 통해 더욱 굳건해지는 모습을 보며 목회자로서 무엇보다 큰 보람을 느꼈었다고.
“목회자의 길을 오래 가다보면 때에 따라 배척받는 일도 생기곤 하지요. 본심을 모르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결국 일이 잘못된 길로 나아갈 때가 제일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신앙인이었기 때문에 육신의 생각대로 할 수가 없어 그저 참고 견디고 기도하며 그 시간들을 넘겼는데 지금은 그때 그렇게 기도에 의지해 보냈던 것이 잘 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목회자의 길을 가며 교회 건축 관련 일을 많이 했었다는 류동형 회장은 신도들의 정성으로 건축이 올라갈 때마다 큰 은혜를 받았다는 생각에 힘이 나곤 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약한 인간이기 때문에 신의 도움을 많이 받은 듯 하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기쁨·감사·기도의 삶 살아야
“목회자라는 직책 때문에 어려워도 어렵다는 말을 못하며 살았는데 저의 신앙과 더불어 항상 주변에 마음으로 살펴주는 신도들이 있어 저역시도 목회자의 길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방 1칸에 연탄불을 때던 방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보내기도 했고 구호물자를 얻어 살기도 했는데 처음엔 어려워서 도움을 받았지만 나중에는 사랑의 정표로 받기도 했지요. 어려운 길이라 해도 그게 제게 지워진 십자가라면 달게 감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곤 했습니다”
류동형 회장은 자신은 목회를 한 것밖에 없는데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보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한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은퇴를 한 뒤에는 적당히 바쁘게 지낸다는 그는 지금도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말씀을 늘 떠올리곤 한다.
“4남매가 모두 목회자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한 번도 그 길을 강요한 적은 없지만 스스로 선택해 하고 있으니 그것도 제게는 축복이라 여겨집니다. 다들 가치 있는 삶을 살겠다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선택한 것이지요. 그래서 가족이 모이면 돈 버는 얘기는 없고 다들 신앙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는 것도 저로선 감사한 부분이지요”
류동형 회장은 목회자의 삶을 살아야 하는 자신 때문에 아내가 많이 힘들었을 거라며 비록 풍족하게 살지는 못했지만 포용과 사랑으로 감싸준 아내 덕분에 아이들이 모두 밝고 곧은 성품을 가져 고맙다고 말한다.
은퇴 후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대로 열심히 살아간다는 류동형 회장, 비록 힘든 목회자의 길을 선택했지만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는 그를 보며 정말로 귀하고 잘 사는 삶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새삼스레 하게 된다. 은퇴한 후의 여유와 감사를 느끼는 삶이 현직의 삶을 충실히 이행한 결과라는 것을 전제로 할 때 나는 과연 미래를 위해 현재를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하는 물음이 드는 것도 은퇴 후의 여유로운 미소로 기자를 맞아준 류동형 회장을 만나고 난 다음 떠오른 생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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