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의 독립운동가, 그들을 기려야”

아버지 원심창의사기념관 설립이 목표
평택 독립운동가 발굴해 함께 기려야

 

 

“아버지인 원심창 의사와 지역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기념관이 팽성지역에 설립돼 평택시민의 문화공간이자 역사체험관으로 활용되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정부주의자 ‘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원심창 의사 아들 원형재 씨는 20여년의 미국 이민생활을 뒤로 하고 귀국해 원심창의사기념사업회 유족대표로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여념 없이 활동 중이다.

 

고향땅 팽성에서 미국까지

원형재(63) 씨는 팽성에서 태어나 팽성초등학교와 신한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어려서부터 미군부대와 가까이 살아서 그랬을까?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바로 공군에 입대한다.

“중학교 재학 시절 맹장 수술로 몸이 허약해져 합기도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군대에 들어간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죠. 하사관으로 일하던 당시 낮에는 군인으로, 밤에는 체육관 사범이자 대학생으로 바쁘게 살았어요”

합기도 경력을 활용해 이른 나이에 체육관을 차린 그는 당시 팽성 미군기지에 근무하던 미군들에게 합기도를 가르치며 일상 영어를 습득했다. 이때 배운 영어는 군대 전역 후에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지인이 미국 관광회사 가이드 면접에 저를 데려갔어요. 당시 체육관에서 미군에게 합기도를 가르치며 터득한 기초 영어가 전부였지만 무턱대고 따라갔죠. 헌데 운이 좋게도 가이드가 아닌 경호원으로 취직이 됐죠. 내세울 거라곤 운동으로 다져진 몸 밖에 없었는데 이를 눈여겨본 부사장이 저를 데려갔어요”

이후 독일을 거쳐 미국에 터전을 잡은 그는 회사의 도움으로 13개월 만에 영주권을 취득하고 1994년에는 현지 건축기사 면허를 취득한다.

“현지에서 건축업체를 운영하며 한국에는 1년에 한 번씩 꼭 들어왔습니다. 그러던 중 2008년 사업 때문에 한국에 들어왔다가 우연히 황우갑 평택시민아카데미 회장의 연락을 받았죠. 이후 원심창의사기념사업회에 유족대표로 참석했습니다”

이후 원심창의사기념사업회 유족대표로 아버지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본격적인 활동을 결심한 원형재 씨는 아내와 함께 귀국해 평택에서 새롭게 터전을 꾸리고 있다.

 

아버지, 원심창 의사

1933년 일제강점기 중국 상해에서 항일운동을 벌이며 주중일본공사 폭파를 계획했던 원심창 의사, 그 유명한 상해육삼정의거 사건의 주인공인 그는 민세 안재홍과 함께 평택지역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다. 그의 아들 원형재 씨는 그 누구보다 아버지를 잘 알고 있다.

“아버지는 14세 때 평택에서 광포狂暴하게 벌어졌던 3.1만세운동에 참여한 뒤 독립운동가의 꿈을 키웠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아나키즘을 접하셨죠”

원형재 씨는 아버지 원심창 의사의 공적이 광복 이후에도 이어졌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광복 이후 13년간의 옥살이를 마치고 귀국했어요. 애타게 바라온 광복이었건만 이승만 정권에 위협을 느끼고 다시 일본으로 떠났죠. 재일거류민단 초대 사무총장, 11대·12대 단장으로 재일동포의 인권을 신장하고 통일운동에 전념하셨습니다. 한 가지 사실을 알리자면 남·북한 당국이 분단 이후 최초로 통일과 관련해 합의 발표한 ‘7.4남북공동성명’의 초안을 저희 아버지께서 작성했다는 것이죠”

 

원심창 의사 정신 기리다

사실 원형재 씨는 처음 지자체나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서는 기념사업회를 꾸려가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나키스트였던 아버지의 뜻을 반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처음엔 조심스러운 마음가짐으로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아서 어려움은 없었지만 국가유공자증도 올해 3월에서야 발급했어요. 아버지의 정신을 널리 알리고 현세대에게 전파해야 할 필요성을 확실하게 느꼈죠. 이제는 아버지에 대한 기록을 바로잡아 정확한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는 아버지를 기리고 추모하기 위한 공간이 고향 팽성지역에 세워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원심창의사기념사업회를 창립한 이상 기념관을 설립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그 공간이 아버지를 추모하는 공간이자 국가를 위해 목숨 바쳐 싸웠던 평택지역의 독립운동가를 함께 기리는 공간으로 설립되기를 바라죠”

그는 지역 독립운동가를 추모하는 기념관 설립뿐만 아니라 현덕면 계두봉과 팽성읍 부용산 등 평택 전역을 아우르는 3.1역사탐방 순례길 등 새로운 추모 방안을 지역에 제안하고 있다. 또한 아직 조명되지 않은 분들의 공적 조사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평택은 경기도에서 가장 광포한 3.1만세운동이 펼쳐진 지역이다. 원형재 씨의 바람과 같이 지역 선인을 기리는 추모 사업이 조속히 이뤄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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