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다

경기도의원으로서 보건복지공보위원회로 상임위를 배정받아 업무보고를 받는 첫 날, 철거민촌에서 한 노인이 자살해서 부패된 시신으로 발견되어 신원을 조사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접했다.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고 수많은 복지정책을 쏟아내도 미처 손길이 닿지 않는 복지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많다는 현실을 입증하는 사건이었다.
새 해 들어 저부담 저복지 시대에서 중부담 중복지로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과거 성장 우선의 사회에서 이제는 삶의 질 문제로 사회적 이슈가 바뀌고 있음을 말해준다. 복지문제와 더불어 다양한 곳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우리보다 앞서 소득 2만불 시대를 뛰어넘어 본격적인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두었던 많은 나라들이 겪었던 일이다. 벽을 무너뜨리고 선진사회로 진입하려는 우리에게도 커다란 과제가 주어졌다. 그것은 다름아닌 양극화와 저출산이다.
양극화! 전체적인 경제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부의 편중으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과 중산층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이 문제는 우리나라가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갖게 된 중요한 요인이다.
자본주의 체제와 양극화 현상은 불가분의 관계며, 무한경쟁, 시장원리 준수, 공기업의 민영화, 이윤추구 등 자유주의 시장경제이론은 무한경쟁을 수반한다. 나눔과 배려가 없는 이러한 경쟁구조는 자칫 승자독식의 폐해를 가져와 패자는 하층민으로 전락하게 되고 사회적 약자들은 벼랑으로 몰려 죽음이라는 최악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내몰기도 한다.
과도한 교육비부담과 청년실업을 겪은 세대들에게 출산과 양육은 엄청난 결심을 하지 않으면 실천하기 어려운 과제며, 하나만 낳아도 제대로 양육하기 어려운 사회구조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여느 국가보다 빠른 속도로 초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부채질하는 원인이다.
이러한 구조적 결함에서 오는 문제들은 한 개인의 역량과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며 정책이나 제도와 같은 사회적 장치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무상급식 문제도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무상급식 엄마가 나섰다”라고 외치며 수많은 유권자를 만났다. “아이 기르기 좋은 평택 만들겠습니다. 어르신 잘 대접하는 평택 만들게요. 장애인이 차별 받지 않도록 할께요”라고 약속해 시민들의 선택을 받았고 그 결과 도의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2011년 초등학교 전 학년 무상급식 실현과 2012년 중학교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800억의 예산을 확보하는데 작게나마 동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나는 외치기만 했을 뿐 이 모든 변화의 주역은 시민이었음에 미의의 무서움을 새삼 느낀다. IT기술이 발달하고 생명공학이 발전해 많은 것을 달라지게 할지라도 역시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다.
세계 제일의 자살률, 세계 최저의 출산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수의 힘이 결집되어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력, 지연, 정당 혹은 기타 이익관계를 떠난 올바른 선택은 사회적 약자가 행복한 삶을 함께 영위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다.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도 열심히 뛰련다.

 







고인정
경기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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