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금 여사,
평택 지역사회 봉사의 큰 별이 지다

 

평생 봉사로 일궈온 삶 97세 일기로 영면, 빛이 지다
1997~2017년까지 130여명에 2억 5000여만 원 장학금
6월 19일 중앙장례식장, 평택중앙로타리장으로 엄수
로타리안·지역사회 인사 참여, 김홍금 여사 추모 물결


평택지역 봉사자들의 표상이 되어온 큰 별이 졌다. 평택중앙로타리클럽 명예회장으로 평생을 이웃을 위한 봉사는 물론이고 청소년들의 학업을 지원하는 장학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봉사의 모범을 보여 오신 김홍금 여사가 6월 17일 오전 5시 30분 향년 97세를 일기로 영면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 이 시대 평택의 참 봉사자 김홍금 여사
▲ 추석사회봉사(2010년)




■ “돈 있으면 아이들 장학금 줘야지”
김은호 평택문화원장의 어머니인 김홍금 여사는 미망인으로 4남매를 키우면서 바느질로 어렵게 생계를 꾸리면서도 타인을 위해 헌신하며 영면에 들기 직전까지도 가정형편이 어려워 진학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꾸준히 장학금을 전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김홍금 여사는 92세이던 2013년 <평택시사신문>과 인터뷰에서 “아무리 돈이 많아도 죽을 때는 10원짜리 한 푼 갖고 가지 못하는 게 사람이다. 남들은 늙으면 해외여행도 가고 좋은 옷도 입는다는데 나는 해외여행도 몇 번 가봐서 더 가고 싶은 마음도 없고 옷도 내가 만들어 입으니 사 입을 필요도 없다. 그럴 돈이 있으면 애들 장학금 한 푼이라도 더 주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다”라며 평생 자신이 해 온 일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장학금을 주는 아이들에게 “사람이 되려면 항상 깨달음을 가져야 한다” “항상 착하고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일러주었다는 김홍금 여사는 로타리안들이 모토로 삼는 ‘초아超我의 봉사’를 평생 몸소 실천한 분이라는 게 생전에 여사를 알고 지낸 많은 평택 사람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또한 장학금뿐만 아니라 해마다 매년 사회봉사 활동에 성금과 물품을 지원하고, 추석이면 평택시 미화원들에게 200만씩을 지급했으며, 매년 12월이면 집배원들에게 10만원씩 40여 년 동안 지급하며 노고를 위로하기도 했다.

▲ 장학금 전달(2013년)

■ 장학금과 관련된 생전 일화
가난하게 살던 시절에도 힘든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어르신은 32년간 포목점을 하며 남는 자투리 천으로 바지를 만들어 이웃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그리고 4남매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가 되자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잇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눈길을 돌리기 시작해 64세부터는 해마다 3000만원씩 장학재단에 기부해 왔다.
김홍금 여사가 그동안 장학금을 지급해 가르친 학생들 중에는 석·박사도 많다. 여장부 소리를 들으며 평생을 살아온 김홍금 여사는 학업을 잇기 어려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자신이 힘들게 모은 것들을 아낌없이 내주는 것을 평생의 남은 과제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홍금 여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분을 ‘여장부’로 기억한다. 항상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했던 김홍금 여사는 90대의 고령에도 당당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했다.
김홍금 여사를 평소 어머니라고 부른 김미영 국제로타리 3750지구 전 총재는 “어머니 사위가 삼성그룹 중역으로 재임할 때 한번은 어머니 생신 때 용돈 200만원이 담긴 봉투를 드린 적이 있었다. 그러자 어머니가 봉투를 열어 보시더니 겨우 이걸 가지고 왔느냐며 화를 내셨다. 사위가 어머니의 의중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은행에 가서 2000만원을 담아 다시 드렸더니 그제야 활짝 웃으시고는 그 돈과 그동안 당신이 모아둔 2000만원을 보태 4000만원을 아이들 장학금으로 주셨다”고 기억하며 눈물을 훔쳤다.
2018년 현재까지 장학금 수혜를 받은 학생만 해도 130여명에 달하며 1997년부터 병석에 눕기 이전인 2017년까지 지급한 장학금만 해도 2억 5000여만원에 달한다. 또한 국제로타리재단에 기부한 금액만 해도 11만 불, 우리나라 돈으로 1억 2000여만 원에 달한다.
 

▲ 초아의 봉사상 수상(2004년)
▲ 초아의 봉사상 상패(2018년)
▲ 초아의 봉사상 수상(2018년, 아들 김은호 평택문화원장 대리 수상)



■ ‘초아의 봉사상’ 수상, 봉사의 귀감
“평생 일해서 장만한 내 명의의 건물이 있는데 자식들에게는 미리 건물에서 나오는 집세는 내 마음대로 할 거니까 상관하지 말라고 말을 했다. 그래서 집세가 나오면 장학금도 주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내놓기도 한다. 아이들은 항상 어머니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시라고 말하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것밖에 없으니…”
김홍금 여사는 1922년 3월 26일생으로 경기도 용인시 출생이며 슬하에 2남 2녀를 두었다. 평택중앙로타리클럽에 적을 두고 평택 각지에서 어려운 일이 있으면 항상 성금을 기탁하며 마음을 보태는 것은 물론, 매년 사회봉사 활동에도 빠지지 않고 동참했다. 이런 일들이 알려지면서 인연이 돼 김홍금 여사는 1988년 9월 9일 남자들만 있던 국제로타리 3750지구 평택중앙로타리클럽 최초의 여성 명예회원이 됐고, 1997년 6월 26일에는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여사의 아들인 김은호 평택문화원장은 어머니를 떠올리며 “어머니가 최근 들어 집세도 적게 들어오고 하니 아이들 장학금 줄 일을 걱정하셨다. 3년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아마도 당신 스스로 목표해 둔 금액이 있었는데 그걸 채우지 못하신 것 같았다”고 안타까워했다.
90세를 넘긴 고령에도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김홍금 여사의 이런 행적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돼 2004년과 2018년 국제로타리클럽 RI 회장이 수여하는 ‘초아의 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2001년 평택시자랑스런시민대표상, 2009년 평택시모범시민표창장, 2010년 원유철 국회의원 표창, 2012년 경기도지사 표창을 수상하고, 다수의 감사패와 공로패를 수상한 바 있다.

▲ 평택중앙로타리클럽장으로 열린 김홍금 여사 장례식

■ 로타리안들의 빛이 저물다
김홍금 여사의 빈소는 평택중앙장례식장 3층 특실에 마련돼 많은 사람들이 찾아 애도했다. 여사의 영결식은 6월 19일 오전 8시 중앙장례식장에서 평택중앙로타리클럽장으로 치러졌다.
이날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했으며 박헌균 평택1지역대표가 고인에 대한 약력소개에 이어 추모영상이 상영됐다.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인 세민 스님과 정원스님이 영결의식을 거행했으며 최형규 집행위원장과 천기택 총재의 추도사와 고인에 대한 헌화가 이어졌다.
평택중앙로타리클럽 최형규 회장은 추도사에서 “갑작스런 김홍금 명예회장님의 서거 소식에 통탄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늘 만나는 각 클럽 회장을 비롯한 모든 로타리안들은 언제나 원만성 김홍금 명예회장님의 쾌유를 빌며 오랜 투병생활에 걱정을 많이 했다”며 “최병일 전회장님의 추천으로 로타리와 인연을 맺은 지도 30여 년 전인 당시 67세로 중앙클럽에 입회해 보여주신 회장님의 열정을 우리 회원 모두는 결코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항상 당당하시고 바르시며 근검절약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신 분으로 당신께서 못 받으신 교육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어려운 청소년 130여명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셨다. 어찌 하늘은 이렇게 훌륭하신 명예회장님을 모시고 가셨는가”라며 통탄해 했다.
국제로타리클럽 3750지구 천기택 총재 역시 추도사에서 “갑작스런 비보에 허망하게 회장님을 보내드려야 하니 그 슬픔을 이루 형언할 수 없다”며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고 그들이 꿈을 실현해 가는 모습 속에서 삶의 큰 보람을 느끼신다는 사랑의 마음, 선함과 정직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말씀하시던 회장님을 모든 로타리안들은 위대한 분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김은호 문화원장은 유족대표 인사말에서 “오랜 기간 투병생활을 하셨지만 그래도 언제나 우리 곁에 평생 계실 줄 알았는데 이제 영결식이 끝나면 어머니와 영영 헤어져야 한다니 너무나도 슬프다”며 “오늘 이른 시간부터 어머니의 영결식을 도와주신 로타리클럽 총재님을 비롯한 모든 로타리안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어머니가 하늘에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평택의 그늘진 곳을 말없이 보살피고,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주며 많은 이들에게 삶의 가치를 몸소 보여주신 김홍금 여사의 장지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 미타원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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