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행사가
앞으로 한국과 필리핀의
우호 증진의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 유범동 대표
문화포럼 벽우당

우연히 8월 한 달 동안 아시아 4개국을 돌아보고 올 기회가 있었다. 일본과 필리핀, 중국 그리고 몽골이다. 한 나라에서 귀국하면 바로 그다음 날 다른 나라로 떠나야 하는 빡빡한 여정이었다. “여행은 행복이다”라는 생각으로 다녀오긴 했지만, 정말이지 여독이 쉽게 가시지 않는 강행군이었다.

그중에서 필리핀 ‘민다나오’ 섬의 북부에 위치한 ‘카가얀데오로’라는 도시로의 특별한 여행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과 필리핀의 친선음악회이자 ‘벽우당 문화콘서트’로 명명한 자선음악회가 그때의 일인데 열한 명의 공연단과 다섯 명의 후원회 관계자들이 동행해서 그곳 주민들과 함께 어우러져 한바탕 놀이마당을 펼친 것이다.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큰 보람을 느꼈지만, 그보다 더 보람 있었던 것은 도와야 하는 주민들에게 비상·구급의약품 세트와 구충제, 쌀, 담요, 물, 빵 등을 무료로 제공한 일이다. 이는 평택지역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서 마련한 구호품으로 그곳의 차상위 계층에 해당하는 분들에게 나눠줄 수 있었다. 평택시민의 한 사람으로 기뻤다. 알고 보면 내 고향 평택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많은 곳이다. 기뻐한 사람들은 혜택을 받은 주민뿐만이 아니었다. 카가얀데오로시의 모레노 시장과 시청 공무원들, 자선행사에 참가한 공연자와 후원자들, 그리고 한인교민회 여러분들은 이 지역 최초의 자선문화행사를 열렬히 환영했다.

모레노 시장과 면담할 때나, 주민 환영식에서 인사할 때나, 구호품을 나눠줄 때도 잊지 않고 했던 인사말이 있다. 필리핀은 1950년 북한 공산군이 남한을 침공한 6·25한국전쟁 때,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16개국 중 가장 먼저 한국에 군대를 파견해 준 고마운 우방이었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오늘날 한국이 세계적으로 부유한 나라가 될 수 있었다는 점과 이번 행사는 그 도움에 비해 조그만 선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또한 이번 행사가 앞으로 한국과 필리핀의 우호 증진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지금은 우리가 오히려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국가가 됐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한편으로는 과거 한국을 발전시켜온 선현의 노고에 깊은 고마움을 느낀다. 한국전 참전국 중 다른 15개국에 대해서도 작게나마 과거 그들의 도움에 대한 고마움을 표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 나오는 뉴스를 보면 피아가 없고, 친구와 적이 모호하고, 선과 악의 구분이 없는 혼돈을 느낀다. 듣자 하니, 한국군 베트남 양민학살 진상 관련 세미나, 그리고 미군위안부 조례 제정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대한민국 국군과 우방인 미군을 가해자로 몰아가려는 어두운 시도가 엿보인다. 정말이지 이런 일들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얼마 전에 끝난 아시안게임 축구에서 베트남을 4강으로 이끈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의 국민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가는 곳마다 베트남기와 태극기가 함께 펄럭인다. 전후 베트남의 젊은 세대는 한국의 경제발전을 부러워하며 K-Pop 마니아가 돼가고 있다. 최근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하고 미국, 유럽, 아시아 등에서 세계적인 아이돌 스타로 발돋움한 한국의 방탄소년단을 보라. 상대방에게 희망, 자부심, 신뢰를 안겨줌으로써 친구가 생기는 것이지 자신과 친구를 부정하는 것은 그나마 있던 친구마저 잃는 어리석은 짓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 간 개인 간에 배은망덕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만약, 우리가 그런 무명에 휩싸여 있다면 과감히 걷어내야 할 일이다. “세상은 사악한 일을 하는 사람 때문이 아니라 그들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멸망할 것이다”라는 세계적인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명언이 있다. 맞다. 만약, 지금 대한민국이 망해가고 있다면, 겁에 질려 숨죽이고 몰래 바라만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바로 우리들 탓이다.

귀국할 때마다 공항에 내려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마시는 일이다. 투 샷에 얼음도 그득히. 훗, 모든 피로가 커피 얼음 녹듯이 사라진다. 세계 어디를 돌아다녀 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한국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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