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리 / 사계절

 

▲ 박수정 사서
평택시립 장당도서관

얼마 전 국내 뮤지컬 한편이 일주일이라는 짧은 공연 기간에도 불구하고 굵은 인상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동명의 소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기반으로 한 국내 뮤지컬이다. 평소 읽고는 싶었지만 1편의 소설치고는 책이 너무 두꺼워 읽을 엄두가 나지 않던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 뮤지컬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읽게 됐다. 읽다 보니 학창시절 <해리포터>를 읽을 때와 같은 속도감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책, 그러나 읽고 나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책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소개하고자 한다.

소설 속 세상은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 거주하는 1지구부터 가장 악하고 위험한 9지구로 나뉜다. 9지구에서 8지구 혹은 2지구에서 1지구로 이동 등 지구별 거주 이동은 극히 제한적이다. 잠깐의 방문을 위해 1지구에 있는 사람들이 최하위 지구인 9지구까지 가는 일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지구별 경계가 확실한 세계에서 주인공 ‘다윈 영’은 최상위 지구인 1지구에서도 가장 엘리트만이 입학할 수 있는 ‘프라임스쿨’ 학생으로 등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아버지는 차기 대통령으로 촉망받는 문화부 차관이다.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부족함 없이 커온 다윈은 비틀어지거나 모난 구석 없이 긍정적이고 밝은 16세 소년이다. 이 소년은 1년에 한 번씩 참석하는 아버지의 어릴 적 친구 ‘제이’의 추도식에서 ‘루미’라는 여학생을 만나게 된다. 루미는 삼촌 ‘제이’의 죽음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진실을 찾아 움직이는 캐릭터로 루미의 추적을 도우며 다윈은 9지구에 찾아가는 등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뜻하지 않게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과거, 그리고 아버지가 30년 동안 ‘제이’의 추모식에 참석하는 진짜 이유 등 감춰왔던 진실을 알게 된다. 혼란 속에서 다윈은 아버지를 지키고자 선과 악의 경계에서 선택하게 된다.

이 책은 추리소설처럼 박진감이 넘쳐 글의 끝자락으로 독자를 이끈다. 그리고 읽을수록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같은 사람이 9지구와 1지구에 있을 때 접하게 되는 전혀 다른 환경과 그 속에서 처우’, ‘기득권의 잘못이 기득권이 아닌 누군가에게로 전가되는 모습’ 등 최고이자 완벽함을 자부하는 1지구, 그중에서도 소수의 정예 엘리트인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고 과연 1지구가 한 치의 오점 없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 완벽이라는 틀은 누가 만든 것인가? 등의 질문이 그것이다. 작가는 제3의 세계를 통해 우리 사회를 적나라하게 비추고 있는 것 같다.

“그 이상적인 울타리의 기준은 늘 1지구가 정해야 하는 겁니까?…교수님은 지금껏 상위 지구를 벗어나 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으십니까?”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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