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6월 23일

23세 청년, 서정리에서 유혈극
도주 애인 찾아가 같이 죽자고

 

 

“짙어가는 여름 짝사랑에 흥분하여 죽음으로 청산하려고 백주 가로 상에서 여자에 목에 칼을 찔렀으나 응급수당을 가하여 전치 일개월이나 걸린 상처를 일으킨 일대 유혈참극이 일어났다 한다. 이제 그 자세한 내막을 물은 즉 (중략) 가해자는 즉시 살인미수라는 죄명을 쓰고 평택경찰서(平澤警察署)로 압송하였다 한다.”(『동아일보』 1937년 6월 23일)

연애사건은 예나 지금이나 관심의 대상이다. 요즘도 방송이나 신문에서는 남녀의 연애와 관련된 사건·사고들이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그러면 뭔가 있을까 하여 관심을 가지고 읽거나 보게 된다. 1937년 6월 중순경 초여름이 짙어지고 있는 날, 백주노상에서 대 유혈극이 발생하였다. 그 내용인즉 연애사건이었다.

평택과 경계를 이루는 안성군 서운면 송정리에 사는 이돌봉(李乭奉)이라는 스물셋의 청년은 5개월 전에 32세의 연상인 남성녀라는 여인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둘은 곧바로 사랑을 느끼고 보금자리, 즉 동거하였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같이 살게 된 이돌봉과 남성녀는 무엇보다도 생계가 걱정이었다. 더욱이 일정한 직업도 없던 이들은 매일같이 닥쳐오는 생활고에 더는 견딜 수가 없게 되자, 결국 남성녀는 야반도주를 하였다. 사랑하는 여자가 집을 나가버리자 이돌봉은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면서 찾아 헤매었다.

집을 나온 남성녀는 당시 진위군 송탄면 서정리 이용손 집의 식모로 들어가서 지냈다. 이 소식을 들은 이돌봉은 이용손의 집으로 찾아가서 남성녀에게 같이 가서 살자고 무한히 애원하였지만, 남성녀는 끝끝내 거절하였다. 이돌봉은 경찰서의 도움까지 받았으나 남성녀의 마음을 돌릴 수가 없었다.

마침내 흥분하여 자기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이돌봉은 “너 죽이고 나까지 죽는다”고 마음을 먹고, 대낮에 서정리 한 노상에서 칼로 남성녀의 목을 찔렀다. 다행히 남성녀는 위기를 넘기고 차공훈병원으로 이송되어 응급처치를 받았다. 남성녀는 전치 1개월의 상처를 받았으며, 이돌봉은 그 즉시 붙잡혀 살인미수죄로 평택경찰서로 압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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