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의 참맛은 나의 쓰임을 확인하는 것

‘나’와 ‘너’가 다르지 않다는 걸 느껴
장관상은 봉사 더 잘하라고 주는 상

 
내가 아닌 남을 위해 소중한 시간을 나누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다. 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밤을 낮 삼아 공부하는 학생들로 넘쳐나는 요즘, 고등학생 임에도 불구하고 봉사동아리 회장직을 맡아 동아리 회원들을 이끌며 많은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고 이로 인해 장관상까지 받은 학생이 있어 눈길을 끈다.

중2 때 첫 봉사는 ‘상처’로
“중학교 때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노는 아이였어요. 굉장히 내성적이었거든요. 대신 동물들을 좋아해서 인터넷에서 우연히 알게 된 또래봉사자를 따라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부천에 있는 사설 유기견보호소로 첫 봉사를 다니게 됐죠. 물이나 전기도 부족하고 산꼭대기에 있어 환경이 너무 열악한 곳이었는데 거기서 제 자신도 다른 생명을 위해 쓰일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어요”
한광여자고등학교 2학년 손미진(18) 양은 당시 첫 자원봉사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건 지금도 무척 힘든 일이라고 말한다. 중학교 3학년 때 유기견보호소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가 동물사체를 수습했지만 아픈 마음을 채 달래기도 전에 어른들의 이권으로 인한 다툼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당시 유기견 보호 카페가 운영되고 있었는데 카페에서 여러 가지 말들이 참 많이 나왔어요. 일부러 불을 질렀다느니, 유기견들을 데려다가 개장수에게 팔아넘긴다느니 하는 말들이었죠. 대부분 어른들의 이권과 관계된 일이었는데 제게는 돌보던 유기견들의 죽음도 채 받아들이지 못하던 때라서 그런 상황들이 참 힘들었어요”
가정형편이 그리 좋지 않았던 미진 양의 부모는 멀리까지 가서 동물들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는 일에 말에 반대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들이 좋다는 이유로 새벽에 몰래 갔다 오는 일도 있었을 만큼 애정을 가진 곳이었기에 그녀의 상실과 실망은 더 컸다.

고교 때 봉사의 참의미 알아
“고등학교 올라온 뒤 학교 자원봉사 동아리가 활발히 활동하는 걸 보고 저도 다시 봉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햄(HAM) 무선동아리에 들어가고 레인보우스쿨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처음엔 그냥 나오라하면 나가고 하라하면 하는 그런 수동적인 봉사를 했었죠. 그런데 하다 보니 중학교 때 처음 봉사하던 마음이 생각났고 그때부터는 서서히 능동적으로 봉사하게 됐어요. 나도 어딘가에 쓰임새가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드는 게 참 좋았거든요”
현재 한광학교 햄 무선동아리 부회장과, 다문화 가정 학습지도 등을 하고 있는 레인보우스쿨 회장을 맡고 있는 미진 양은 자원봉사를 하는 동안 성격도 많이 밝아졌다며 활짝 웃는다. 항상 아웃사이더 자리를 지키던 내성적인 학생에서 이제는 친구들을 리드할 수 있는 활동적인 성격으로 바뀐 것도 모두 자원봉사 덕분이라고.
“독거노인 봉사도 하고 요즘은 털실로 모자를 떠서 보내면 아프리카 신생아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기에 친구들과 함께 털모자 뜨기도 하고 있어요. 동아리에서 하는 다문화 아이들 학습지도나 그밖에 다른 봉사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구요. 봉사를 하면서 느끼는 건데 다른 나라에 살거나 어렵게 살거나 결국은 다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내가 좋으면 다른 사람도 좋고 내가 싫으면 다른 사람도 싫을 거라는 생각 말예요”
미진 양은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기본적이지만 자주 잊고 살게 되는 삶의 철학을 자원봉사를 통해 깨닫고 있다. 내 마음을 기준으로 좋고 싫음을 생각한다면 국적이나 인종, 빈부의 차를 막론하고 그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라는 게 미진 양의 생각이다.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느껴
“다문화가정 아이들 학습지도를 하다보면 마음의 문을 닫은 아이들도 많이 만나게 돼요. 그런 아이들을 보며 나중에 꼭 심리학을 공부해서 마음을 치유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치유보다는 우선 상처를 갖지 않도록 돌보는 것이 더 중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심리공부는 뒤로 미루고 대학졸업 후에는 유치원 선생님이 되었으면 하는 꿈을 갖고 있어요”
미진 양은 자신이 어릴 때에도 마음의 문을 닫고 혼자 지냈던 적이 있었다고 털어놓으며 자신처럼 지내는 아이들이 없도록 유치원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어주고 보듬어주며 지내고 싶다고 말한다. 처음엔 자원봉사를 반대하던 부모님들도 이제는 미진양이 달라진 모습을 보며 자원봉사를 갈 때 음식을 싸주기도 하고 부모님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묻기도 하신다고.
“이번에 장관상을 받게 됐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내가 이렇게 큰 상을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무엇보다 제가 봉사하는 삶을 살 수 있게 이끌어주신 윤상용 선생님께 감사드리고 이 상은 제가 잘했다고 주는 칭찬이 아니라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주시는 거니까 앞으로 더 잘 해야죠”
손미진 양은 지난 11월 9일 제15회 경기도청소년자원봉사대회에서 여성가족부장관상을 수상하며 청소년 봉사자리더로서의 역할을 인정받았다. 열여덟 해를 살아가면서 현재가 가장 행복하다며 웃는 손미진 양, 그녀의 해맑은 웃음에는 남을 위해 자신의 몫을 나눌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충만함과 감사함이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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