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서
노동 시간 단축뿐만 아니라
소득 증가도 필수일 것이다

 

   
▲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지난 5월 28일 국회에서 대기업과 자본가의 입장만 대변하는 기득권 정당들인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이 야합하여 ‘최저임금 삭감법’을 통과시켰다. 법안을 통과시키며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최저임금 개정안이 157만원 미만에 있는 최저임금 대상자들의 임금을 올려서 생활을 개선하는 데 일차적인 목표가 있고, 2500만원까지의 연봉 소득자들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법안이라며 어이없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왜 궤변인가? 최저임금 선에 있는 노동자들 가운데에는, 기존 최저임금 산입 범위 밖에 있던 식비와 교통비까지 이번 개악으로 인해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되면서 최저임금 상승효과를 볼 수 없는 노동자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공약대로 2020년에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을 달성하기 위해 올해 최저임금을 16.5% 올리더라도 상여금과 식대, 교통비 등의 복리후생비를 포함하게 되면 실제 인상 효과는 5~7%에 머물게 된다. 그래서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줬다 뺏는 황당한 법’이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최저임금 1만원은 ‘빛살 좋은 개살구’인 셈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말한 연봉 2500만원 미만 노동자에게만 문제가 없으면 된다는 논리는 그 이상을 받는 노동자들은 고임금 노동자들이니 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임금의 하향 평준화인 셈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소득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주된 방법이 중산층을 늘리는 것이다. 중산층을 늘리려면 지금보다 소득을 더 올릴 수 있도록 분배 정책을 강화해야 하는데 오히려 소득 증가를 정부가 나서서 막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1년 만에 ‘J노믹스’로 불리는 ‘소득주도 성장’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쓸 곳이 없어서 1000조 넘게 사내 유보금을 쌓아 두고 있는 재벌은 그대로 둔 채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의 양보만 요구하는 것이 문제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이번 최저임금 삭감법에서는 취업 규칙을 변경할 때, 노동자 또는 노동조합과의 합의 없이도 상여금을 월 단위로 나눠서 지급할 수 있게 특례 조항까지 만들어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나서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본가에게 더욱 유리하게 운동장을 기울이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촛불 운동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생각하는 ‘노동존중’ 사회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해,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를 하는 셈이다. 이런 식으로 공약 달성을 이루고자 한다면 최저임금 10만원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노동존중’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노동계와 먼저 대화해야 한다.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겠다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을 초대해 밥상을 차려 놓고 밥그릇을 뺏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던 한국노총마저 등을 돌리게 하는 지금의 상황이 ‘노동존중’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더욱이, 공공기관부터 호봉제를 없애고 직무급제를 도입해 나가겠다고 문재인 정부는 밝히고 있다. 도입하기 쉽게 노동조합이 없는 곳부터 시작해 나가겠다는 청사진까지 밝히고 있다. 이것이 바로 문재인 정부가 이야기하는 ‘노동존중’이라면 정말로 고약하다. 직무급제를 도입해 임금을 낮춰서 일자리 하나를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하는 셈이다. 일자리 숫자 놀음만 하는 모습은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다를 바가 없다.

6월 30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청와대를 향해 분명히 외칠 것이다. “정부에서는 노동시간을 단축해서 저녁 있는 삶을 살게 하겠다고 하는데, 소득이 늘지 않는다면 어떻게 저녁 있는 삶이 가능하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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