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키 플레밍 / 책세상

 

 
▲ 송은희 사서
평택시립 안중도서관

‘미투’는 힘 있는 자가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성적 폭력을 의미하고 그 피해자의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건 우리가 살아 온 세계의 약자가 ‘여성’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여자라는 문제’는 그런 여성들의 역사를 역설적 화법으로 풍자한 책이다. 영국의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재키 플레밍이 “역사책에 여자가 없는 건 기분 탓일까? 왜 천재들은 모두 남자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맞서 싸워 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풍자와 유머로 되살려 내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교양 있고 지적이며 위대한 족적을 남겨 후대의 존경을 받는 남성들조차 기초적인 상식과 거리가 먼 여성에 대한 편견이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시선을 사로잡는 일러스트와 함께 아래와 같이 풍자한다.

“다윈이 말하길, 늘 집에만 머무르는 여자들의 성취는 남자들의 성취에 비하면 하잘 것 없으니 이는 곧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열등하다는 증거라 했다네. 그의 말이 맞겠지. 그로 말할 것 같으면 세기의 천재이니까”

천재라 불린 당대의 과학자, 사상가, 예술가들까지 당시대의 사람들이 여자를 어떤 존재로 인식했는지, 여자들의 사회 진출을 막기 위해 어떤 방법들을 써왔는지, 그런 역사 속에서 얼마나 많은 ‘문제적 여성’들이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버려졌는지 익살맞은 그림과 역설적 유머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당대에 합리적이고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졌을 ‘문제 여성’이라는 이유가 읽다보면 얼마나 황당한 것들인지 코웃음 치게 된다.

이러한 여성에 대한 편견들은 노골적이지 않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김여사, 김치녀, 된장녀, 맘충 등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문제적 인간으로 취급하고 혐오하는 사회 현상은 여성들의 반감을 불러일으켜 남성 혐오라는 문제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강요 당해온 침묵, 단지 여자라는 이유를 문제시하는 사회에 대한 외침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

인류는 한 가지 성으로 유지될 수 없고 다른 성으로부터 분리될 수도 없다. 남성, 여성의 문제는 나의 문제인 동시에 부모, 형제자매, 자녀의 일이고 인류 공동의 문제이다. 페미니즘 역시 여성의 권리 찾기 운동이라기보다는 인권의 문제이다.

이 책은 부당한 과거와 불편한 사회현상에 대해 분석하거나 설득하지 않는다. 다만 역설적 유머와 농담으로 우리 내면에 남아있는 편견에 통쾌한 한방을 날리는 것으로 ‘문제’를 공유하게 한다. 여성들이 겪는 차별과 폭력을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지 않거나 ‘페미니즘’ 단어만 나와도 피곤하다고 손사래 치는 일부 남성들에게도 그간의 여성에 대한 차별이 얼마나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는지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벌어지는 성 역할과 차별 문제에 대해 읽는 이들이 가볍게 접근하면서도 진지한 고민을 하게 하는 유쾌한 책이다. 보다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 사회에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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