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공기 230원 쌀값이
커피값 보다 부담스러운가요?
밥 한 공기 300원은 받아야
농민이 웃습니다

 

 
▲ 이상규 감사
평택농협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올여름 최악의 폭염이 말복을 지나자 그 기세가 조금은 꺾이고 있다. 땅의 열기는 아직도 여름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어 도시에서는 가을을 느끼기 어렵지만 들판에 선 농부는 누렇게 익어가는 벼이삭을 보며 시나브로 다가오는 가을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이번 주 한반도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제19호 태풍 솔릭’이 조용히 지나가 준다면 더없이 반가운 가을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농부들에게 가을은 한 해 농사의 결실을 얻는 희망의 계절이다. 그런데 요즘 희망의 계절을 맞이할 농부들에게 기운 빠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비싼 농산물값 때문에 살림살이가 어려워지고 쌀값이 너무 많이 올라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비상식적 보도가 최악의 폭염을 견디며 안전한 농산물 생산을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농부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최근 폭염으로 인해 작황이 나빠져 일부 채소값이 올라가고 지난해 벼 재배면적 감소와 생산량 감소로 쌀값이 조금 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이 말하는 것처럼 과연 쌀값을 비롯한 일부 농산물값 상승으로 소비자 물가가 올라가고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졌을까?

통계청은 매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한다. 물가동향에 기초가 되는 조사 품목은 460개 품목으로 그중 농산물은 53개 품목이며 전체 조사 대상 품목의 약 11.5%에 해당한다. 한편 소비자물가 동향 조사 때 중요한 것이 가정에서 지출하는 총금액의 비중이며 이를 가중치로 나타내는데 그중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4.2%로 공산품 32.6%, 서비스업 55.2%에 비해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농산물이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그 금액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농산물이 얼마나 저렴한지 최근 값이 많이 올랐다는 쌀값을 예로 살펴보자. 우리나라 1인당 쌀 소비량은 2017년 기준으로 61.8㎏이다. 2018년 8월 정부 발표 산지 평균 쌀값이 80㎏ 한 가마 기준 17만 8000원인 것을 보면 1년에 국민 1인당 13만 7000원 정도의 쌀값을 지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보통 밥 한 공기에 쌀 100g 정도 소요되니 한 끼 쌀값이 230원으로 하루 세끼를 꼬박 밥을 먹는다고 해도 한 사람이 하루 지출하는 쌀값은 채 700원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식사 후 습관적으로 마시는 커피 값보다 싸다. 요즘 커피값은 제일 싼 것이 한잔에 2000원 정도로 한 끼 쌀값에 10배 수준에 달한다.

쌀값이 오르고 농산물값이 올라 물가가 상승하고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는 일부 언론의 신중치 못하고 근거 없는 보도 행태에 분노할 따름이다. 물가가 오르고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것은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기름값 급등과 한 달 평균 5만원이 넘는 부담되는 통신비가 아니었던가?

올해는 5년 만에 쌀 목표가격을 재설정하는 해이다. 쌀 목표가격은 소비자 가격이 아닌 말 그대로 정부의 목표가격이다. 쌀값이 목표가격에 미치지 못할 경우 차액의 85%를 직불제 형태로 정부가 농민들에게 지원하는 정책이다. 지난 5년간 묶여 있던 쌀 목표가격 18만 8000원은 물가 상승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가격이었다. 이제 새롭게 설정될 쌀 목표가격에 농민들이 주목하고 있다. 농민들은 최소한 밥 한 공기 300원은 보장돼야 쌀농사를 유지할 수 있다고 외치고 있다. 최근 쌀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지금부터 14년 전이었던 2004년 쌀값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4년간 물가가 오르고 생산비가 몇 배 올랐지만 쌀값은 그대로인 것이다. 이제 국민들이 함께 “밥 한 공기 300원은 받아야 농민이 웃습니다”를 외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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