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8월 16일

‘이치하라市原’라는 신품종 개발
매년 남대문시장에서 사랑 받아

 

 

“배梨의 첫물이 경성에 나타났다. 옛날 같으면 소삽한 금풍이 누런 벼이삭을 무거운 듯 한 들고 지나가는 음력 칠팔월이나 되어 구경할 수 있었던 것이나 근년에 이르러는 여기에도 조생종이 생겨서 가을이 되려면 아직도 여일이 상다한 유월 중순(음력)을 겨우 넘었을 뿐인 시절에 이미 그 미각을 사환하는 신선한 자태를 점두에 내놓고 있다. 이것이 경성에 입하되기는 약 일주일 전 경기 평택 소산의 ‘시원’이란 이름을 가지고 매년 같이 경성에 선봉으로 현신하여 도회인의 총애를 제일 먼저 독점하는 이계의 선구자이다. 이번 처음으로 들어온 것이 약 오십상---금후 뒤를 이어 속속 입하를 보게 될 터인데, ‘시원’보다 좀 만종인 장십절, 명월을 위시하여 경성에서 일 년간 소비되는 여러 종의 이류가 물경! 육만상 내외이라 하니 적다고 할는지--- 많다고 할는지”(『매일신보』 1936년 8월 16일)

경기도의 특산물로는 이천쌀, 오이, 땅콩, 포도 등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평택과 인근한 지역의 경우 안성하면 포도, 성환하면 배, 장호원하면 복숭아 등이 대표적인 지역 특산물로 브랜드화 됐다.

평택의 특산물로는 ‘쌀’ ‘배’ ‘오이’ ‘토마토’ ‘애호박’ ‘화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쌀하면 이천, 배하면 성환이나 나주’ 등이 먼저 생각난다. 쌀이나 배는 예전부터 평택의 주요 특산물 중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배梨는 1930년대 전국에서 가장 먼저 출하를 할 정도 유명세를 탔다.

『매일신보』에 의하면, ‘이계梨界의 선구先驅’라는 기사가 사진과 함께 게재된 바 있다. 일반적으로 벼가 누렇게 고개를 숙일 때쯤 돼야 ‘배 맛’을 볼 수 있었지만, 평택에서 생산되는 배는 8월 중순이면 그 맛을 볼 수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질 좋은 농산물은 서울로 먼저 진출한다. 지금은 가락동으로 진출하듯이, 당시에는 남대문시장으로 진출했다. 이 시기 평택을 상징하는 배는 ‘이치하라市原’였다. 이 ‘이치하라’라는 배가 전국에서 가장 먼저 남대문시장에 진출했고, 서울 사람의 입맛을 달콤 시원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배의 선구자로 칭송됐다.

지난 7월 7일부터 8일까지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2018 평택슈퍼오닝배전국배드민턴대회’가 개최된 바 있다. 이는 아마도 평택 특산물 배梨와 관련이 있는 듯한데, 배의 이미지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이름만 ‘도용(?)’한 것인지, 정말 평택의 배를 알리고자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지금도 평택에는 ‘배 밭’이 많고 지명도 ‘이화梨花마을’ 즉 ‘배꽃’이라는 명칭이 있다. 배를 다른 지역보다 더 명성 있는 특산물로 브랜드화 하면 어떨까 한다. ‘배하면 평택’을 연상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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