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봉사자의 길잡이 되겠습니다”

적십자 봉사시간 1만 1000여 시간
책임감과 ‘역지사지’ 마음가짐 중요

 

 

“여생 동안 지역의 봉사꾼을 위한 길잡이가 되고, 밑거름이 되고 싶습니다”
지난 1976년 고향인 전라남도 여수에서 평택으로 상경한 김재홍 대한적십자 제20대 평택봉사회장은 그간 각종 봉사활동을 펼치며 약자를 살피고 잘 못된 길로 가는 청소년을 선도하는 등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 해왔다.

평택 정착, 봉사의 시작
김재홍(79) 전 회장은 젊은 시절 여수에서 5급 행정서기보로 임용돼 동사무소와 시청 등에서 수년간 근무한 뒤 친척의 제안을 받고 평택에 터전을 잡았다.
“군부정권 당시 어이없는 일로 오해가 생겨 공직 생활을 그만두게 되었죠. 실의에 빠져 있던 중 평택에서 사업을 하던 친척의 제안을 받고 상경했습니다. 그 후 사업을 도우며 평택 명동거리에 자리를 잡았죠”
명동거리에서 터전을 잡고 생활하던 김재홍 전 회장은 당시 평택동 통·반장으로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봉사의 길에 들어선다.
“평택동에서 반장과 통장을 맡으면서 조금씩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지역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이었는데 결식아동과 편부모 가정을 위해 반찬 배달 봉사를 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죠”
그는 이외에도 지역에서 많은 활동을 펼쳐왔다. 꼭 봉사활동이 아니더라도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일은 도맡아 온 것이다.
“1992년부터는 법사랑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소외계층 청소년에게 장학금을 연계하거나 잘 못된 길을 가는 청소년을 선도하는 등의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지금도 지속하고 있는 일 중에 하나죠. 제가 선도한 청소년만 60여명 정도 될 겁니다”
실제로 김재홍 전 회장은 본인의 손길을 스쳐 간 청소년들을 소상히 기억하고 있다. 자리 잡고 잘 자란 아이들이 있지만 다시금 일탈의 길로 돌아간 아이들도 있었다.
“2002년 즈음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으로부터 위탁받아 관리하던 아이가 다시 범죄를 저질러 대신 벌금을 내준 적이 있습니다. 2005년에는 위탁받은 아이를 평택지역 고등학교에 입학시켜 봉사 단체로부터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했죠. 결국 그 아이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 꿈을 키워 나갔습니다”

적십자평택봉사회 입회
김재홍 전 회장이 본격적으로 봉사를 시작한 계기는 다름 아닌 대한적십자 평택봉사회에 입회하면서부터다. 지난 2003년에는 평택봉사회 제20대 회장으로도 활동한 경험이 있다.
“‘적십자는 어둠을 밝히는 등불입니다. 이 불이 꺼지지 않게 지켜주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의무입니다’라는 슈바이처의 말처럼 지역사회의 등불이 되기 위해 책임을 다하는 마음가짐으로 봉사를 펼쳐왔습니다. 적십자에서 봉사를 펼치며 한계에 다다를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슈바이처를 비롯한 위인들의 명언을 되새기며 용기를 재충전했죠”
그는 직접적인 활동뿐만 아니라 매달 일정 금액을 기부해 소외된 이들의 삶을 돕고 있다. 소액이지만 수십 년에 걸쳐온 그의 기부 활동은 그 누구도 깎아내릴 수 없을 것이다.
“의왕에 있는 성나자로병원에 매달 후원금을 보낸 지도 벌써 28년이 됐습니다. 이외에도 햇살복지회와 적십자에 매달 일정 금액을 기부하고 있죠. 얼마 안 되는 금액이지만 제가 인생을 다 하는 날까지 기부 활동을 유지할 계획입니다”

봉사 길잡이, 그 마음가짐
김재홍 전 회장은 지난 2015년 봉사시간 1만 시간을 달성해 적십자사에서 명예표창을 받았다. 그 후로도 3년간 1000여 시간을 더 채운 그는 얼마 전 적십자 봉사활동에서 물러나 형식상의 은퇴식을 진행했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도 지속해서 봉사를 펼치고 있다.
“최근엔 아침 6시에 집 주변 거리로 나가 쓰레기를 줍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기 보다는 저 스스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죠. 봉사는 무엇보다 마음속에서 스스로 우러나와서 하는 것입니다. 봉사를 마치 자기 자신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봉사 정신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그는 여생 동안 적극적으로 활동을 펼치기보다는 소소한 봉사와 후원을 병행하며 후진 양성에 힘쓰고 싶다고 한다.
“봉사하면서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이 ‘역지사지 易地思之’입니다. 상대의 감정을 잘 파악해 함께 울고 웃으며 격려하는 울림이 있는 것이 진정한 봉사인의 자세라고 생각해요. 또한 항상 책임을 지는 자세는 봉사인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힘들다고 중간에 그만둬버린다면 그것은 봉사가 아니죠”
그는 이제 ‘후생가외 後生可畏’라는 사자성어처럼 본인을 뛰어넘는 후배들이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기를 바란다. 그의 바람이 실현된다면 분명 평택 지역사회가 온정이 넘치는 따뜻한 사회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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