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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봄의 생각나무 / 166 - 기억과 망각
임봄 기자  |  foxan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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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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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린아이가 해변에서 모래성을 쌓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정성들여 쌓은 모래성은 한눈에도 제법 그럴듯해 보입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파도가 밀려와 아이가 쌓아놓은 모래성을 순식간에 허물어 버립니다. 아이는 그 모습을 보고 까르르 웃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 위에 모래성을 쌓습니다. 이번에는 더 멋진 모래성을 만들 거라고 다짐하면서 말입니다.

만일 어른이 아이처럼 해변에 모래성을 쌓는다고 생각해 봅시다.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면서 정성들여 모래성을 쌓습니다. 한 개, 두 개 모래성을 쌓아놓으니 어느새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파도가 덮쳐 기껏 쌓아놓은 모래성을 순식간에 허물어 버렸습니다. 그때 우리는 과연 아이처럼 까르르 웃고 다시 모래성을 쌓는 일에 전념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십중팔구는 허무함을 느끼고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질 겁니다. 어떻게 쌓은 모래성인데 그걸 허물어버리다니 하면서 애꿎은 파도를 원망하기도 하겠지요. 만일 일당을 받기 위해 모래성을 쌓았다면 이미 허물어져 버린 모래성을 더 오래 기억하면서 파도를 원망하는 마음이 오래 지속될 겁니다. 그사람의 기억 속에는 투자했던 시간과 노력, 애정 등이 녹아있고 그것이 무너진데 대한 안타까움이 모두 녹아 있게 마련이니까요.

우리의 ‘기억’ 속에는 긍정적인 감정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이 더 많습니다. 그것은 새로운 창조를 막는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기억이라는 부정의 감정을 많이 갖지 못한 어린아이는 이미 허물어져버린 모래성을 기억하는 대신 새로운 창조의 기쁨을 생각해 냅니다. 그러나 어른이 될수록 우리는 기억이라는 감정에 묶이기 쉽고 기억이 갖는 부정적 감정을 털어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른이 될수록 창조성을 잃어버리는 이유도 그때문이겠지요.ㅣ

우리에게 주어진 미래를 조금 더 긍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망각’입니다. 그래서 니체는 “망각이 없다면 행복도, 명랑함도, 희망도, 자부심도, 현재도 있을 수 없다. 이런 저지장치가 파손되거나 기능이 멈춘 인간은 소화불량 환자에 비교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지요. 

사람과의 관계도 그러합니다. 어떤 한 사람이 내게 던진 말들이 상처로 다가올 때 그 상처들을 차곡차곡 쌓아두면서 기억하는 것은 부정적인 요소들에 갇혀 미래를 차단하는 일이며 새로운 만남을 저해하는 요인이 됩니다. 그것들을 빨리 잊을수록 우리는 더 좋은 만남을 위해 나 자신을 열어둘 수 있는 것이지요.

우리의 노력을 순식간에 허물어버리는 것들,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들이 기억이라는 장치 속에 쌓일수록 미래는 닫히고 새로움은 줄어듭니다. 때문에 망각은 단순히 기억을 잊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 새로운 창조를 위해 현재를 초월하고자 하는 힘이며 나 자신을 초월해서 새로운 타자와 소통하려는 시도입니다.

내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을 때, 뜻하지 않게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때, 그것에 매몰되어 부정적인 기억으로 나를 해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미래는 늘 열려있고 새로운 창조를 위한 망각도 내 자신 안에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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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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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네
며칠 전 쓴 고배를 마신 저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희망메세지가 되네요
마지막 단락 여러번 읽어보며 새겨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8-08-17 16:13:35)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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