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 5월 5일

‘옷 적신 미친자’ 농담에 분개
다툰 뒤 연못에 빠져 죽게 해

 

 

 

“경기도 진위군 포죽면 신영리(振威郡 浦竹面 新榮里) 이백삼십사 번지 잡화행상 유진흥(兪鎭興, 30)은 지난 오월 오일에 천안군 입장시장(天笠場市場)에서 장을 보고 평택(平澤)으로 가는 길에 술이 취하여 목이 마름으로 길가의 우물에서 물을 먹던 중 물 가운데에 엎드러지면서 의복이 적신 채로 그곳에서 떠나서 돌아오는 중에 임정길(任正吉)이란 자가 유진흥을 보고 하는 말이 옷을 적시고 다니는 자는 미친 자라고 함에, 유진흥은 이에 분개하여 말다툼을 하다가 싸웠으나 중재로 중지되었더니 입장면 가산리(笠場面 可山里) 연못가에 지나다가 임정길이가 삼사 간쯤 앞에서 가는 것을 유진흥이가 붙들고 미친놈이라 하는 자는 물을 먹여주겠다고 하면서 물로 끌고 들어가서 필경은 임정길을 물에 빠져 죽게 하였다는데, 유진흥은 상해치사죄로 오년 징역을 받고 경성복심법원으로 공소하여왔더라”(『매일신보』 1922년 6월 21일)

‘농담(弄談)’은 실없이 놀리는 장난으로 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농담을 잘못하면 사람을 죽이거나 상해를 입히는 등 불상사가 종종 일어난다. 1923년 전주에서 친구끼리 농담을 하다가 도전(刀戰) 즉 칼싸움이 일어나기도 하였는데, 이보다 더한 기막힌 사건이 평택에서 발생했다.

1922년 5월 5일은 천안 입장시장의 장날이었다. 잡화행상을 하는 포승면 신영리 유진흥은 이날 장을 보고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목이 말라 갈증이 심해지던 그때, 마침 길가의 우물에서 물을 마시던 중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여 엎어지면서 입고 있던 옷이 물에 젖게 되었다. 젖은 옷을 그대로 하여 다시 집으로 길을 재촉하며 돌아오는데, 임정길이라는 사람이 유진흥을 보고 “옷을 적시고 다니는 사람은 미친 자”라고 농을 걸었다. 안 그래도 술을 마신 유진흥이 아마도 제대로 걷지 못하였던 모양이다.

이 말을 들은 유진흥은 흥분하여 임정길과 말다툼을 하면서 서로에게 험담하였다. 이를 보고 지나가던 사람이 중재하여 말다툼을 중지하였다. 둘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평택으로 향하였다. 그러나 분이 풀리지 않았던 유진흥은 입장면 가산리 연못가에 이르자, 앞서가던 임정길을 부여잡고 미친놈이라고 한 자에게 물을 먹여 주겠다고 하면서 연못가로 끌고 갔다. 그리고 연못에 빠뜨려 죽게 하였다. 이로 인해 유진흥은 상해치사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농담도 때와 장소, 내지는 상황을 가려서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교훈을 주는 일화 같은 사건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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