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북미정상회담으로
만들어진 평화의 분위기는
평택 미군기지를
걷어낼 수 있을까

 

▲ 임윤경 사무국장
평택평화센터

‘주한 미 공군이 올해 오산 기지에서 열기로 한 ‘오산 에어파워데이(Air Power Day)’를 취소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7월 18일 자 언론보도를 통해 나왔다. 전투기 소음으로 몇십 년 동안 피해 받아온 기지 주변 주민들의 실상을 외면한 채 전투기를 전시하고 체험하는 ‘오산 에어파워데이’, 에어쇼는 존재 자체만으로 생명과 존엄을 위협하는 행위였다. 그런 행사가 취소됐다니 평택시민의 한사람으로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다.

‘오산 에어파워데이’ 일명 에어쇼는 정확히 무슨 행사일까. 에어파워데이는 에어쇼를 겸한 오산미공군기지 개방 행사다. 미 공군은 에어쇼를 위해 해외 전력을 오산 기지로 가져다 놓는다. 2012년에는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를, 2016년 행사 때는 B-1B 폭격기를 공개했다. 모두 전쟁용 살상무기다. 살상무기를 공개하고 쇼로 만들어버리는 이들의 속내는 뭘까?

어학사전에 쇼(show)는 ‘무대 예술에서, 춤과 노래 따위의 시각적 요소를 다채롭게 보여 주는 오락’ 또는 ‘구경할 만한 일’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오락’은 ‘몸의 피로를 풀고 기분을 좋게 하려고 게임, 노래, 춤 등을 하거나 보며 즐기는 일’로 정의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대로 에어쇼를 풀이해보면 ‘몸의 피로를 풀고 기분을 좋게 하려고 살상무기를 시각적으로 다채롭게 보여주며 즐기는 일’이 된다. 살상무기를 즐긴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오랫동안 K-55 오산 공군미군기지 주변은 전투기 소음으로 주민들이 극심한 피해를 받아왔다. 주민들의 고통 받는 현실을 쇼로 포장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살상무기를 쇼로 치장하는 것은 현실을 왜곡하고 시민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이다.

어떤 이유에서 건 주민들의 고통이 쇼가 될 수 없다. 평택시민들에게 전투기 소음은 고통이며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현실은 에어쇼를 통해 교묘하게 희석됐다. 모든 군대의 주요 관심사는 영토의 보전과 보호다. 소수의 주민 피해는 영토의 보전이라는 명분에 따라 공식적으로 희생돼왔다. 하지만 남북·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되고 평화 분위기가 고조된 지금은 그 명분이 흔들리고 있다. 누구로부터 영토를 보전하고 보호한다는 말인가. 정상회담을 지켜본 대중들이라면 누가 우리의 적이며 누구로부터 영토를 지켜 내야 하는 지 명확하게 짚어내기 힘들 것이다.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무더위는 ‘물’과 ‘더위’의 합성어다. 무더위에는 물기가 배어 훈증된 열기로 끈적끈적하고 숨까지 막히는 기분이다. 샤워해도 그때뿐이고 도무지 쾌적하지 않다. 지금 절기는 대서, 큰 더위인 무더위의 시절이다. 더위의 중심에서 우리는 평화의 분위기로 ‘서늘함’을 맛보고 있다. 한미연합전시훈련도 무기한 연기됐고 에어쇼도 열리지 않는다니 무더위 속에 차디찬 얼음덩어리를 만난 것처럼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대서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절기, 곧 다가올 가을에 무엇을 수확할 수 있을지 가늠하게 되는 시절이다. 이 시절에 우리 평택은 무엇을 수확할 수 있을까.

남북·북미정상회담으로 만들어진 평화의 분위기는 평택 미군기지를 걷어낼 수 있을까? 무더위 중심에서 서늘함을 외친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