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마을 이주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대책을
세워주길 바란다

 

▲ 박광준 위원장
신촌마을이주대책위원회

우리 신촌마을은 조선시대 갈원葛院으로부터 시작돼 10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농촌마을입니다. 동편제 명창이던 이동백 선생이 동네 뒷산인 이산매에 올라 판소리를 부르며 말년을 보냈던 유서 깊은 마을이기도 합니다. 마을 앞 물 넉넉한 통복천과 건는들의 풍요로움 속에서 마을 공동체를 이루며 오순도손 살아가고 있던 주민들이 아파트 사업지구에 편입되면서 찬반의 갈등으로 편이 갈리고 일부 건물이 헐려나가는 흉흉한 마을 풍경 속에서 10여년의 세월이 흐르고 있습니다.

마을이 왜 사업지구에 편입되었는가에 대한 물음에 평택시는 경기도도시계획위원회가 난개발 방지를 위해 편입시키라 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들 의견대로 이 마을이 존재하면 난개발이 된다는 것은 어떤 근거일까요. 기술 공학적으로만 도시와 마을을 바라보고 상급기관의 지시에 무조건 따르는 평택시 공무원들이 급변하는 도시에 걸 맞는 책임행정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시민들은 가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시민의 입장에서 도시를 들쑤셔 놓는 개발 사업들과 우후죽순처럼 솟아오르는 아파트를 보면서 급격한 변화에 대응한 기반시설은 물론 교통, 환경, 교육 등에 대한 정책은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 불안하기만 합니다. 얼마 전 폭염 속에서 빚어진 단수사태가 그 시작이 되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2015년 이전의 지구단위계획 지역은 개발기간과 관계없이 예전으로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 평택시의 답변입니다. 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입니다. 당초 사업자는 보상을 촉진하기 위해 이주단지 조성을 약속했습니다. 1차로 조성한 이주택지는 근린생활시설로 산지전용허가를 받아 다시 단독주택으로 용도 변경을 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고 그나마 자신들의 아파트 사업 준공을 받기위한 도로 개설에 포함된 주민들에게 임의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10년 전 이주택지 공급을 약속한 주민들에게는 어떠한 향후 계획조차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빠른 시일 내에 이주하기를 원하고 있지만 평택시에서는 사업시행자에게 촉구하고 있다고 대답만 할뿐입니다. 이주단지가 조성되는 곳에 필요한 마을의 커뮤니티 공간 확보 역시 사업자와 협의해서 스스로 해결하라고 합니다. 80여 호 주민의 삶의 터전을 통째로 사업자에게 개발 권리를 쥐어준 평택시가 사업 시행자에게 촉구·협의·노력하고 있다는 답답한 말만 늘어놓고 있을 뿐입니다.

이제 신촌마을 주민들은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면서도 진행 중인 힘겨운 싸움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습니다. 사업자는 아직 보상에 응하지 않고 있는 주민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합니다. 약속한 이주단지는 조속히 만들어져야 합니다. 단지 집을 짓기 위한 공간이 아니고 주거 환경을 제대로 갖춘 마을 공동체가 조성돼야 합니다. 공원도 있고 커뮤니티 공간도 있고 넉넉한 도로를 갖춘 그런 진정한 이주단지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또한 10여년 전 약속한 주택 신축의 약속을 지키거나 집을 지을 수 있는 현실적인 가격으로 보상이 이뤄져야 합니다. 평택시는 사업자에게 넘긴 권리만큼이나 주민들에게 행해야 할 그들의 의무가 이행 될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더운 여름날 삶의 터전을 내준 주민들이 더 이상 피해 받지 않도록 진정성 있는 대책을 세워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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