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禮)가 바로서야 사회가 바로 섭니다”

예는 인간이 존재하는 한 지속되어야 하는 것
어릴 때부터 사람의 도리 다하는 禮 가르쳐야

공자는 논어에서 ‘입어례(立於禮)’라는 말을 강조하며 ‘예로써 바로 서라’고 말한다. 그러나 굳이 성현의 옛 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인간이 짐승과 구별되는 점이 무엇일까를 잠시만 생각해보면 답은 쉽게 찾아질 수 있다. 혼란스러운 사회적 현상들의 단초는 바로 ‘예’를 잃어가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몸에 밴 예절교육
“제가 어렸을 때는 항상 나갔다 들어올 땐 하다못해 할아버지 좋아하시는 것 하나라도 사들고 와서 반드시 절을 해야 했어요. 할아버지는 비록 흙 묻은 손이라도 마루에 올라 정좌하시고 절 받을 준비부터 하셨지요. 고모할머니는 이따금 어린 저희들과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진 사람이 이긴 사람에게 절을 하는 게임을 하자고 제안하곤 하셨는데 만일 고모할머니가 지게 되면 저희가 깔깔 거리고 웃을 때는 절을 안 하시고 절 받을 자세를 갖추고 있으면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절을 하곤 하셨어요”
평택시예절관 조수화(63) 관장은 예를 갖추는 한 방법으로 절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조용히 웃는다. 어릴 땐 잘 몰랐지만 절은 하는 사람에게는 공경의 마음을 저절로 들게 만들고 받는 사람에게도 절을 받을 수 있는 자세와 위치를 갖추어야 한다는 걸 자연스럽게 익히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고.
“5남매 중 맏딸로 어머니를 도와 집안일은 물론이고 어린 동생들을 항상 돌보며 자랐어요. 그러면서 어머니가 하시는 모습들을 늘 곁에서 보고 배웠지요. 어릴 때는 어머니가 색동저고리를 직접 만들어 주셔서 늘 한복을 입고 지냈고 커서도 한복을 입고 대청마루가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꿈이 현재 이뤄진 셈이지요”
조수화 관장은 요즘 아이들이 예를 모르는 건 부모의 잘못이 크다는 것을 강조한다. 교육받는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질문을 했을 때 부모님을 사랑한다는 아이들이 단 한명도 없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는 요즘 아이들에게 있어 부모란 사랑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단지 돈을 벌어다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주는 사람이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서 그게 무엇보다 안타깝다고 말한다.

‘禮’ 부모가 먼저 모범 보여야
“전에는 부모가 어른들이나 선생님들에 대해 정말 예를 다 갖춰 대했던 것을 곁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아이들도 선생님을 어려워하고 존경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어요. 그런데 현재는 내 아이만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세상이라 아이들 보는 앞에서도 예의 없는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되고 그걸 본 아이들도 당연히 그런 예를 갖추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조수화 관장은 한 가정의 모습은 나아가 한 사회를 대변하는 것이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에서 이뤄지는 교육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교육이 있을 때마다 가정에서는 아이들에게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생활에서의 예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곤 한다고.
“부모가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에게 예를 다할 때 그걸 보고 자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예를 갖추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부모들은 우선 내 아이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짐승처럼 먹이만 주는 게 아니라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사랑과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할 수 있도록 인성부터 가르쳐 주어야지요”
조수화 관장은 아이들이 변할 수 있는 기회도 어른들이 박탈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예절관에서는 부모에게 절을 하도록 가르치지만 부모들은 명절도 아닌데 무슨 절이냐며 하지 말라고 종용하거나 또는 예보다는 공부가 우선이라며 막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아는 것을 행하는 것이 ‘禮’
“예절관을 운영하기 전에는 신협 부녀회장을 맡으며 회원들을 교육하기 위해 서울에 가서 배워온 것을 가르치는 전달교육을 했었어요. 그때 찾아갔던 곳이 예절교육을 하기 위한 예지원이었지요. 거기서 배운 것을 평택에 내려와 신협회원들에게 전달하며 제 스스로도 예에 관한 공부를 하곤 했어요. 신협 부녀회장으로 있을 당시 폐식용유로 비누 만드는 법을 배워 경기지역에 전파하기도 하고 시장바구니 들고 다니기 운동도 하곤 했는데 2003년부터는 이 장소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예절관을 운영하고 있지요”
예절관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운영하는데 예절 초급반과 고급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한 강습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어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갖춰야 할 다양한 예절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예절관에서는 생활예절, 규수반, 다도 등을 교육하고 있어요. 정규 과정을 끝낸 사람들은 평생회라는 모임을 만들어서 봉사도 하고 때로는 각종 행사에 초청돼 다도시연도 하고 있지요. ‘예’의 중요성은 배부른 사람들이 하는 겉치레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필수조건인 것이지요”
전통예절의 맥을 잇는 요람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평택시예절관에서 많은 시민들에게 예를 가르치는 조수화 원장, 아는 것을 행하는 것이 예라고 말하는 조수화 원장은 예는 인간이 존재하는 한 지속되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하며 현재에 벌어지는 사회적인 문제들은 가정에서 시작되는 예를 통해 현재의 모습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분명하고 단호한 어조로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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