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리터 준공 7년 만에 어울림동 리모델링 ‘예산 낭비’
평택시의회, 구체적 실행계획 없는데도 예산 10억 원 승인
유물 구입비 4억 원 추경 확보, 공고 없이 유물 구입 추진
유족·사업회 반대에도 지영희 동상 해금 연주 모습으로 건립 


 

▲ 평택시가 지영희 명인을 선양할 목적으로 현덕면 한국소리터와 포승읍 내기초등학교에 각각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지영희 선생 동상의 모형. 지영희 선생은 국악기 연주와, 지휘, 국악관현악단 창단, 국악 교육, 국악 현대화, 악기 개량, 무용음악, 영화음악, 국악 채보 등 다양한 부문에서 업적을 남겨 국악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 일부 유족과 지영희기념사업회가 해금 연주 모습을 동상으로 제작하는 것은 지영희 선생을 국악기 연주자로 고착화시키고 다양한 업적을 왜곡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지만 평택시는 한국소리터와 내기초등학교에 해금 연주 동상 설치를 강행하고 있다.

평택시가 평택 출신 국악 현대화의 선각자 지영희 명인을 기념하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구체적인 추진계획도 없이 수억 원대의 유물 구입을 추진하고 있어 주먹구구식 행정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10월 12일 평택시 문예관광과에 따르면 지난 9월 19일 폐회한 평택시의회 제201회 제1차 정례회에서 제2회 추경예산에 ‘문화관광 콘텐츠 개발사업비’ 9억 9800만원을 승인받아 내년 6월까지 현덕면 권관리 한국소리터에 ‘한국민족음악자료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올 초 확보한 예산 2억 5100만원에 추경예산 9억 9800만원이 더해져 12억 4900만원을 투입하는 이 사업은 “민족음악의 아버지 지영희 명인을 중심으로 한국 근대음악과 평택 향토음악자료를 수집해 활용 공간을 조성하고, 한국소리터 이미지 확립과 평택시만의 독보적인 관광콘텐츠 확충”이 평택시의 주된 사업 목적이다.

이 사업은 추경예산으로 확보한 9억 9800만원으로 ▲한국소리터 어울림동 리모델링 공사에 3억 800만원 ▲유물 구입에 4억 원 ▲아카이브 시스템 기계장비 구축에 2억 1000만원 ▲집기비품 구입에 4000만원 ▲기반자료 구입에 4000만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평택시가 이 사업을 위해 한국소리터 어울림동 2~3층을 리모델링해 한국민속음악자료관으로 사용할 경우 현재 사용 중인 회의실과 강의실, 게스트 하우스를 대체할 공간 계획을 세우지 않아 향후 한국소리터에서 회의나 강연, 숙박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평택시가 ‘한국민족음악자료관’ 조성 계획을 수립하면서 사전에 관련 문화예술단체와 리모델링 계획을 협의하지 않은 것과 함께 2011년 11월 한국소리터 개관 후 불과 7년 만에 어울림동 전체를 뜯어고치는 것은 시민들로부터 예산낭비라는 비난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신축 건물을 7년 만에 리모델링하는 것은 건축 당시 활용 계획을 잘 못 수립했거나 아니면 과도하게 활용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비난에 대해 평택시 문예관광과 관계자는 “지금 게스트 하우스는 숙박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한국소리터 뒤편에 숙박시설과 식당, 체험시설 등을 신축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아직 리모델링 설계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회의실이나 강의실이 필요하다면 자료관이나 열람실에 소규모라도 공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평택시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문화예술단체의 한 관계자는 “매우 궁색한 답변이다. 한국소리터를 이용하는 단체들과 전혀 소통 없이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기존에 사용하던 시설들을 그대로 놔두고 한국민속음악자료관을 용도에 맞게 신축해 사용하는 것이 예산 절감도 되고 효율적 측면에서도 유리할 것”이라고 예산 낭비와 불통 행정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평택시의 ‘한국민족음악자료관’ 전시 유물 구입 절차도 ‘주먹구구식 행정’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평택시는 지난 9월 평택시의회 제2차 추경예산으로 ‘문화관광 콘텐츠 개발사업비’ 9억 9800만원을 신청해 본회의에서 최종 승인 절차를 완료했다.

이 가운데 4억 원의 유물 구입비는 구체적 유물 확보계획도 없이 평택시의회가 승인해줘 해당 상임위원회인 자치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예산 심의가 형식에 그친 게 아니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평택시가 유물 구입 방식과 절차에 대한 전문 지식 없이 특정인이 보유하고 있는 유물을 구입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어 향후 특혜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도 매우 큰 상황이다.

자치단체나 공공 박물관에서 유물구입을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유물구입 공고를 통해 ▲구입 대상 유물 ▲참가 자격 ▲서류접수 기간 ▲서류접수 방법과 장소 ▲유물 매도 신청서 ▲매도 대상 유물 명세서 공지 ▲서류 심사 결과 통지 ▲실물 유물 접수 ▲구입 유물 선정 ▲가격 평가 ▲구입 결정 ▲소유권 이전 등의 요건과 절차를 지켜야만 한다.

이 경우 지자체나 공공 박물관 자체평가위원회와 유물감정위원회의 심의평가를 거쳐 구입 대상 유물을 결정하고, 가격 평가와 최종 결정은 유물감정위원회의 평가에 의하는 것이 일반적인 유물 구입 절차에 해당한다.

평택시 문예관광과 관계자는 “유물 구입 공고를 하지 않은 이유는 구입하는 유물보다 기증하는 유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기증하는 것에 대한 사례비 정도를 주는 것이다”며, “국가기록원 과장과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음악사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학부 교수 세분이 가치와 금액 평가를 해줬다. 절차상의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상적인 유물 구입 공고와 유물평가위원회, 유물감정위원회 등 공식 기구를 두지 않은 상태에서 몇몇 개인에게 유물 평가를 의뢰한 것은 절차를 무시한 평택시 행정의 난맥상이 그대로 드러난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성주현 숭실대학교 연구교수는 “공공기관에서 유물을 구입할 때에는 반드시 절차의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며, “필요한 유물을 충분한 기간 동안 공고한 후 구입 목록 접수, 유물 심사·평가, 가격 결정, 매입 계약 등 모든 절차를 공정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평택은 국악 현대와의 선각자 지영희 명인을 비롯해 모흥갑, 유세기, 방용현, 송창선, 최은창 등 수 많은 예인을 배출한 고장이다. 

평택시가 많은 예인들을 선양하고 전통예술을 문화관광 콘텐츠화 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만 선양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절차를 무시하고 ‘주먹구구식 행정’과 ‘불통 행정’으로 일관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행정에 큰 걸림돌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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