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뿐만이 아닌
시민 피부에 와 닿는
시정운영 철학과 방향을
보여야 할 때다

 

▲ 이은우 이사장
평택시민재단

정장선 평택시장의 민선7기가 출범한 지 3개월이 되고 있지만 새로운 변화와 혁신, 전망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걱정 어린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평택의 지방 권력이 전면적으로 교체된 좋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그간 문제 됐던 사업들이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 나가는 변화의 모습은 미흡하다. 소통과 협치, 참여민주주의 실현과 자치역량 강화를 위한 혁신의 열정을 찾기도 쉽지 않다.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인지 민선7기의 새로운 밑거름도 명확하게 느끼기 어렵다.

정장선 시장은 ‘시민중심 새로운 평택’을 슬로건으로 제시하며, 품격 있는 국제도시 실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취임 초기의 좋은 여건과 시민의 기대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동력과 전망을 만들어 내는 데 있어 준비된 내용이 부족하다 보니 실기를 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지역의 각종 현안과 문제해결 과정, 행정혁신에서도 정장선 시장의 시정운영 철학과 방향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최근 문제된 성균관대학교 유치 백지화와 공공성을 상실한 브레인시티개발사업에서 보이는 평택시의 태도는 문제의식도, 책임성도, 새로운 변화전략도 느끼기 어려우며, 사후약방문식으로 미봉책과 면피성 대응책만 제시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특별감사 지시와 사업시행자 승인 취소로 드러나고 있는 현덕지구개발사업 문제에 있어 주민 피해대책 등을 위한 평택시의 대응 역시 눈에 띄지 않는다. 문제가 되면 사후적으로 임기응변 대응책을 발표하는 방식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각종 사업에 대한 진지한 평가와 진단에 기초해 새로운 소통방식으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평택 서부지역에서 일어난 수돗물 파동에 대한 평택시의 안일한 대응과 사후 대책도 미흡하기 그지없다. 재난 수준의 폭염으로 장기간 시민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시민중심 평택시는 보이지 않았다. 시민이 갖는 기대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민을 중심에 놓는 행정, 위기에 빠진 나를 구해주리라는 믿음을 갖게 하는 행정일 것이다.

그리고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60여 일이 넘게 대한문 앞에서 분향소를 지키며 문제해결을 절규하고 있고 정부와 회사의 잘못된 행태가 드러나고 있지만, 정장선 시장은 보이지 않는다. 에바다장애인종합복지관 폐관 사태로 장애인들과 사회복지노동자들의 삶이 위태로워지고 있지만, 여기에서도 시장은 보이지 않는다. 시장 후보 시절 약속했던 기지촌할머니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이 낙인과 혐오로 또다시 상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시장의 측은지심을 느낄 수 없다. 부담스럽거나 불편한 현안에 대해서는 정장선 시장의 존재감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시민중심 새로운 평택’의 모습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타자의 아픔에 선을 긋지 않는 것. 그 공감의 연대가 지역사회를 아름답게 물들이는 새로운 평택을 바라는 것이다. 통합, 치유, 희망, 열정, 공공선, 공정, 공감의 리더십을 정장선 시장에게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바람일까?

또한 시민중심 새로운 평택은 새로운 소통과 협치가 실현돼야 가능한 개념이다. 그러나 정장선 시장은 형식적인 만남과 사람만 바뀐 위원회 구성 정도로 소통과 협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스럽다. 몇 개월간 보인 정장선 시장의 행보를 보면 소통과 협치에 대한 의지나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인물, 정책, 제도 전반의 공공성 가치에 기초한 새로운 행정의 변화와 행정혁신을 위한 시장의 철학 역시 뚜렷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시민이 희망하는 것은 평택에 산다는 자존감, 도시의 ‘품격’을 높여달라는 것이다. 사람의 가치가 사방으로 통하고 팔방으로 삶의 변화가 퍼져가는 사통팔달 도시를 염원하는 것이다. 평택시는 이제 구호뿐만이 아닌 시민 피부에 와 닿는 시정운영 철학과 방향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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