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 필요”

평택 첫 사회복귀시설 설립
자유로운 의견 표출 도울 것

 

 

“정신장애인이 평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최근 정신장애인을 하나의 문제로, 잠재적 범죄자로 표적 삼고 사회에서 고립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올바른 자세가 아니죠. 오히려 정신장애인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평택지역에서 처음으로 정신장애인을 위한 사회복귀시설을 운영 중인 이준호 시설장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정신보건 사회복지사로 17년간 활동해 왔다.
충청북도 청원군과 경기도 화성 등 각지에서 일해오던 그는 고향인 평택에 정신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 설립을 꿈꿨다. 지난 2016년 드디어 평택시 합정동에 정신장애인 주간재활시설인 ‘사회복귀시설 나무’를 설립한 이준호 시설장은 지역 정신장애인과 함께 소통하며 그들이 스스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꼬마 상담사 성장기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에서 태어난 이준호(45) 시설장은 평일초등학교와 신한중·고등학교, 평택대학교 등 모든 교육과정을 평택에서 졸업했다. 오랜 기간 평택에 살아온 그는 특히 학창시절 주변 친구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사회복지사를 꿈꿨다고 한다.
“아버님이 군무원이어서 어린 시절을 기지촌에서 보냈습니다. 집 주변에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죠. 특히 같이 학교에 다니던 친구 중 집안 문제로 힘들어하는 친구의 고민을 듣고 위로하는 시간이 잦았습니다”
이처럼 이준호 시설장은 범상치 않은 주변 사람들의 삶과 집안 문제로 힘들어하는 친구를 보며 사회복지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됐고 고등학교 졸업 후 평택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게 된다.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당시 공부를 하는 것도 재밌었지만 사람들과 소통하고 일하는 것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서로 이야기하며 어울리는 것이 항상 즐거웠죠”
그러던 중 대학교에서 실습을 나간 그는 이론과 현장의 괴리를 느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복지 현장은 너무나도 열악했다.

정신보건 사회복지사
대학교를 졸업한 이준호 시설장은 한 병원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번듯한 책상과 사무실이 있었지만 그는 곧 병원을 떠나게 된다.
“병원에서 1년 정도 일하면서 19년간 병동에서 지낸 환자를 봤습니다. 정신장애를 극복하고 사회로 나아가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죠. 저 또한 환자가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했지만, 환자가 퇴원한다는 것은 동시에 병원 매출이 하락한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상당히 혼란스러웠습니다”
첫 직장을 그만둔 그는 충청북도 청원군에 위치한 사회복귀시설 디딤터에서 3년간 일한 뒤 2005년부터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경산복지재단 사랑밭에서 일을 시작한다.
“사랑밭에서 일하면서 인생의 전환점과 맞닥뜨렸습니다. 당시 제 사수로 일하던 분이 현재 동양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서규동 교수님이었는데 제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기도 하죠. 지금 생각해보면 사랑밭에서 서규동 교수님과 함께 일하며 정신보건 사회복지 전문가로서 DNA가 생긴 것 같습니다”

평택 정신보건을 일구다
이준호 시설장은 사랑터에서 11년간 일하며 힘든 일도 많았지만, 자신의 목표를 되새기며 견뎌냈다.
“당시 이사장님은 사회복지 전문가로서 청렴한 분이셨기 때문에 사회복지사로서 자세를 배울 수 있었죠. 물론 그만큼 힘든 일도 많았지만, 평택에 제가 직접 운영하는 사회복귀시설 설립을 목표로 항상 즐겁게 일했습니다. 제 전공으로 고향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컸죠”
‘사회복귀시설 나무’는 정신전문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는 모든 환자가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시설장으로 활동을 시작하며 평택지역 정신장애인이 사회로 복귀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정신질환을 겪습니다. 그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이지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죠. 따라서 이들이 자신만의 표현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도록 돕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저희 시설은 교육 프로그램이 아닌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스스로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죠”
정신보건 사회복지사는 평소 많은 부담을 느끼며 살아간다. 조현병 환자 중 50%가 자살을 시도하기 때문에 항상 이들에게 관심을 두고 보호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준호 시설장은 정신장애인의 친구로서, 동반자로서 함께 하고 싶다고 한다. 나무가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이 회원들도 천천히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우리 사회도 정신장애인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도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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