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예술 기반 닦을 것”

10월 19일, 평택시문화상 수상
제자와 함께 한 소리사위예술단

 

 

“제자들이 평택지역에서 더욱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제자들과 함께 후대에 부끄럽지 않도록 지역 문화예술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이 제 바람이죠”
지난 1995년 창단해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소리사위예술단을 이끌어 온 고희자 단장은 한국국악협회 송탄시지부 초대지부장과 한국국악협회 평택시지부장,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평택시지부 회장 등을 역임하며 지역 문화예술인과 동행해 왔다. 
지난 10월 19일 ‘제12회 평택시문화상’ 문화예술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그는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무대를 누비는 평택시 문화예술계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무용에 발 들이다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고희자(69) 단장은 세 살이 되던 해에 부모님을 따라 평택시 신장동에 터를 잡았다.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당시 신장동에 정경파 선생님이 운영하는 무용교습소가 있었습니다. 어깨 너머로 본 무용의 매력에 빠져 부모님께 교습소에 보내 달라며 졸랐었죠. 하지만 아버지의 반대가 완강했습니다. 4대 독자였던 아버지는 맏이인 제게 거는 기대가 아무래도 컸던 것 같아요”
아버지는 양 갈래로 곱게 딴 고희자 단장의 머리를 가위로 싹둑 자를 정도로 그가 무용을 배우는 것을 완강히 반대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무용을 배우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무작정 어머니를 졸랐죠. 처음엔 어머니도 반대했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더니 어쩌겠어요. 결국 아버지 몰래 정경파 선생님이 운영했던 무용교습소에 발을 들였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가방공장과 상점을 운영하던 어머니께서 몰래 제 학원비를 마련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죠”
이렇게 어렵사리 무용을 배우기 시작한 고희자 단장은 이후 경기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정경파 선생을 따라 수원까지 먼 걸음을 하며 무용을 배웠다. 20대에는 전국 팔도의 무용, 판소리, 농악 명인을 찾아다니며 만능 전통예술인으로서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평택의 문화예술인
1976년에 다시 평택으로 내려온 고희자 단장은 신장동에서 17년간 무용학원을 운영하며 수많은 제자를 배출했다.
“전국에서 각종 전통예술을 배우고 무대에 오르며 활동하던 중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세家勢’가 기울자 보탬이 되고 싶어 다시 집으로 내려왔죠. 당시 지역에는 무용을 배울 수 있는 전문교육기관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무용학원을 차리고 제자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특히 허가 받은 정식 무용학원으로는 유일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당시 그가 운영하는 학원에는 상당히 많은 숫자의 미군과 미군 자녀가 무용을 배우러 다녔다고 한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전통무용을 전파하며 전통예술 전도사 역할을 해온 것이다.
“평택지역에서 단체 활동은 1992년쯤 한국국악협회 송탄지부장을 맡은 것이 처음 시작이었습니다. 3개 시·군이 통합되기 전이었던 당시 송탄시 예술인이 함께 모여 힘을 합치자는 의견이 여러 곳에서 나왔고 제가 초대회장으로서 한국국악협회 송탄지부를 이끌게 됐죠”

소리사위예술단 활성화
고희자 단장은 자신이 배출한 제자들이 평택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1995년 소리사위예술단을 창단한다.
“단순히 아이들을 양성할 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이야 공연도 많이 열리고 지역 문화센터 등 활동할 수 있는 기관이 많이 생겨났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제한적이었죠. 그래서 소리사위예술단을 창단했습니다”
제자들 대부분이 평택 출신이었지만 정작 고향에서 활동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는 그는 소리사위예술단장으로서 제자들과 함께 활동해 왔다.
“소리사위예술단은 ‘가무악歌舞樂’이 어우러진 형태로 구성됐기에 시민에게 더욱 수준 높은 무대를 보여 왔다고 생각합니다. 또 제자들 대부분이 평택 출신이었기에 호흡이 잘 맞았죠”
고희자 단장이 특히 뿌듯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리사위예술단이 올해 경기도 전문예술법인으로 선정됐다는 점이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각종 공모 사업에 많은 도전을 해왔던 터라 선정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도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단체가 상당히 많은데 그 중에서 우리 소리사위예술단이 선정됐다는 것이 감격스러웠죠”
현재 소리사위예술단 활동에만 집중하고 있는 고희자 단장은 이 단체를 누가 봐도 훌륭한 전문예술단체로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역의 여러 문화예술단체와 협력해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지역의 문화예술단체가 서로 융화돼 함께 하는 성장을 도모하는 날이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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