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조상들이 남긴
작은 흔적도
소홀히 하지 않고 관심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

 

   
▲ 공일영 소장
청소년역사문화연구소

인류의 출현은 새로운 유적의 발견을 통해 그 시기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지금으로부터 약 700만 년 전 지구상에 인류가 출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처럼 오랜 시간을 변화하고 발전해 온 인류의 흔적들을 찾아보는 것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우리의 뿌리와 나아갈 방향을 안내하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수많은 흔적들 속에 나타나는 다양한 특징들을 살펴보면 당시 인류의 생활 모습과 생각, 철학, 관심사 등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여기에 심미적 기능이 더해지고 주술적 의미가 함께하면서 발견되는 벽화 속 다양한 상황 묘사와 각종 토우 등이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숭고하기까지 하다.

인류는 왜 이런 모습들을 표현했을까? 자연 상태에서 초기의 인류는 강한 발톱이나 송곳니도 없고 날쌘 다리, 강한 날개도 없어 동굴 밖에서는 쉽게 잡혀 먹히는 약한 동물이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류는 서로 힘을 모아야 했고, 내일보다는 오늘이 가장 소중한 날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약한 존재였기 때문에 종족번식은 가장 중요한 요소였을 것이며, 출산을 담당하는 여성의 풍만한 젖가슴과 사냥에서의 성공을 기원하고 초식동물들의 번성을 바라는 마음이 가득했을 것이다. 따라서 특정 신체 부위를 왜곡해서 과장하거나 산과 바다의 짐승들을 모두 포함해서 그려 넣었던 것이다.

세상 밖의 강한 짐승들의 먹이사슬에서 벗어나고 강한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인류가 선택한 곳이 바로 동굴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동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불의 사용이다. 구석기 시대 중엽부터 인류는 바람에 의한 나무의 마찰이나 번개에 의해 발생한 자연 상태의 불을 이용하다가, 차츰 부싯돌이나 나무 조각을 마찰시켜 불을 만들어 사용했다. 불의 사용은 난방, 음식의 조리, 농경지의 개간, 금속의 제련을 가능하게 하면서 인류 문명이 발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많은 민족 설화에서 영웅적 인물이 처음으로 불을 얻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불의 발견이 인류 문명에 미친 영향이 매우 컸음을 의미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는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줌으로써, 인간에게 처음으로 문명을 가르친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불을 사용하면서 인류는 어두운 동굴을 밝히고 그곳을 안전지대로 삼아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 동굴의 벽에 하나씩하나씩 자신들이 원하고 바라는 내용의 상황을 그려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사냥하는 모습, 불을 들고 동물을 쫓는 모습, 새끼를 많이 거느린 초식동물들, 때로는 자신들의 모습도 그려 넣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당시 그림은 누구나 그렸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그림은 당시 무리를 이끄는 연장자에 의해 그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무리를 이끌고 이동생활을 하던 당시에 무리의 책임자는 상당한 책임감을 가졌을 것이며 무리의 안녕과 사냥의 성공, 다산 등의 내용은 그 무리의 존속 여부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인류의 흔적들이 많지는 않다. 당시 주로 거주하던 주요 동굴이나 해안가, 강가 등의 암벽에 몇 군데 남아있는 정도이다. 오늘날 우리가 당시 인류의 모습을 벽화나 유물 등을 통해 상상해볼 수 있는 것도 다행인 것이다.

역사는 상상력이다. 현재 경험할 수 없는 과거의 모습을 상상력을 동원하여 추체험해보는 것이다. 그 과정에 결정적인 도움이 되는 것이 그들이 남겨놓은 발자취인 예술작품인 것이다. 우리는 인류의 조상들이 남겨놓은 작고 사소한 것일지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남겨진 작품들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평가와 의도를 나만의 생각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생각 만들기’가 바로 역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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