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위면 주민은
육지와 멀리 떨어진
섬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 우대식 교사
진위고등학교

십여 년이 넘은 일이다. 진위면 마산리에 진위 제3산업단지 논의가 처음 있었을 때 산업단지에 반대하는 취지의 글을 부탁받은 적이 있다. 상수원보호지역이면서 평택에서 가장 많은 녹지를 보유한 진위면을 나는 ‘평택의 허파’라고 썼다. 그러나 자본의 논리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산업단지로 지정되어 한창 공사 중이다. 그 건너 가곡리 일대에는 LG산업단지 공사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진위면 주민들의 삶은 황폐화되어 심지어 주민끼리의 갈등도 표면화되기 일쑤다. 이것이 신성장의 표본인가? 그렇다면 신성장 평택이 구현되는 곳이 진위면이다.

최근 매체를 통해 진위천 상수도 보호구역 토론회 관련 소식을 들었다. 평택 지역에서 상수도 보호 구역을 지키려는 많은 노력을 보아오던 터였기에 그냥 넘어가도 무방했겠지만 이상하게 부아가 치밀었다. 왜 진위천 상수원 보호 구역 논의에 그곳에서 삶을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는가? 환경은 삶이지 운동이 아니다. 왜 이렇게 격하게 말하는가? 상수원보호구역 밀접한 곳에 진위 제3산업단지가 들어오고 그에 따른 설왕설래가 있을 때 그 운동가들은 대체 다 어디에 있었는가? 상수원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 산업단지 지정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환경단체를 본 적이 없다. 진위면은 평택시인가 아닌가?

진위천은 진위면 사람들의 휴식처였지만 이제는 아니다. 여름이 되면 외지인들로 북적대고 차가 막히는 유원지일 뿐이다. 수원 화성을 돌며 수원시 시민들에게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 것을 오래 전에 본 바 있는데 진위천 유원지에는 그러한 배려가 없다. 최근 들어 입장료 일부를 깎아주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곳은 원래 진위면 사람들의 추억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장소이다. 손님이 주인에게 자리를 권하는 꼴을 우리는 지금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방선거에 나오는 후보 가운데 일부는 진위천 유원지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기도 한다.

6월 1일부터 개통된 평택 지제-강남 간 노선을 보며 진위면의 이러한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제에서 출발한 광역버스는 송탄 여러 곳을 경유하여 진위에 정차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해 오산 IC로 들어간다. 앞에 말한 바대로 용인, 안성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도 상수원보호구역 내에 산업단지를 배치하고, 추억의 장소를 평택 시민들의 휴식터로 제공하고, 그 오랜 시간 평택 상수도를 제공한 진위면은 이제 광역버스조차 탈 수 없다. 차라리 진위면을 통과하지 말고 송탄 IC로 돌아가기를 권한다. 진위면민은 과연 평택시민인가?

정치란 무엇인가? 무릇 최소한의 배려 또는 안배가 고려되어야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것이 정치이다. 진위면 산업단지는 고덕과는 매우 다르다. 배후 도시나 삶의 터가 전혀 없는 상태의 말 그대로의 산업단지일 뿐이다. 황량하기 짝이 없는 들판에 서면 평택시민으로서 자격조차 잃은 듯한 느낌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지나가는 광역버스를 바라보는 마음은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진위면 지역발전을 앞세워 시정에 참여하는 인사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더 절망스러운 일은 이러한 일련의 상황에 대해 애초에 관심도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길 없다는 것이다.

날이 점점 더워진다. 진위천 유원지에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진위면 일대에는 산업단지 공사로 인한 먼지가 자욱하다. 비행기 소음에 놀라 고개를 들어본다. 우리는 평택시민인가 아니면 그냥 진위면민인가? 육지와 멀리 떨어진 섬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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