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축제’라는
막연한 미혹迷惑을 내려놓고
시민의 의견에 귀 기울이자

 

 
▲ 이수연 전 부이사장
한국사진작가협회

우리시가 지난 4년 동안 추진해 온 대표축제로 ‘평택 소리 악樂 축제’를 확정하고 오는 10월에 개최한다고 한다. 지난해 3월에 확정 발표하고 무슨 이유로 전임 시장이 집행하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다행히 ‘관례’처럼 되어버린 ‘시장 바뀌면 없어지는 행사’가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번 축제는 부디 성공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개인적 견해로는 걱정이 더 크다. 이유는 이렇다.

첫째, 과거의 실패에 대한 피드백 없이 번번이 새로운 것만 찾는다는 것이다. 첫 대형 축제격인 ‘평택항 축제’는 2회째 행사부터 개최 장소가 내항內港으로 변하기 때문에 없어진다는 걸 연구자가 적시하면서도 갑의 입맛을 맞추었지만 결국 시장이 바뀌면서 보고서로만 남았다. ‘농업 축제’의 경우 우리 농산물의 생산과 축제 시기의 합치合致는 물론 산물의 독보적 차별화가 안 돼 성과가 낮을 걸 전혀 예상치 못했다. ‘실크로드 축제’도 왕오천축국전의 혜초나 해골 물을 마신 원효의 당나라 출발점이 평택 어딘가로 특정해도 전혀 무방하다는 논리로 시작했지만 축제에 합당한 현실적 대응물이 전혀 없다는 점을 도외시했기에 시장 바뀌면서 사라졌다.

둘째, 더 중요한 것은 왜 ‘대표축제’인가에 대한 자기논리 부족이다. 20여 년 전만해도 축제에 대한 갈증이 엄청났지만 이제는 대부분 피로현상을 빚는 한물 간 인식이 팽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축제들을 보면 ‘절실함’이 남아 있다. ‘산천어 축제’의 화천, ‘머드 축제’의 보령, ‘나비 축제’의 함평 등등 모두 축제를 통한 지역 활성화라는 절실함이 빚어낸 산물이다.

우리는 어떤가. 시가 나서야 하는 경제 활성화라는 절실함인가. 미군기지 평택의 이미지 개선에 대한 절실함인가. 아니면 시민 위무慰撫의 그것인가. 궁극적 목적이 무언지 모르겠다.

셋째, 축제 인프라에 대한 ‘절대 부적합’이다. 장소가 없다. 50만의 인구가 서울시 75%에 달하는 면적에 분산돼 있는데다 3개 권역으로 나뉘는 평택 특유의 정서가 있기에 어느 장소를 특정 한다는 게 참으로 어렵다. 또 축제의 대형화가 이뤄질 경우 한꺼번에 몰리는 인파나 차량을 수용할 장소는 있는가. 특히 올해 퍼레이드 형 축제로 갈 경우 과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보장은 있는가. 수백 년간 지속해온 동령부락의 줄다리기가 새끼 꼴 사람들이 없어서 중단된 사례를 상기하면서 곱씹어보는 대목이다.

이번 축제를 보자. 개발자가 내세운 ‘평택 소리 악 퍼레이드 축제’에서 퍼레이드를 뺀 ‘평택 소리 악 축제’가 됐다. 애초 이 축제는 평택농악의 비중이 아주 적고 취타대, 난타, 넌버벌nonverbal 퍼포먼스, 군악대, 마칭marching 밴드 등과 자발적 참여자에 의한 즉흥 행위를 포함한 퍼레이드 개념이었다. 필요한 예산은 모두 15억 원 정도이지만 최소 7억 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시가 확보한 예산은 2억 8000만원이라고 하니 행사를 대폭 축소했을 것 같고 타이틀에서 ‘퍼레이드’를 뺀 이유가 예산 문제 같기도 하다. 규모를 축소하면 계획과 다른 축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 대책을 충분히 세워야한다. 왜냐하면 축제가 실패할 경우 방향설정이나 개발 자체의 오류는 묻혀버리고 오로지 ‘예산축소 때문에 그랬다’는 합리화 명분만 줄 수 있어서다. 실패를 예상하는 게 아니라 걱정한다는 말이다. 이 축제를 확정하는 과정이나 확정 후 1년이 넘도록 계획을 묻어두고 시민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이라도 장소를 비롯해서 행사의 취지나 성격 등 모든 걸 재정립해야 한다고 본다. 나아가 남은 기간 동안 시민의 의견도 더 구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게 있다. ‘대표’ ‘최고’ ‘유일’ ‘상징적’ 등등 막연한 미혹迷惑을 이제라도 내려놓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개발하지 못한 것이라면 이제 우리 평택에는 맞지 않다는 판단을 내려도 된다는 생각이다. 차라리 자생적으로 성과를 보이는 지역 축제에 그 예산을 분배해서 장려하거나 공모를 통해 지역에 맞는 축제를 스스로 발굴토록 하면 더 활성화되는 것은 물론 1년 내내 풍성한 축제가 열리는 평택이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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