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든 살이 된 매케인 미 상원 군사위원장이 표결에 참여하기 위해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전원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뇌종양 판정을 받아 병상에 누운 지 불과 일주일 만이었지요. 눈에는 혈전 수술을 받은 흔적이 뚜렷했지만 15분간의 연설에서 그는 싸우지만 말고 결과를 만들어내자며 초당적인 협력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매케인 의원이 합류한 덕분에 건강보험 법안 토론 여부를 묻는 표결은 한 표 차이로 겨우 가결될 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의회에 나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 의원들은 위대한 나라의 하인들입니다. 당신들과 함께 미국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라고 말이지요.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이런 의식들이 미국을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는 바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모습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선거가 한창이다 보니 그동안 사회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다양한 현상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뒤에서만 수군거리던 상대방에 대한 욕도 거침없이 들려오고,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싸우는 모습도 쉽게 보게 됩니다.

국민들의 의식수준은 한없이 높아지는데 정치권에서만 여전히 국민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바닥을 헤매는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아마도 이번 선거가 끝나고 나면 정치권의 생각들도 꽤나 달라져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겠지요.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하지 않으면 선택받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제대로 된 정책으로 대결하지 않고 네거티브로 일관하는 것이 얼마나 소모적인 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테니까요.

그러고 보면 이번 선거만큼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선거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한 정치인의 역량이 우리사회를 어느 정도나 바꿀 수 있는 것인지를 이미 체감했기 때문이겠지요. 사람과 사회, 세계를 바로 보는 안목이 부족한 사람이 이끄는 일 년이 우리 사회를 수십 년 전으로 퇴보시키는 것은 순식간의 일입니다.

반면 세상을 대하는 인식과 철학이 깊은 정치인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역량 역시 실로 어마어마 하다는 걸 우리는 이제 알고 있습니다. 그 역량은 세계 평화를 이끌기도 하고 동북아시아의 주도권을 가져오기도 하니까요. 그런 역량을 십분 발휘하라고 국민들은 그들에게 ‘권력’이라는 것을 기꺼이 주는 것이겠지요. 국민들이 부여한 권력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라는 명령, 국민들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데 앞장서라고 주는 국민들의 위임장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리더가 아닐런지요.

선거철이 되면 그 사람이 숨겨두었던 민낯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을 구별하는 능력도 사라지고 알면서도 모르는 척 오로지 선거에서 이겨야한다는 마음만 앞서 이미 점잖은 체면 따위는 버린 지 오래고 안면몰수도 일상입니다.

그러나 우리도 매케인과 같은 훌륭한 정치인을 볼 날이 머지않았으리라 기대해봅니다. 이번 선거에서, 그리고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 우리는 반드시 그런 정치인을 우리 손으로 선택할 테니까요. 그것이 이 시대가 우리에게 주는 사명이자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책임과 의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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